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이스라엘 2000년의 역사
전호태.장연희 지음 / 소와당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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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기에 앞서 이 책이 어떤 성격의 책인가에 대해 많은 관심이 갔다. 전호태와 장연희 두 저자는 책의 말머리에 기독교인이라는 자신들의 정체성을 뚜렷이 밝히고, 성경의 구약사를 커버하는 이스라엘의 역사를 다루겠다고 선언했다. 연초에 유대인들의 삶을 다룬 책을 읽으면서 안 그래도 유대인들의 역사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던 차에 아주 반가운 책을 만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에 읽은 책에서 편향된 시각 때문에 즐거워야할 독서경험이 그렇지 못해서 참 아쉬워서 더 그랬을 지도 모르겠다.

계속해서 저자들이 각 장에서 밝히다시피, <고대 이스라엘 2000년의 역사>의 기본 텍스트는 성경, 그 중에서도 구약성경이다. 오늘날 이스라엘이라 불리는 국가의 역사는 야웨의 약속으로 시작된다. 갈대아 우르 사람 아브람에게 가나안 땅으로 들어가라는 지상명령이 떨어지고, 아브람은 야웨의 말대로 가나안 땅을 향해 나간다. 기독교의 중요한 덕목 중의 하나인 순종이 전면에 부상한다.

이방인들의 땅인 가나안 땅에서 타민족의 핍박 가운데, 히브리인들은 아브람(이후 아브라함으로 불리게 된다), 이삭 그리고 야곱의 대를 거쳐 젖과 꿀이 흐르는 땅 가나안 땅에 정착하게 된다. 하지만, 그의 아들 요셉 대에 이집트와 팔레스타인 전역을 강타한 7년간의 가뭄으로 인해 야곱 휘하의 히브리인들은 이집트로 이주를 하게 된다. 저자들은 바알 신앙으로 대표되는 가나안의 토착신앙에 동화되지 않기 위해, 야웨가 이집트 고센 땅으로 그들을 인도한 것이 아닌가 하는 가설을 내세우고 있다.

이후 이집트의 지배계층은 이방인들인 히브리인들을 국가노예화하고, 각종 국가사업에 그들을 동원하게 된다. 결국 야웨는 모세를 그들의 지도자로 삼아, 야곱의 후손인 12지파를 이끌고 장장 40년에 걸친 광야생활을 거쳐 약속의 땅에 그들을 인도한다. 실제 거리로는 7일이면 주파가 가능한 거리를, 40년 동안이나 걸린 이유에는 이집트 땅에서 노예근성이 밴 엑소더스 1세대의 세대교체와 야웨 신앙의 정화라는 궁극적인 목적이 자리 잡고 있었다.

이 연단의 시간을 거쳐, 이집트에서 탈출한 히브리인들은 야웨 언약의 본질을 깨닫게 되고 비로소 가나안 정복전쟁을 수행할 준비에 들어간다. 하지만 계속되는 히브리민족의 우상숭배와 야웨의 말씀에 절대 순종하지 않으면서 그들에게 약속된 가나안의 정복은 판관시대와 왕정기를 거친 다윗 시대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문자적 의미에서의 정복을 완수하게 된다. 이 투쟁의 과정은 히브리인들은 기존의 떠돌이 이방인 신분에서 벗어나 자유와 평등을 근간으로 하는 새로운 민족으로의 탄생을 의미한다.

<고대 이스라엘의 2000년 역사>의 전반부를 다루는 이 시기에 대한 저자들의 일관된 시선은 이스라엘의 정체성은 바로 야웨와의 언약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유일신 야웨에 대한 히브리인들의 신앙은 그들의 정체성을 담보한다. 하지만 현실세계에서 적대적인 부족들에게 둘러싸인 히브리인들은 민족의 생존을 위해, 주변 이방민족들과 세속적인 타협을 진행하면서 자신들의 야웨 신앙과 동떨어진 자기모순에 빠진다.

그 결과 다윗과 솔로몬 왕 시기에 건설된 제국은 북의 이스라엘과 남의 유다로 분열하게 되고, 멸망과 유배의 과정을 거쳐 민족의 디아스포라를 겪게 된다. 이 책의 후반부에서 주로 다뤄지게 될 내용들이다. 북왕국 이스라엘에서는 엘리야가 그리고 남왕국 유다에서는 이사야가 등장을 해서 야웨를 믿지 않는 히브리인들에 대한 경고가 이어진다. 결국 이스라엘은 아시리아에게 그리고 유다는 신바빌로니아에게 멸망을 당하면서, 히브리인들의 본격적인 디아스포라가 시작된다.

하지만 70년간의 바빌론의 유수를 겪으면서 오히려 유대민족은 자신들의 신앙공동체를 정화하고 거듭남의 기회를 갖게 되었다. 중근동의 여느 민족처럼 통혼과 이주정책으로 타민족에 동화가 되지 않고, 야웨 신앙을 근거로 한 유대민족 공동체로 다시 태어나게 된다. 신바빌로니아의 멸망 후, 페르시아 제국 시대에 다시 예루살렘으로 귀환이 허용된 유대인들은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성전을 짓고, 무너진 성벽을 재건한다.

이후 계속된 헬레니즘 문화에 대항해서, 유대인들은 헤브라이즘 전통을 이어 나가게 된다. 아울러 자신들의 이 모든 고난과 고통으로부터 해방시켜줄 메시아, 다시 말해서 구원자를 기다리게 된다.

로마시대 이후, 단 한 명의 유대인도 유대 땅에 거주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게 되면서 본격적인 디아스포라를 경험하게 된 그들이 어떻게 해서 2000년간이나 돌아갈 고향조차 없는 가운데 자신들의 정체성을 지켰는가에 대한 기본적인 해설이 이 책에 담겨져 있다. 야웨 신앙을 근간으로 하는 부족공동체에서 출발을 해서, 판관시대 그리고 왕정을 거쳐 로마의 속주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과정이 자세히 그려진다.

야웨의 약속으로 시작된 이주와 더불어 유대인들 특유의 선민의식은 오늘날까지도 중동지역의 불안요소가 되었다. 그들이 진정으로 회개와 세례를 통해, 이웃과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법을 깨닫게 될 날을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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