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가족을 믿지 말라 스펠만 가족 시리즈
리저 러츠 지음, 김이선 옮김 / 김영사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읽으면서 먼저 그 방대한 분량에 한 번 놀랐고, 다음으로 이 책의 기발한 아이디어를 낸 여류작가 리저 러츠의 상상력과 구성에 다시 한 번 놀랐다. 하지만 오락적 재미와 더불어서 다양한 캐릭터들의 치밀한 묘사와 속도감 넘치는 진행으로 책을 읽으면서 그야말로 페이지가 넘어가는 줄 모르고 책을 읽었다.

소설의 배경은 미국의 샌프란시스코 지역이다. 그리고 1남 2녀의 자녀들을 둔 스펠만 가족들이 그 중심에 서 있다. 이 소설의 핵심 포인트는 바로 이들의 직업이다. 그들은 가족단위로 운영되는 사립탐정업을 하고 있다. 주인공 이자벨 스펠만은 올해 28세로 십 수 년째 ‘패밀리 비즈니스’에 참여하고 있다. 미행으로부터 시작해서 신원조회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다재다능한 능력의 소유자다. 물론 너무나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로 미성년시절부터 절친 페트라와 더불어 갖가지 비행들을 저지르면서 온 동네를 누비고 다녔다.

반면 두 살 터울 위의 오빠 데이비드는 어려서부터 뛰어난 모범생 이미지로 시간당 400달러의 수익을 올리는 촉망받는 변호사로 패밀리 비즈니스에서는 한 발짝 떨어져 있다. 그리고 과거 형사로 일하다가 죽을병에 걸렸다가 살아났지만 아내 소피 리를 잃은 삼촌 레이가 있다. 은퇴 전에는 그야말로 모범적인 삶을 살았지만, 가까스로 죽음의 위기에서 벗어난 이후 허랑방탕한 생활을 하고 있다. 그리고 그 레이 삼촌의 이름을 딴 막내 여동생(14세) 레이가 있다. 단 것을 너무나 좋아하고, 미행을 취미생활로 삼고 있으며 이자벨의 단골 술집인 ‘철학자 클럽’에 들러서 바텐더 밀로를 괴롭히며 진저에일을 마셔댄다.

이런 탄탄한 캐릭터들을 바탕으로 해서 저자 리저 러츠는 이야기를 풀어 나가기 시작한다. 그런데 리저 러츠는 바로 이런 평범하지 않은 조금은 이상한 가족들의 에피소드들을 통해 현대 가정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고 싶은가 보다. 근래 나오는 할리우드 영화들이 은근히 예전에 TV 다이닝에서나 보이는 그런 전통적인 가족의 중요성에 새삼 비중을 두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아무리 자녀들이 부모들의 속을 뒤집어 놔도, 그들은 언제나 이자벨과 레이에게(모범생 데이비드는 예외로 하자!) 항상 “사랑한다”고 주문을 외운다.

아마도 저자 리저 러츠가 그랬듯이 가족의 이런 든든한 후원이 자녀들을 더 이상의 사회적 일탈행위들로부터 막아낸 원동력이 아닐까. 리저 러츠는 이 소설을 통해 애써 만든 캐릭터들이 아까웠던 모양으로, 시리즈 소설을 쓸 계획 중에 있다고 한다.

물론 가족의 중요성에 대한 강조는 다소 진부해 보이는 주제일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작가는 가족사에 더해서 갖가지 에피소드들을 끼워 넣는 독자들에 대한 서비스 정신을 잃지 않는다. 틴에이저 시절부터 시작된 이자벨의 연애사가 바로 그것이다. 그녀는 자신의 부모님들이 하는 일에 대해서, 선뜻 아무에게나 말할 수 없기 때문에 거짓으로 관계를 시작한다. 바로 이런 문제로 인해 그녀의 관계는 지속될 수가 없다. 9번째 남친으로 등장한 대니얼도 그런 장애를 뛰어 넘지 못하고 두 손을 들어 버린다.

개인적으로 이 소설을 바탕으로 시리즈가 계속해서 나온다면 아마 텔레비전 시리즈로도 제작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 그리고 소설 속에서 중요한 소재로도 사용된 <겟 스마트>같은 TV프로그램들이 언제나 우리나라 소설에도 등장하게 될지 궁금해졌다. 새로운 밀레니엄 시대에 적합한 가족관계란 어때야 하는지에 대해 한 수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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