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파와 함께 걷는 달콤한 유럽여행
홍지윤.홍수연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3월
평점 :
품절


그동안 여행을 다니면서 가끔 테마여행을 한 번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사실 나의 지난 여행들은 언제나 즉흥에 기초한 마구잡이식 여행이었다. ‘여행 작가 언니, 큐레이터 동생의 인상파 그림 여행’이라는 책의 카피가 말해 주듯이 <인상파와 함께 걷는 달콤한 유럽여행>은 유럽 각지에 산재한 인상파 화가들의 그림을 찾아 나서는 테마여행길이다.

미술관을 아주 싫어하는 이가 아니라면(실제 여행하면서 그런 사람을 만난 경험이 있다!), 누구나 대가들의 진품과의 만남을 마다할 이는 없을 거다. 아니 일부러 그 진품을 찾아 나서는 이도 있는 마당에 말이다. 그런 면에서 홍지윤, 홍수연 작가의 만남은 금상첨화라고나 할까. 그림 보는 눈이 있어도 베테랑 여행가가 아니라면 이 빡센 일정을 소화해낼 수가 없을 것이며, 여행가라고 하더라도 그림에 대한 안목이 없다면 아무리 고흐의 그 유명한 그림들도 여느 그림들과 다를 게 없지 않겠는가 말이다.

빛과 대기의 흐름의 미묘한 변화를 화폭에 담아낸 19세기 인상파 화가들의 진적을 찾는 기행은 우선 카미유 피사로, 에두아르 마네, 에드가 드가, 폴 세잔, 클로드 모네,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 등에 대한 설명으로 시작한다. 일단 무얼 알아야 인상파 화가들의 그림을 볼게 아닌가.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듯이 기초부터 다져준다.

자, 이제 어느 정도 준비가 되었으면 인상파 화가들의 그림들을 찾는 여행길에 나서 보자. 우리의 인상파 화가 길라잡이들은 유럽 대륙과 떨어진 영국의 런던에서부터 출발을 한다. 개인적으로 왜 영국에는 관심이 없는지 모르겠다. 두 번 유럽에 갔었는데, 그 때마다 영국에 갈 생각은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다. 뭐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다만 입장료가 무료라는 내셔널 갤러리에는 관심이 갔다.

개인적으로 인상파 화가 중에서 무희들의 그림을 많이 그린 에드가 드가를 가장 좋아하는데, 그 못지않게 빈센트 반 고흐를 좋아한다. 역시 개인적인 취향 때문인지 그가 그린 태양을 바라는 해바라기와 자화상들이 너무나 좋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있다는 ‘빈센트 반 고흐 미술관’이 바로 눈에 들어왔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고흐의 컬렉션을 가지고 있다고 했던가. 책을 읽으면서 아쉬웠던 점 중의 하나는 왜 사진을 절대 못 찍게 할까였다. 플래시만 쓰지 않는다면 그림이 상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아마 저작권과 그를 이용한 상품들의 판권 때문이 아닐까?

책의 제목에서는 비록 ‘유럽여행’이라고 되어 있지만 실제로 이 책이 상당 부분이 대부분의 인상파 화가들의 모국인 프랑스에 집중되어 있다. 그러니 영원의 도시 파리가 빠질 수가 있나. 루브르나 오르세 미술관은 너무 많은 책들에서 다루어서 식상할 정도이고, 개인적으로 미처 관람하지 못한 오랑주리 미술관의 아쉬움을 지면으로나마 달래 본다.

재작년에 두 번째로 파리를 찾았을 때, 튈르리 정원 옆에 붙어 있는 오랑주리 미술관으로 모네의 그 유명한 <수련> 연작을 보러 갔었다. 그런데 문제는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그 날이 휴관일이 아닌가. 그 당시에는 미처 몰랐었는데 이 책을 보면서 진품을 직접 대하지 못한 게 어찌나 아쉽던지.

이 책을 통해 그동안 인상파에 대해 막연하게만 알고 있던 사실들을 바로 잡을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였다. 특히 밀레의 아틀리에 편에서 다룬 그 유명한 밀레의 <만종>에 얽힌 일화는 섬뜩할 정도였다. 인상파 화가들인 19세기 후반 프랑스를 주름 잡던 많은 문인들과도 폭넓은 교류를 했는데, 마네가 그린 프랑스의 대문호 에밀 졸라의 초상화가 특히 인상적이었다. 책에서는 미처 제대로 볼 수가 없어서 인터넷으로 제대로 된 사진을 구하는 수고도 아끼지 않았다.

드레퓌스 사건에서 억울하게 누명을 쓴 유태계 장교 드레퓌스를 변호한 프랑스의 진정한 양심을 대표하는 에밀 졸라의 초상과 마네의 대표작 중의 하나인 <올랭피아>가 그림 속의 그림으로 들어 있는 그림을 보면서 만족감을 느꼈다. 이 초상화에는 프랑스 인상파 화가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친 일본의 우키요에(일본의 목판으로 제작된 풍속화)도 한 점 들어 있다.

마네와 더불어 어려서 항상 날 헷갈리게 했던 클로드 모네가 만년을 보낸 지베르니의 정경을 다룬 에피소드 역시 일품이었다. 사진만으로도 그토록 아름다운 파리 교외에서 그림을 그리는데 자신의 모든 열정을 쏟았던 모네의 만년이 신기루처럼 솟아오르는 느낌이었다.

그 외에도 많은 인상파 화가들의 삶과 작품들이 소개되고 있는데, 역시 파리의 상징처럼 된 물랭 루주 부근에서 무희, 가수 혹은 창녀들 같은 소위 말하는 사회의 밑바닥의 삶을 그려낸 앙리 드 툴루즈 로트레크도 빼놓을 수가 없다. 다양한 카바레의 포스터 그림으로도 유명한 로트레크는 유전병으로 어려서 불구의 몸이 되었다고 한다. 그가 만약에 신체건강한 몸이었다면, 그처럼 예술혼에 불타는 작품들을 남길 수가 있었을까 하고 작가는 독자들에게 묻는다.

책의 말미에는 깜짝 보너스로 역시 여행 작가답게, 이 모든 여행을 위한 친절한 가이드라인이 소개된다. 여행일정 짜기에서부터 시작해서 여행에 필요한 모든 것들을 간략하게 다루고 있다. 이미 몇 번의 여행을 해본 이들이라면 패스할지도 모르겠지만,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첫 여행을 떠나는 이들에게는 아마 꼭 필요한 부분이리라.

책을 읽는 내내 이렇게 유럽의 각지를 돌아다니면서 인상파 화가들의 진품들과 만나볼 수 있었던 작가들이 마냥 부러웠다. 이 책을 읽으면서 언젠가 다시 기회가 되서 유럽에 가게 된다면, 작가들만큼은 아니어도 작은 인상파 화가 테마여행을 해볼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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