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만, 오드리!
로빈 벤웨이 지음, 박슬라 옮김 / 아일랜드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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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미국 캘리포니아에 사는 16살 난 오드리. 그녀에게 특별한 것이 무엇이 있을까? 여느 또래들처럼 같이 학교에 다니고 쇼핑몰의 아이스크림 매장에서 알바를 뛰는 지극히 평범한 여학생이다. 굳이 남들과 다른 점을 찾는다면, 음악에 대해 조예가 거의 마니아급이라는 것 정도? 아 하나 더, 그리고 언젠가 오버 그라운드를 꿈꾸며 밴드활동을 하는 남친이 있다. 바로 이 중요한 포인트가 바로 이 책 <잠깐만, 오드리!>의 시발점이 된다.

자신보다는 오로지 음악에만 매달려 사는 남친 에반에 대해 오드리는 이제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절교를 선언한다. 그리고 일방적으로 실연을 당한 에반은 이 실연을 소재로 해서 노래 <잠깐만, 오드리!>를 만들고, 그가 이끄는 밴드 ‘두 구더스’는 그야말로 대박을 친다. 사방에서 <잠깐만, 오드리!>가 들려오고, 보통의 삶을 원했던 오드리는 일약 스타의 반열에 오르게 된다.

어떻게 보면 지극히 일반적인 칙릿 소설 같기도 하지만, <잠깐만, 오드리!>에는 얼핏 보면 그냥 무심코 넘기기에는 심오한 주제들이 많은 것 같다. 일단, ‘두 구더스’로 대변되는 음악 산업계의 일면이 그 하나이다. 팝차트 정상을 바라보면서 오늘도 어느 어두컴컴한 지하실에서 기타를 뜯고, 드럼을 두들겨 대는 밴드의 자화상이 보인다. 대중음악이라는 것은 결국 팬들의 관심을 떠나서는 존재할 수가 없는 것 아닌가. 거대한 소비 시스템 하에서 움직이고 길들여지는 주인공들이 어떻게 보면 체스 판의 말과도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밴드들은 대중이 좋아할만한 노래들을 만들기 위해 고심을 하고, 대중들은 그들이 좋아하는 음악을 소비한다. 소비의 통로는 정말 다양하다. 우리나라에 싸이월드에 해당하는 마이스페이스가 그들의 주요 홍보매체가 되고, 메신저과 핸드폰은 그런 음악 상품들을 계속해서 확대 생산하는데 있어서 한몫하고 있다. 게다가 이제는 아주 일상화가 되어 버린 파파라치들은 확실하게 “뜬” 대중스타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사진을 찍어서 대중들에게 전달한다. 이런 상황들은 너무나 복잡해서 도대체 어디에서 시작이 되었는지조차 헷갈릴 지경이다.

한편 여전히 미국 사회에서 가장 중요시되는 가정의 중요성은 어김없이 다시 한 번 등장해서 오드리를 지키는 마지막 방어선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 새로 사귄 남친과 다투고 절친 빅토리아와도 대판 붙어서 그야말로 어디에 마음 둘 데 없는 오드리의 최후의 보루는 결국 아빠와 엄마 그리고 뚱뚱한 애완고양이 벤도몰레나가 지키는 홈 스윗 홈(home sweet home)인 것이다.

우리네 삶이 그렇듯이, 이 소설에서도 헤어진 남자 친구가 만든 노래 때문에 일상의 삶이 엉망진창이 되었지만 그런 사건(!!!)이 없었더라면 이 소설이 쓰일 일도 없었을 것 아닌가. 자신은 앵무새처럼 평범하게 살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고 있지만, 마음 한 구석에서는 은근 콘서트 장에서 VIP 대접을 받고, 백스테이지를 마음대로 드나드는 그런 아무나 가질 수 없는 특권을 마냥 즐기지 않았던가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여전히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에 놓여 있는 그 넓은 태평양 바다만큼의 거리감이 느껴졌다. 자유로운 그네들 미국의 십대들의 삶은 역시나 입시지옥에 시달리고 있는 우리네 그것과는 메울 수 없는 괴리감이 느껴졌다. 각 장의 부제처럼 달려 있는 팝송들 또한 예전 같았으면 모두 꿰고 있었을 테지만, 팝송에 대한 미련을 던 지금으로서는 낯설기만 했다. 물론 예전부터 알고 지내던 밴드의 곡들도 있어서 반갑기도 했지만, 대개의 경우 거의 모르는 밴드들이 많았다. 이런 노래들에 대해서 더 많은 정보들을 알고 있었다면 소설을 읽으면서 좀 더 이해가 잘 되었으련만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X세대, Y세도 아닌 아이팟, 메신저와 마이스페이스로 무장한 새로운 Z세대의 삶을 관통하는 즐거움이 있는 <잠깐만, 오드리!>의 세계에 빠져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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