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능해결사 나비
남희영 지음 / 바움 / 2008년 11월
평점 :
품절



참 재밌는 소설이다. 2006년 <컬트동화>라는 첫 책을 발표했던 남희영 작가는 이번에는 <만능해결사 나비>라는 흥미진진한 제목의 장편 소설을 발표했다. 주인공 나비의 청소년기의 성장통과 그리고 현재의 탐정사무소에서 일하고 있는 그의 모습이 겹쳐지는 재밌는 구조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역시 새로운 천년의 탐정사무소는 인터넷과 이메일이라는 첨단 매체를 이용해서 고객들과 소통을 한다. 추남계의 대표적인 스타이자 먹을 거라면 그야말로 사족을 쓰지 못하는 탐정사무소 사장 나비와 그를 보좌하는 묘령의 아가씨 위니가 등장한다. 나비야 처음부터 자신의 존재를 만천하에 드러내놓고 시작을 하지만, 이 위니란 아가씨의 존재는 그야말로 미스터리 그 자체이다. 도대체 이 아가씬 누굴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점점 더 궁금해졌다.

이 소설은 단 4일 동안 나비와 위니가 처리하는 사건들을 다루고 있다. 하지만 요상하게도 이야기의 중심에는 항상 고등학교를 탱자탱자하다가 2년이나 꿇고, 낙천적인 삶을 모토로 삼은 나비의 고등학교 시절이 자리한다. 자신의 첫 사랑 “소녀” 선생님을 사랑하게 된 나비는 그 소녀를 따라 생소하기 그지없는 역도부에 가입한다. 그 외의 범생이들과 그의 숙적 김서열과 함께 말이다.

나비에게 서열은 뛰어 넘을 수가 없는 존재다. 인물도 훤칠한 미남형에, 과묵하고 신중하며 공부도 잘하는 서열은 그야말로 엄친아의 대표적인 케이스라고 할 수가 있겠다. 하지만 나비는 그에 비해 초라하기 그지없는 스펙만을 자랑한다. 도대체 제대로 할 수 있을게 무어냐 말이다. 게다가 자기가 좋아하는 소녀 샘에게 만날 얻어터지고, 쿠사리나 먹지 않으면 다행이다. 그래도 나비는 타인의 이야기를 잘 들어줄 줄 알고, 남 못지않게 그들의 감정 사이를 누빌 줄도 안다. 그게 아마 나비가 오늘날 탐정사무소를 운영하는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나비 사무실에 의뢰하는 이들의 고민 또한 기상천외하기 그지없다. 자신이 누구인지 모르겠어서 자신을 찾아 달라고 하는 이가 있질 않나, 삼다리를 걸치던 헤어진 남친과 다시 만나고 싶은데 친구들의 눈이 두렵다는 의뢰인, 자신의 아들이 아니라고 심증을 굳힌 아버지의 죽음을 대면하게 된 다 큰 아들의 호소 그리고 요즘 똘기 충만한 마이클 잭슨이 왜 그러는지 좀 알려 달라는 질문에 이르기까지 각양각색의 기상천외한 사연들을 가진 이들이 나비 사무실을 찾는다.

그런데 그게 말이다, 모든 게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또 한 꺼풀만 벗겨 놓고 보면 모두가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을 법한 이야기도 될 수 있다는 거다. 어쩌면 나비 사무실에 그런 의뢰를 하는 것 자체가 용감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말미에 보면, 나비는 자신의 평생의 라이벌 서열이 먹고 싶은 건 자기도 죄다 먹고 싶다는 고백을 한다. 뭐, 먹을 거라면 환장을 하는 나비니 충분히 이해가 되는 말이기도 하겠다. 하지만 그 배후에는 자신도 아름다운 여자와의 로맨스를 가지고 싶다는 욕망, 멋진 사회인으로서 성공하고 싶다는 욕망, 인자하고 가정적인 가장되고 싶다는 그야말로 모든 욕망의 총체적인 표현이 아닐까? 먹는 건 더 말할 것도 없겠고.

읽으면서 계속해서 재밌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아마 이렇게까지 읽는 속도에 추진력이 붙지 않았을 것이다. 다만, 분량이 너무 적은에게 흠이라면 흠이랄까? 곳곳에 번뜩이는 재미가 포진해 있다, 아! 재밌다는데 무슨 더 할 말이 필요하리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