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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로우, 순자 - 쓰면 뱉고, 달면 삼켜라
류예 지음, 양성희 옮김 / 미래사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개인적으로 어려서부터 다양한 중국 고전을 읽으면서 중국 역사에 대해 알게 되었다. 열국지로 시작을 해서, 초한지 그리고 모든 이가 읽는 삼국지에 이르기까지, 중국의 고전들은 어린 나에게 세상의 모든 삼라만상과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이야기들을 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 중에서도 중국 역대 왕조의 기본 통치이념으로 자리 잡은 유가사상은 공자와 맹자를 거쳐 순자에 이르면서 그 완성을 이뤘다고 한다. 이 책 <헬로우, 순자>에서는 순자가 살던 전국시대 말엽 그야말로 갖가지 사상들이 난립하던 백가쟁명의 시기에 다양한 군상들의 생존에 대한 처세술을 모두 40가지 에피소드들을 통해 담고 있다.
책 표지에 나오는 대로 “쓰면 삼키고, 달면 뱉어라”는 말처럼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순자의 사상을 대변해 주는 말이 없을 것 같다. 이 책에서 순자는 궁극적으로 그가 이상적인 인격의 완성체로 생각하고 있는 군자(君子)로서의 삶에 대해 역설하고 있다. 배움에 있어서 끊임없이 정진할 것을, 사치하지 말고 검소해야 할 것을, 모든 사람들을 대하는데 있는 외모가 아닌 인격으로 판단할 것을 주문하며 그야말로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가장 기본적으로 필요한 소소한 일들을 제시하고 있다.
우리가 순자하면 떠올리게 되는 것이 바로 맹자의 성선설(性善說)에 비교되는 성악설(性惡說)이다. 인간은 모름지기 태어나면서 선한 품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악하다는 것이 이 설의 핵심이라고 할 수가 있겠다. 하지만 <헬로우, 순자>에서는 어쩌면 조금은 왜곡되어 전해지고 있는 순자의 사상에 대해서 날카로운 메스를 가한다. 순자는 인간이 태어나면서부터 악하다는 설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순자의 성악(性惡)은 인간의 생리적이면서도 심리적인 욕망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말하는 것으로, 사람들로 하여금 스스로 깨달아 악에서 벗어나 선으로 돌아올 것을 훈계하고 있는 것이다. 성선설과의 대비에 있어서도, 상대적인 개념이 아닌 서로 상호보완적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 외에도 말을 많이 하면 실수가 많다는 권학(勸學) 편에 나오는 “언유소화야(言有召禍也)”는 어제 영역회의를 하면서 개인적으로 느낀 점이기도 하다. 영업특판팀의 부장이 어찌나 말을 많이 하던지(그것도 거의 불필요한 이야기로) 동석한 내내 힘이 들었다. 그리고 주의 깊게 들어 보니 말을 많이 하면 할수록 실수하기 쉽고, 지키지 못할 가능성이 많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성악설에 대한 깨달음과 더불어 수신(修身) 편에 나오는 마음의 움직임이 몸의 움직임만 못하다는 행동의 중요성에 대해서 다시 한 번 배울 수가 있었다. 듣는 것이 보는 것만 못하고, 보는 것이 배움만 못하며, 배우는 것이 실천해서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것만 못하다는 것은 자명한 진리가 아니겠는가. 책을 통해서 배우고 깨달았다면, 우리의 실생활에 적용을 하는 과정 또한 배움의 과정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배우게 됐다.
책의 편집에 있어서는, 우선 원문과 그에 대한 간단한 설명으로 시작을 하고 두 부분으로 나누어서 첫 부분에서는 자세한 설명을 곁들이고 두 번째 부분에서는 실제 있었던 역사적 사실들을 다룸으로써 균형 잡힌 구성을 보여 주고 있다. 그리고 겉표지의 순자와 진짜 책 표지의 순자와는 다른 일러스트를 사용함으로써 독자들에게 딱딱한 모습이 아닌 좀 더 친근한 접근을 시도하는 모습이 참신하게 느껴졌다.
2,000년 전의 순자의 사상들과 처세에 대한 가르침들이 어쩌면 그렇게 예전의 난세에 비유할 만큼 한치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오늘날에도 그렇게 꼭 들어맞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 내가 찾은 오탈자
1. 기원전 -> 기원후 (103페이지)
2. 韋 -> 衛 (119페이지)
3. 침작 -> 침착 (162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