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멋진 하루 Travel & Photo
채지형.유호종 지음 / 웅진웰북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하나, 둘, 셋……. 열다섯 까지 세다가 그만 포기해 버렸다. 채지형 작가와 포토그래퍼 유호종 씨가 펴낸 <어느 멋진 하루>에는 정말 세계 각국의 너무나 멋진 여행지들이 우수수 쏟아져 내렸다. 평소에도 여행을 좋아해서 대중적인 곳이라면 누구 못지않게 자부하지만, 이 최강의 여행 파트너들 앞에서는 명함도 내밀지 못할 정도였다. 대한민국 사람들 중에서, 남태평양의 외로운 섬 이스터에까지 가서 모아이를 보고, 중남미의 과테말라 안티구아에 가서 오리지널 과테말레 커피를 즐긴 이가 몇 명이나 되겠는가 말이다. 





<어느 멋진 하루>에서는 무척이나 다양하게 각국의 명승지와 여행지들에 대한 접근을 시도한다. 물론 이스터 섬이나 안티구아, 카파도키아 혹은 볼리비아의 우유니 사막 같이 쉽게 갈 수 없는 곳은 물론이고 뉴욕, 런던, 파리, 도쿄 같이 누구나 한번쯤은 가봤을 만한 대도시의 재발견에 이르기까지 디지털 시대 방랑자들의 역마살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글과 사진들로 독자들을 유혹한다.

개인적으로 유호종 포토그래퍼의 사진들이 너무나 인상적이었다. 일찍이 프랑스의 작가 아니 에르노는 자신이 경험하지 않은 것은 쓰지 않는다고 했는데, 채지형, 유호종 두 파트너들은 자신들이 가보지 않은 곳은 쓰지 않는다라는 신조로 이 멋진 곳들에 대한 체험들을 술술 풀어나간다. 다양성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지만, 반대로 깊이의 부족이 계속해서 아쉬움을 자아내고 있었다.

더욱이 직접 가보지 않은 이들은 말할 수 없을, 포토 포인트 코너의 팁은 그만큼 그네들의 체험이 뚝뚝 묻어나는 보물 같은 정보들이었다. 유럽이고 남미고 혹은 중동을 계획하고 있다면 아마 이 책만큼 똑 부러지게 안성맞춤인 책도 없을 것 같다. 짤막짤막한 글 가운데서도 그들은 여느 관광객처럼 사진만 후딱 찍고 떠나 버리는 수박 겉핥기식 투어보다는 현지인들과 융화되고 그들의 삶을 느껴보라는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물론 어떤 것들은 시간이 필요한 것일 수도 있겠다. 여행과 사진 촬영이 직업이어서, 어느 곳에서 한 달간이나 머무를 수 있는 호사가 주어진다면 그 누가 마다하리오. 





책에서 만난 내가 이미 여행한 곳들은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고, 또 아직 가보지 못한 곳들에(물론 훨씬 더 많지만) 대해서는 언젠가 꼭 한 번 가보리라 하는 다짐을 했다. 그 중에서 몇 곳을 꼽아 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가장 처음으로 등장하는 독일 로맨틱 가도 상에 있다는 작은 마을 뤼데스하임. 2년 전에 독일을 처음으로 찾았을 때, 뮌헨과 베를린 같은 대도시만 그야말로 사진 찍고 이동 투어 식으로 경험했었다. 하지만 여행의 진수는 라인강의 진주라고 불린다는 뤼데스하임 같은 작은 마을에 있는게 아닐까 싶었다. 특히 라인 강변에 있다는 로렐라이 동상을 보고서는 실망했다는 말들을 많이 들었는데 그만큼 홍보의 효과가 크다는 반증이 아닐까? 실망을 하더라도 일단 보고 나서 실망하고 싶다. 





다음으로는 터키의 카파도키아가 생각난다. 터키하면 동음이의어처럼 따라 붙은 이스탄불도 역시 소개가 되지만, 터키 내륙의 카파도키아에서의 벌룬 투어는 생각만 해도 가슴이 다 쿵쾅거릴 지경이다. 언젠가 한 번 기루를 타볼 기회가 있었는데, 그만 둔 기억이 난다. 항상 지나고 나서 하는 말이지만 기회가 될 때 무조건 타고 보고 먹는거다. 일단 경험을 하고 나야, 나중에 평가를 할게 아닌가 말이다. ~껄 하는건 이제 그만!!! 물론 그렇게 기구를 타고 찍은 사진은 정말 어디에서도 구할 수가 없을 것 아닌가 말이다. 상상만으로 짜릿하다. 





역시 가기 어려운 장소의 하나로 꼽히는 쿠바의 아바나 역시 매력적인 도시가 아닐까 싶다. 사회주의 국가로 우리에게는 아르헨티나 출신의 혁명가 체 게바라의 제2의 고향이자, 부에나 비스타 소셜클럽의 재즈 가락이 바로 떠오르는 카리브해의 아바나가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이상향으로 다가온다.

작년부터 가고 싶어서 몸살이 나버린 스페인의 바르셀로나, 그라나다 그리고 세비야에 대한 소개를 볼수록 살면서 다른 곳은 몰라도 스페인에는 한 번 꼭 가봐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이젠 하도 많이 들어서 그야말로 귀에 못이 박혀 버린 태양과 정열의 나라이자 보수적인 가톨릭 국가 스페인에 혼재해 있는 이슬람 스타일의 매력적인 건축물들이 사진 밖으로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듯이 당당하게 독자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오늘자 신문기사를 읽었는데 우리나라가 OECD 가입 국가 중에서 노동시간이 가장 긴 편에 속한다고 한다. 반면, 여가활용 시간 역시 꼴지 부류라고 하던가. 당연히 노동시간이 긴 만큼 여가시간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건 당연지사 아닌가 말이다. 여타 선진국에 비해 휴가기간이 짧다는 핸디캡과 더불어 여전히 놀이문화에 대해 인색한 사회적 풍습 덕분에 여전히 해외여행이 쉽지 만은 않은게 작금의 현실이다.

하지만 내가 굳이 가지 않더라도, 이렇게 책을 통해서나마 간접경험을 하고 대리만족을 할 수 있다면 그 또한 즐겁지 아니하겠는가. 물론 자신이 직접 가서, 체험하는 것보다는 못하겠지만. 족쇄에 묶여 선뜻 문지방을 박차고 나서지 못한다면, 또 하룻밤 사이의 세계일주를 원한다면 꼭 추천해 주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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