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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딜런 평전 ㅣ 역사 인물 찾기 25
마이크 마퀴스 지음, 김백리 옮김 / 실천문학사 / 2008년 7월
평점 :
미국 출신의 마이크 마퀴스가 쓴 <밥 딜런 평전>의 원제는 <자유의 종소리: 밥 딜런 예술의 정치학>이다. 1960년 초반 포크음악계에 혜성처럼 등장해서 당시의 치열했던 시대정신을 노래했던 밥 딜런에 대한 헌정사라고 할 수가 있겠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전 세계를 제패한 미국의 팍스 아메리카나가 위세를 떨쳤던 50년대가 지나고 60년대로 접어들면서 미국 사회는 내외의 많은 문제점들로 그야말로 폭발 일보 직전에 있었다. 우선 흑인들이 평등한 권리를 주장하면서 시작된 공민권 투쟁으로 대표되는 내부문제들과 외부적으로는 바로 미국의 앞마당이라 불리던 쿠바에서 카스트로의 혁명으로 촉발된 미사일 위기와 점점 수렁으로 빠져 들고 있던 베트남전의 확대는 물질적 풍요로 가득했던 미국 사회에 일대 충격으로 다가왔다.
당시 미국 사회는 물질적으로는 더 이상 바랄게 없을 정도의 풍족했지만, 평등에 기초한 공존과 반전을 요구하는 청년들의 이상주의는 보수적인 기존 질서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상황이었다. 소위 말하는 베이비붐 세대들이 제도사회권으로 진입하게 되면서 그들의 부모세대들과는 전혀 다른 생활 패턴과 사고방식으로 인한 갈등은 필연적이었다.
이런 시대적 상황 가운데, 미네소타 히빙 출신의 유태계 출신 밥 딜런(이 사실은 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으로 알게 됐다)이라는 이십대 초반의 청년이 예술가들의 아지트였다는 뉴욕 그리니치빌리지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어쿠스틱 포크기타와 현실에 기초한 가사로 무장한 약관의 예의 싱어 송라이터는 말랑말랑한 팝송들이 판을 치고 있던 세태에 일대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 때 빚어진 반항아적이면서 구시대의 권위에 도전하는 그의 이미지는 그 후 밥 딜런의 트레이드마크가 되었다. 물론 그가 작가가 말한 대로 저항그룹들과 명백하게 선을 그으면서 변절을 한 후에도 말이다.
밥 딜런이 자신의 최전성기를 달리던 1962~7년 동안 지금까지도 많은 아티스트들에 의해 커버가 되는 그야말로 주옥같은 명곡들을 연달아 히트시킨다. 모든 아티스트들이 그렇겠지만, 팬들의 인기를 염두에 두면서도 한편으로는 자신이 만들고 싶은 음악을 만들고 싶은 아티스트로서의 진정성 사이에서 고민하던 밥 딜런은, 1965년 자신을 스타로 만들어주었던 뉴포트 포크페스티벌에서 종래의 어쿠스틱 기타 대신 전자 기타를 들면서 팬들을 경악시키기에 이른다. 진보진영으로부터는 ‘자본주의화’되었다는 혹평을 받는 수모도 경험하게 된다.
그리고 1960년대 음악계에 한 획을 그었던 우드스톡 페스티벌에도 참여하지 않음으로써 자신을 저항정신의 아이콘이라고 생각했던 많은 이들로부터 비난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어떤 음악도 모두 상업화시켜 버리는 음반업계의 생태를 알고 있었던 밥 딜런은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음악을 추구할 수 있게 된 다음부터는 자신만의 길을 방법을 선택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그런 자신의 음악적 시도들이 팬들로부터 다양한 반응을 받은 것은 당연한 귀결이었다.
선배 우디 거스리로부터 다양한 영향을 받은 밥 딜런은 동시대의 필 옥스와 같이 정치적 성향이 강한 노래들을 발표한 아티스트들과 서로 상호교류를 통해 자신만의 음악 세계를 만들어 갔다. 그 후 70년대 초반 등장한 미국 노동자 계층의 영웅이라는 브루스 스프링스틴에게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는 이야기들이 책의 후반부에서 자세히 소개되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제목이 왜 <밥 딜런 평전>이었을까 하는 점이었다. 사실 책을 읽어 보면 알게 되겠지만, 밥 딜런의 평전 같은 성격보다는 밥 딜런이 전성기를 누리던 1960년대 음악계 전반에 걸친 작가의 통찰이 돋보이는 보고서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래 전부터 팝송을 즐겨 들었지만, 왠지 포크하면 노친네들이 부르는 진부한 노래라고만 생각을 하고 아예 귀를 닫았던 적이 있었다. 이 책 <밥 딜런 평전>을 읽으면서 예전엔 일부러 듣지 않던 밥 딜런의 노래들을 구해서 듣게 됐다. 시대가 변하면 사람도 바뀐다고 했던가. 하지만 새로운 밀레니엄을 맞은 오늘날에도 당시 시대정신을 노래했던 밥 딜런의 노래들이 새로운 커버 버전으로 해서 많은 팬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걸 보면 진정성에 기반한 예술의 불멸성이 새삼 느껴졌다.
*** 내가 찾은 오탈자
1. 케네디 대통령 -> 로버트 케네디 대통령 후보 (224페이지)
2. 아티스 -> 아티스트 (233페이지)
3. Yours -> Your (274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