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하라 이야기 - 아주 특별한 사막 신혼일기
싼마오 지음, 조은 옮김 / 막내집게 / 200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아주 어려서 헤딘의 중앙아시아 탐험기를 읽고서, 무작정 사막에 가고 싶어졌다. 아마 그 책에 나오는 사막은 타클라마칸 사막이었던 것 같았는데 황량한 모래사막이 끝없이 펼쳐진 그런 사막 말이다. 나중에 첫 배낭여행으로 호주를 찾았는데, 역시 그 호주에서도 모래사막이 보고 싶어 찾아 갔지만 나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붉은색 흙사막이었다. 내가 그렇게 사막을 동경하기 수십 년 전에도 이미 나와 같은 이유로 사막에 첫 발을 디딘 이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사하라 이야기>의 지은이 싼마오였다.

중국에서 태어나 대만에서 자란 싼마오와 스페인 출신의 호세는 사막에 가서 살고 싶다는 싼마오의 소원대로 사막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신접살림을 차린다. 그것도 원래는 스페인령이었던 서부 사하라에서 말이다. 내가 봤던 흙사막이 아닌 진짜 제대로 된 모래사막 그 황량함 속으로 그들은 거침없이 스며들었다.

싼마오 아줌마의 좌충우돌 사하라 사막 생활기는 정말 재밌는 경험이었다. 네 것 내 것 구분이 없는 이웃 사하라위 사람들과 부딪히는 소소한 이야기들로부터 시작을 해서, 버젓이 운전면허도 없이 자신의 애마를 타고 다니질 않나, 그 때문에 사랑하는 호세가 사막의 늪지에 빠져 죽을 뻔 하기도 하고 <사하라 이야기>는 정말 흥미진진한 이야기들로 가득 차 있다. 아마 그렇기 때문에 싼마오의 고향인 대만은 물론이고 중국에서도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싼마오의 글을 사랑하는 이들이 많은가 보다.

동양 출신 여자라는 마이너리티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여권이라는 말의 부재가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사막인들의 세계 속에서 무엇 하나 꿀리지 않고 당당하게 사하라에서 자신의 삶의 모습들을 펼쳐내 보이는 작가의 용기와 도전 정신에 책을 읽는 내내 감탄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녀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했던 ‘최고급 시멘트’ 머리를 가진 호세 역시 싼마오 아줌마에게 헌신적인 사랑의 모습을 보여 주었다. 소위 말하는 서양의 기사도 정신이라는 게 지금도 살아남아 있다면 아마 호세에게 해당되는 말일 것이다.

사막에 대한 막연한 동경으로 시작된 싼마오 아줌마와 호세의 사막생활은 곧 그 공간 속에 살고 있는 이들에 대한 사랑으로 전이가 된다. 아마도 사람들에 대한 진실한 휴머니즘에 입각한 박애정신이 아니었다면, 싼마오 아줌마도 잠시 사하라 사막에 다녀가는 이방인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그들의 삶 가운데 살아 숨 쉬려고 했으며, 사하라를 진정으로 사랑한 사막인이었다. 그럼 점들은 마지막 에피소드이자 그네들의 사하라 사막 생활기의 다이제스트라고 할 수 있는 <자수성가> 편에 자세하게 소개되어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재밌게 읽었던 에피소드는 <풋내기 어부> 편이었는데, 개인적으로 낚시를 좋아해서 그런진 몰라도 보통의 월급쟁이들처럼 항상 돈에 쪼들리던 싼마오 호세 커플이 바닷가에 가서 물고기를 잡아다가 생활비로 벌어 쓴다는 발상이 아주 재밌었다. 호세가 물고기를 잡고, 싼마오 아줌마가 잡은 물고기를 손질하는 수고 끝에 많은 물고기들을 내가 팔게 되지만 결국엔 자기들이 내다판 물고기들을 비싼 돈을 내고 사먹게 된다는 이야기는 아이러니하면서도 번뜩이는 싼마오 아줌마의 재치가 담겨져 있어서 그런지 너무나 매력적이었다.

사라하위 사람들의 삶의 방식을 존중하면서도 싼마오-호세 커플 역시 그네들 나름의 생활방식 대로 살아간다는 고백이 마음에 들었다. 서로의 차이점을 인정하고, 상호 존중하는 삶이야말로 우리들이 지향해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그렇다고 해서 사막에서의 생활이 항상 그렇게 낭만적이고 로맨틱한 것만은 아니라고 싼마오 아줌마는 말하고 있다. 우리 일상에서는 너무나 쉽게 구할 수 있는 물자들마저도 사막에서는 너무나 귀한 것들이며, 이역만리에서 사랑하는 가족들과 친구들과 떨어져 산다는 일이 그렇게 녹록치 않다고 증언해 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이야기에는 현장 체험의 생생함이 묻어나고 있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싼마오 아줌마에 대한 궁금증이 생겨 리서치를 해봤는데, 불의의 사고로 사랑하는 남편 호세를 잃고 대만으로 돌아가 집필 및 다양한 활동을 하던 가운데 48세의 나이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말을 들은 후에는 <사하라 이야기>가 그렇게 낭만적으로만 다가오지는 않게 되었다. 사랑이 깊었던 만큼 사랑하는 사람의 빈자리를 채우는 일이 쉽지 않았었나 보다.

<사하라 이야기>를 통해 싼마오 아줌마의 열혈 팬이 되어 버렸다. 그리고 이제 <사하라 이야기>에 뒤이어 출간예정이라는 <흐느끼는 낙타>라는 책에도 관심을 가지게 됐다. 그녀의 작품들이 계속해서 소개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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