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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 로드 - 라이더를 유혹하는 북미 대륙과 하와이 7,000km
차백성 지음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예전에 배낭여행이란 단어가 아예 없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리고 얼마 후에 배낭여행이라는 개념이 생겨나면서 그것은 하나의 도전으로 받아 들여졌었다. 누군가 주위에서 배낭여행을 다녀왔다고 하면, 대단하다~하고 감탄을 연발해댔다. 또 어느 순간이 되니 자전거 여행이 대세라고 했다. 그리고 우후죽순처럼 그렇게 자전거로 세계를 누빈 이들의 여행 서적들이 출간되기 시작했다. 평생을 자전거와 함께 해왔다는 지은이 차백성 씨 역시 그 대열에 <아메리카 로드>로 출사표를 던졌다.
아, 시작하기 전에 저자에 대해 잠깐만 운을 띠자면 그는 혈기 넘치는 이십대의 청년도 아니고, 그렇다고 어느 정도 세상맛을 본 삼십대 장년도 아닌 바로 25년간 유수의 기업체에서 일하다가 제2의 삶을 시작하기 위해 과감하게 도전장을 던진 장성한 두 아이의 아버지라고 한다. 언제나 그렇듯이 배낭여행이 되었던, 자전거 여행이 되었던 간에 나이나 기타 조건이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바로 발턱에 걸리는 문지방이 문제인 것이다.
각설하고 본론에 들어가 보도록 하자. <아메리카 로드>의 주인공이 애마 MTB를 개조한 자전거로 달리고자 하는 곳은 바로 광활한 대륙 아메리카이다. 어쩌면 젊어서 아프리카 수단의 오지 누비아 사막에서 생사의 갈림길을 경험한 이에게 우리에게는 선진국으로 알려진 미국 땅을 누비는 것쯤이야 식은 죽 먹기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개관적인 추측에 불과하고, 어느 여행이든지 간에 고유의 아우라와 그에 수반하는 고난이 따르기 마련이 아니었던가.
<아메리카 로드>는 크게 삼부작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 첫 번째는 바로 미국의 서북단에 위치한 워싱턴 주의 시애틀에서 출발해서 US101 도로를 타고 오리건 주를 거쳐 캘리포니아와 멕시코 국경에 위치한 산이시드로에 달하는 장장 2,700km의 코스였다. 그리고 두 번째 코스는 캘리포니아의 샌프란시스코에서 출발을 해서 오리건, 아이다호, 몬태나, 와이오밍 그리고 사우스 다코타를 거치는 서부 개척 루트가 그것이었다. 마지막 코스는 마치 지난 두 번의 코스들에 보상인 것처럼 미국이 자랑하는 세계적인 휴양지 하와이 코스였다.
책을 읽는 동안, 왜 지은이는 우주선으로 달나라 여행을 하는 마당에 그야말로 순전히 아날로그적인 자전거라는 가장 기초적인 이동수단을 선택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됐다. 순수하게 우리가 가진 육체의 힘으로 동력을 만들어서 두 개의 바퀴에 전달을 하고, 앞으로 나가는 자전거야말로 가장 정직하면서도 기타 공해물질 전혀 없는 운송 수단이 아니겠는가. 게다가 그 장거리를 여행하다 보면, 많은 동지들과도 해우하게 되지 않는가 말이다. 여행길에서 만난 이들은 모두 친구라는 말처럼 지은이 역시 많은 장소들에서 많은 이들과의 멋진 만남들을 독자들에게 보여 주고 있다.
게다가 자신이 계획한 대로 목표한 지점에 시간 내에 도착했을 때의 그 성취감이란 어쩌면 보통의 평범한 여행객들은 느낄 수 없는 고유의 감정일지도 모르겠다. 물론 “No pain, no gain"이라는 격언처럼 고생 없이 얻어지는 것은 없다지만 자신과의 치열한 싸움 끝에 얻어낸 것일수록 더 값지게 느껴지는 법이 아닐까. 세계적으로 아름다운 US101의 해안도로를 따라 역경 끝에, 첫 목표를 이뤄낸 작가는 이번에는 좀 더 야심찬 목표인 서부개척사에 도전하게 된다.
예전에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서 인용된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화두(話頭)가 차백성 씨의 두 번째 코스에서 여실하게 드러난다. 영국과의 독립전쟁 이래 확장을 계속해 가던 미합중국이 마침내 국가의 건설방향을 서부로 잡게 되면서, 프런티어 정신으로 무장한 수많은 이주자들은 이 시기에 비옥한 땅과 황금을 찾아 서부로 향하게 된다. 하지만 그 밑바탕에는 미국이 세계에 알리고 싶어 하지 않을 사실이 있으니 바로 그 땅의 원주민들이었던 아메리카 인디언들과의 투쟁이었다.
루이스와 클라크 탐험대를 도운 인디언 여성 사카자웨아는 지금도 미국의 1달러짜리 주화에 주인공으로 그려져 있는데, 그 이면에는 외면하고 싶은 미국사의 상흔들을 엿볼 수가 있었다. 정말 직접 그네들의 땅에 발을 디디지 않고서는 나올 수 없을 것 같은 감상들이 책 가운데 부유하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들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가지고 시작한 테마 여행이 부럽다는 생각이 불현 듯 솟구쳤다.
마지막으로 등장하는 하와이 투어는 정말 뭐랄까 그동안 고생한 그대, 떠나라~라는 카피가 연상됐다. 물론 우리나라 사람들의 미주이민사의 효시라고 할 수 있는 하와이 플랜테이션 농장으로 이민 온 한인들의 이야기들도 있기 했지만 상대적으로 부족한 것이 좀 아쉬웠다. 그리고 부록처럼 달려 있는 자전거 여행에 대한 팁도 자전거 여행을 계획하는 이들에게는 아주 유용한 정보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디지털 세상 가운데, 자전거와 패니어 가방에 단출하게 꾸린 살림살이를 가지고 어디라도 떠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유목민 정신을 가진 그대, 당장 떠날지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