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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의 프랑스 일기 - 봉주르! 무지갯빛 세상에 건네는 인사 ㅣ 소담 여행 2
미미 글.그림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9년 2월
평점 :
미지의 나라에 대해 현지에 살았던 이들이나 혹은 현재 살고 있는 이들로부터 이야기를 듣는 것만큼 재밌는 이야기도 없는 것 같다. 그런 면에서 <미미의 프랑스 일기>의 지은이인 미미(송경아 씨)의 귀여운 일러스트와 갖가지 다양한 경험들이 들어 있는 이 책은 볼만한 가치가 있는 것 같다.
지은이와 비슷한 시기를 보낸 탓인지 어려서 사브레(글을 다 쓰고 나서 오탈자 검색을 돌려 보니 저절로 사블레라고 정정해주려고 한다!) 과자를 즐겨 먹으면서 프랑스를 꿈꾸었다는 이야기에 충분히 공감이 갔다. 미미는 장 자끄 상뻬의 만화를 무진장 좋아한다고 했었는데 아마 그 때문인지 그녀의 일러스트에서 상뻬의 그림자가 엿보이는 것 같았다. 자세한 디테일의 묘사보다는 전체적인 분위기를 잡아가는 느낌이라고 할까? 펜으로 밑그림을 그리고 그 위에 채색을 하는 기법에서도 상뻬의 분위기가 났다.
역시 프랑스에 관한 이야기답게 바게트와 에스프레소 커피에 대한 이야기가 뒤따른다. 프랑스를 이해하기 싶다면 바게트와 친해져라고 말한다면 지나친 과장일까? 지은이에 의하면 그만큼 바게트 빵과 커피는 우리에게 있어서 김치와 밥 같은 존재가 아닐까 싶다. 어디를 가더라도 우리에게 에너지를 공급해 주는 먹거리 이야기가 빠지지 않듯이 미미 역시 민생고 해결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영화 <아멜리에>에 나오는 정원 난쟁이의 세계일주가 그냥 영화감독의 상상으로 만들어낸 이야기인줄 알았는데 실제로 로렌 지방에서 있었던 일을 바탕으로 했다는 이야기에 놀랐다. 역시, 이렇게 무언가 새로운 사실들을 알게 되면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다. 다만 그 글을 읽는 이들이 <아멜리에>를 봤다는 가정 아래서 말이다. 그리고 아마 이런 자세한 이야기들은 프랑스나 혹은 파리, 프로방스를 여행하는 뜨내기들로서는 죽었다 깨어나도 알 수가 없는 이야기들일 테지.
두 번째 장인 <미미, 무지갯빛 프랑스>에서는 본격적인 미미의 유학생활을 곁들인 신변의 이야기들이 소개가 된다. 여행하는 이들이라면 여행지에서 만난 현지인들과 대화도 무언가 색다른 경험을 기대하지만, 아쉽게도 언어상의 문제나 혹은 이방인에 대한 경계심 때문에 거의 일어나지 않는 일에 대한 희망사항일 뿐이다. 그런 면에서 현지인들과 대화를 나누고, 끈끈한 교류에 대한 뒷이야기들이야말로 이 책의 백미가 아닐까 싶다.
그런 점에서 챔피언 가족으로 소개가 되는 파트릭네 테권도 패밀리 이야기와 지인의 소개로 알게 된 22살 난 무슈 가토, 케이크쟁이 줄리앙의 이야기는 마냥 부럽기만 하다. 나도 절로 나도 그런 케이크 한 번 얻어 봤으면 하는 생각이 드니 말이다. 더군다나 지은이가 직접 그려서 적절하게 배치한 일러스트 그림들을 물끄러미 들여다보는 재미 또한 여간 쏠쏠치가 않다.
그 배우기 어렵다는 불어를 배우는 과정에서 고군분투하는 유학생의 면면이 엿보이는 이야기들 또한 흥미진진했다. 근검과 절약이라는 단어로 축약이 되는 가난하지만 마음만은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지은이의 불어 배우기 작전은 차라리 눈물겹기까지 하다. 유학이라는 뚜렷한 목적성을 가지고 목표를 향해 질주하는 미미의 모습을, 휴식과 색다름을 경험하기 위해 프랑스나 혹은 파리를 찾은 이들이 이해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말미에 등장하는 간단한 프랑스식 먹거리 소개도 인상적이었다. 우리나라 떡뽂이 식으로 흔히 거리에서 접할 수 있는 크레이프 만들기, 양파 수프 그리고 토마토 팍시(Tomate farcie) 등은 지금다시 생각해 봐도 군침이 입에서 자르르 돈다. 마지막으로 보너스인 파리 일주를 위한 미미식 지침서는 파리의 상징 같은 존재가 되어 버린 에펠탑, 센 강 위의 바토무슈, 퐁피두 센터, 푸앵 제로(Point zero) 그리고 파리의 지하를 가로 지르는 메트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그네들의 모습을 멋지게 담아내고 있었다.
전반적으로 봤을 때, 프랑스 유학생활에서의 소소한 일상들을 담아낸 글에 만족한다. 하지만 작년에 신이현 작가의 <에펠탑 없는 파리> 그리고 <파리의 스노우캣> 등의 프랑스와 파리에 대한 개성 있으면서도 깊이 있는 책들을 기존에 접해서 그런진 몰라도 독특한 미미 자신만의 칼라가 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혹평을 한다면, 자신의 유학생활이 담긴 어느 블로그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정확하게 자신이 지내고 있는 곳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는 곳도 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얼핏 봐서는 로렌 지방 정도가 되는 것 같은데, 지방자치가 유달리 발달되어 있는 프랑스에서 그 지방 특색들이 제각각이 아니던가.
어쨌든 여전히 현재 진행 중에 있는 그녀의 여정(Voyage)이 순항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