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교양강의>를 리뷰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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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 교양강의 - 사마천의 탁월한 통찰을 오늘의 시각으로 읽는다 ㅣ 돌베개 동양고전강의 1
한자오치 지음, 이인호 옮김 / 돌베개 / 2009년 8월
평점 :
절판
세계적인 <사기>(史記)의 권위자인 중국의 한자오치 선생이 북경TV에서 강의한 <사기>가 책으로 엮어져 나왔다. 어려서부터 중국사에 관심이 많아, 태사공 선생의 <사기>는 정말 다양하게 읽어왔다. 21세기에 새로 만나게 되는 <사기>에 대한 주석이 신선하다.
이 천 년 전에 쓰인 태사공 사마천 선생의 <사기>는 이후 중국 역사서술의 전범이 되었다. 기전체 역사 서술의 한 획을 그은 <사기>에는 역사의 무대에 등장하는 다양한 인물군들이 등장을 한다. 물론 저자인 태사공 선생의 호불호가 개입되지 않은 건 아니지만, 조상 대대로 사관 출신의 집안 내력 때문인지 나름대로의 객관성이 유지되고 있음을 알 수가 있다.
<사기 교양강의>의 원제는 “사기신독”(史記新讀)으로 우리말로 하면 “새로 읽는 사기” 정도가 되겠다. 태사공 선생의 원저가 인물 중심의 서술인 것처럼, <사기 교양강의> 역시 진나라와 한나라 시대 12명의 인물들을 다루고 있다. 그 수많은 인물들이 등장을 하는 <사기> 중에서도 엄선된 인물들에 대해 전래의 이야기들을 다루고 있으면서도, 우리가 간과한 부분들에 대해 전문가 한자오치 선생의 날카로운 지적들을 대할 수가 있다.
가령 예를 들어, 진시황의 사후 유조 조작을 두고 승상 이사와 환관 두목 조고의 밀담이나 초한대전 중에 한신에게 제3세력으로 자립을 도모할 것을 권유한 모사 괴통의 이야기 그리고 초한대전 끝에 해하에서 자결을 하게 되는 역발산기개세의 영웅 항우가 불렀다는 노래 등의 진위에 대한 한자오치 선생의 비평은 너무나 참신하면서도 독창적이었다. 도대체 그런 이야기들은 누가 기록을 했단 말인가? 아니면 항간에 떠도는 이야기들을 태사공 선생의 임의대로 수집해서 자신의 저서에 실은건 아니었을까?
이를 위해 태사공 선생은 호견법(互見法:서로 알아보는 법)을 <사기>에 도입했다. 같은 텍스트를 두고서도, 제각기 다른 견해차가 존재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겨 둔 것이다. 인물 위주 역사서의 특성상, 텍스트에서 다루고 있는 주제가 크로스 오버되는 것은 당연하다. 태사공 선생이 특히 많은 애정을 가지고 저술한 항우의 이야기가 <항우본기>는 물론이고, 자신의 라이벌이었던 <고조본기>에 교차 수록되어 있지 아니한가. 게다가 정식 군주로 보기 힘든 항우와 여후(呂后)를 왕들의 연대기인 본기(本紀)에 실은 것만으로도 태사공 선생이 그들을 얼마나 높게 평가하고 있는가를 알 수가 있다.
한편, 자기가 녹을 먹었던 한나라의 황제였던 경제와 무제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아끼지 않는다. 절대군주의 시대에, 절대군주에 대해 이렇게 자유롭게 글을 쓸 수 있었을까 싶을 정도다. 특히 자신에게 치욕적인 궁형을 명한 무제의 치세에 대해, 한나라의 건국 이래 북방을 위협해온 흉노족에 대한 대대적인 원정으로 인한 원정과 수년간에 걸친 대원정을 지원하기 위한 재정의 궁핍, 통치 계층의 무절제한 사치 등을 균형감 있게 추켜세우면서도, 한편으론 신랄한 비판을 퍼붓는다.
한나라 건국에 있어서 결정적 공헌을 한 대원수 한신의 비참한 말로에 대해서도 군주국가에서 왕의 권위에 도전하면 어떻게 된다는 것을 예리하게 그려내고 있다. 비록 한 고조 유방에게 기용되서, 초한대전의 승리를 이끌었지만 결국에 가서는 건국 공신들이 숙청당하게 되는 과정은 정말 인생무상의 전형처럼 다가온다. 황로사상으로 일신을 보전하는데 성공한 군사 장량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공신들은 토끼가 죽으면 사냥개가 삶아진다는 고사처럼 한신, 팽월 그리고 경포 등이 잇따라 목숨을 잃게 된다. 태사공 선생은 항우와 더불어 한신에게 깊은 연민의 정을 담은 글을 남기고 있다.
한자오치 선생은 <사기 교양강의>를 통해, 태사공 선생이 후세에 남기려고 했던 이야기들을 21세기 버전으로 훌륭하게 전달하고 있다. 인물과 당시의 사건에 있어, 날카로우면서도 예리한 논평들을 조목조목 나열해 나가면서 독자들의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한다. 특히 항우의 최고의 전투로 꼽는 거록성 전투의 경우에는 당시 항우의 진격로를 지도에 표시해 가면서, 마치 현장중계를 듣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역시 중국 출신의 학자라 그런 진 몰라도 중화중심사상의 전개가 조금은 눈에 거슬렸다. 어쨌든, 21세기에도 유효한 고전 텍스트로서의 <사기>는 여전히 매력적이다.
* 내가 찾은 오탈자
1. 기원전 280년 -> 기원전 180년 (182쪽)
2. 소화 -> 소하 (196쪽)
3. 고등 -> 고릉 (235쪽)
4. 기원전 95년 -> 기원전 195년 (23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