야구 아는 여자 2030 취향공감 프로젝트 1
김정란 지음 / 나무수 / 2009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2009년 9월 25일 잠실구장에서 롯데와 LG의 시즌 최종전이 벌어졌다. 이날은 한국 프로야구 사에서 잊지 못할 추악한 광경이 벌어진 경기로 길이 기록될 것이다. 시즌 마지막까지 치열한 수위타자 경쟁을 벌인 두 명의 타자 박용택(LG)과 홍성흔(롯데)에게 야구팬들은 끝까지 정정당당한 승부를 펼칠 것을 기대했다. 하지만, 경기 전까지 근소한 차이로 리드를 하고 있던 박용택은 타율 관리를 위해 아예 경기에 나서지 않았고, LG에서는 홍성흔을 4연속 고의사구로 거르면서 결국 박용택을 2009년 타격왕으로 만들어 주었다. 지난 1984년 김영덕 감독의 이만수 타격 3관왕 만들어 주기만큼이나 영원히 잊지 못할 사건이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야구 선수들은 기록에 연연하는 걸까? 그건 바로 야구는 기록의 경기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야구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보통 사람들이라면 왜 그렇게 야구팬들이 이 사건에 대해 분노하는지 이해가 안 될지도 모르겠다. 야수선택, 6-4-3 병살타 등 생소한 야구 용어들과 규칙들이 난무하고 다른 스포츠 종목보다 호흡이 긴 경기인 야구에 왜 그렇게 많은 이들이 열광하는 걸까? 바로 이런 물음에 작가 김정란 씨의 <야구 아는 여자>가 해답이 될지도 모르겠다.

물론 책의 제목에 “여자”가 들어 있다고 해서, 이 책이 여성분만을 위한 책은 아니다. 야구에 대해 생소하거나, 잘 모르시는 분들이라면 입문서로서 이 책이야말로 제격이다. 그리고 또 야구팬들에게도, 체계적으로 틀이 잘 잡힌 그러면서도 작가가 야구 기자로서 한국 프로야구의 생생한 현장에서 직접 체험한 이야기들을 접할 수가 있다는 점에서 권할 만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선 가장 기본적인 야구의 기본적인 규칙인 득점하는 법과 야구장에서 전광판 보는 법 그리고 각 포지션에 매겨진 번호 같은 탄탄한 기초들을 독자들에게 친절하게도 설명해 준다. 제목도 재밌다, 야구 생초보 탈출 프로젝트라니! 특히, 일러스트를 맡은 메가쇼킹 작가의 재치 넘치는 삽화들은 어떻게 보면 일면 딱딱해 보일 수도 있는 글들에 활력을 불어 넣어 준다. 아마 개인적으로 메가쇼킹 작가의 글과 그림체를 좋아해서 책에 대한 호감이 급상승했는지도 모르겠다.

다음에는 한국 프로야구의 전설이 되어 버린 올드 스타들에 대한 간략한 글들이 이어진다. 선동열, 이만수 그리고 최동원 등등 추억의 스타들이며, 마에스트로와 더불어 평생 한 번 해볼 만한 직업군으로 분류된 명감독 열전 또한 빼놓을 수가 없다. 야신(野神)이란 애칭으로 불리는 SK의 김성근 감독, 2008 베이징 올림픽을 이끈 김경문 감독, 국민감독이라는 닉네임이 딱 들어맞는 김인식 감독에 이르기까지 지난 30년 한국 프로야구 사에 커다란 발자취를 남긴 인물들에 대한 브리핑이 너울너울 춤을 춘다.

<야구 아는 여자>는 골수팬들이나 야구광들을 위한 책은 아니다. 야구야말로 진정한 스포츠 중의 스포츠라고 생각하는 나에게도 이 책은 사실 좀 싱거웠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책을 읽기 전에, 조금은 야구에 대한 깊숙한 농도를 기대했지만, 그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최근에 읽은 오쿠다 히데오의 <야구장 습격사건>과 더불어 야구에 대해서는 거의 불모지라고 할 수 있는 국내 출판계에 이런 야구를 주제로 다룬 책이 출간되어 화제가 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기념할만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신묘한 야구의 세계를 다룬 책들이 꾸준하게 발표되었으면 하는 작은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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