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과 마력의 도시 로마 산책 - 정태남의 유럽 문화 기행
정태남 글.사진 / 마로니에북스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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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간 이탈리아 로마 생활을 바탕으로 해서, 건축사로 현지에 살고 있는 정태남 씨가 2,500년의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영원의 도시 로마에 대한 책을 썼다. 그 책이 바로 <매력과 마력의 도시 로마 산책>이란다. 매력이야 그렇다 치고, 마력은 정말 말로 형언할 수 없는 그 무언가의 ‘아우라’(aura)가 있다는 말 아닌가. 작가는 자연학도답게 담담한 필치와 멋진 사진들로 독자들을 ‘영원의 도시’로 인도한다.

일단 모두 16개의 로마 내의 명소들을 선택해서 아주 자세하게 설명을 해주고 있다. 로마 하면 역시 고대-중세-르네상스 그리고 현대에 이르기까지 그 모든 역사와 문명들의 총집합체가 아닌가. 전설에 따르면, 테베레 강가에서 늑대의 젖을 먹고 자라났다는 로물루스와 레무스 형제가 설립한 도시국가가 바로 로마의 시초라고 한다. 왕정, 공화정 그리고 카이사르와 그의 양아들 옥타비아누스(아우구스투스)의 제정 시기에 로마의 기본 틀이 갖추어진다.

바로 이 역사적 근거에 기반해서 모두 7개의 언덕 중에서 로마 황제들의 거처였던 팔라티노 언덕에서 이 책은 시작된다. 마치 시간의 연대적 흐름을 따라 가듯이 그렇게 하나하나 로마에 가게 되면 놓치지 말고 봐야하는 명소들, 팔라티노 언덕을 중심으로 해서, 포로 로마노-콜로세움 그리고 주변에 포진한 개선문에 이르기까지 차분하게 소개하고 있다. 특히 로마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콜로세움의 야경은 책의 표지로도 사용했다.

옛 로마 황제들이 “빵과 서커스” 즉 우민정책을 시행하기 위해 설립했던 옛 경기장들은 현대를 살아가는 로마인들의 오락을 위해서도 존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 주기도 한다. 2006년 프랑스와의 월드컵 결승전을 보기 위해 치르코 맛시모에 모인 군중들의 모습에서는 옛 검투사들의 일거수일투족에 환호성을 지르던 고대 로마인들의 그것이 연상되기도 한다. 이탈리아에서는 스포츠하면 오로지 축구만을 말한다고 하던 이야기가 언뜻 떠올랐다.

그렇다고 해서 이야기들이 어느 한 시대에만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니었다. 빌리 와일더 감독의 영화 <로마의 휴일>에 나오면서 전 세계적으로 더욱 더 유명해진 “진실의 입” 그리고 “스페인 광장”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읽고 있자니 입가에 미소가 번지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그리고 현재 로마에 수많은 명작들을 남겨준 르네상스 시대 거장들의 이름 앞에서는 경외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가장 좋아하는 조각가로 꼽을 수 있는 미켈란젤로, 37살의 나이에 요절한 라파엘로, 나보나광장 건설에 있어서 라이벌 관계를 형성했던 베르니니와 보로미니에 이르기까지 그런 위대한 예술가들이 종횡무진 활약하던 배경이었던 로마에 살며 그들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이탈리아 사람들이 부러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이 책을 통해 한 가지 개인적으로 배울 수 있었던 점이 있었는데, 지금까지 카라바지오라는 이름으로 알고 있던 요절한 화가가 또 다른 미켈란젤로라는 이름의 주인공이었다는 점이었다. 산타 마리아 데 포폴로 성당에 그가 그렸다는 <베드로의 십자가형>과 <바울의 회심>은 그런 사실을 알고 보니 좀 더 달라 보이기까지 했다. 나보나광장에도 가봤지만, 이 책을 통해 정태남 씨가 알려준 대로 보로미니와 베르니니의 그런 경쟁관계를 알았더라면 더 흥미진진했을텐데 하는 아쉬움을 지울 수가 없었다.

2003년 6월 처음으로 영원의 도시 로마를 찾았을 때, 이 책에 나온 거의 모든 장소들을 가봤었는데 당시에는 너무 준비를 하고 가지 않아서 그만큼의 감동이 부족한 느낌이었다. 다시 한 번 로마를 찾게 된다면, <매력과 마력의 도시 로마 산책> 덕분에 좀 더 깊이 있는 로마를 느끼게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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