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 짝퉁 라이프 - 2008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고예나 지음 / 민음사 / 2008년 6월
평점 :
품절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이라는 타이틀이 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책 <마이 짝퉁 라이프>를 펴들었다. 내가 그전에 마지막으로 읽었던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이 뭐였지? 이만교의 <결혼은, 미친 짓이다>이었나? 그게 벌써 8년 전의 일인가 보다. 그 책을 읽으면서 참 많이 공감했었는데……. 근데, 이 책 <마이 짝퉁 라이프>의 작가 고예나 씨는 올해 방년 25세의 나이라고 한다. 그리고 표지의 일러스트가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책의 표지는 어쩌면, 그 책의 내용의 반절 정도는 벌써 이미지로 말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주인공 나(극중 인물 이진이)는 편의점에서 일하고 있는 작가의 분신에 다름이 아니다. 으레 소설들이 그렇듯이 주인공 나와 관계를 엮어 나갈 사이드킥이 필요하다. 그래서 작가는 자유연애주의자인 B와 연애박사라고 할 수 있는 R을 등장시킨다. 그런데, 나중에 그 B와 R을 등장시키는 것으로 보아 실제 인물이라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 소설적 재미가 덧붙여지지 않았더라도 실제로 그런 캐릭터들이라고 한다면, 작가의 실제 삶이 참 재밌을 것 같았다.

이 책을 펴는 순간, 너무 배가 고파서 밥알도 제대로 씹지 않고 마구 삼키는 그런 느낌으로 책장을 넘기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그만큼 <마이 짝퉁 라이프>는 집중력 강했고, 흥미진진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제목 또한 일품이다. 두 개의 영어 단어 사이에 끼어 버린 “짝퉁”이라니. 어려서 어머니를 잃고, 첫(?)사랑에도 실패해서 새로운 사랑을 두려워하는 주인공의 자조적인 모습이 “짝퉁”이라는 단어를 통해 책 언저리에 비춰지고 있는 느낌이었다.

주인공은 편의점에서 알바로 돈을 벌고, 폐기기간이 아슬아슬하게 지난 편의점 음식들 친구 B와 아주 사이좋게 나눠 먹고, 문자를 주고받으며, 영화를 보러 다니며 동대문시장으로 옷을 사러 다닌다. 이런 행위들에서 무언가 공통점이 느껴지지 않은가? 바로 ‘소비’라는 단어가 그것이다. 그녀가 일하는 편의점은 전형적인 소비를 위한 공간이고, 음식을 먹는 것도 그리고 서로 소통하는 것도 모두 일련의 소비행위들이다. 어쩌면 우리의 사랑, 실연, 질투, 분노와 같은 원초적인 감정들도 이 소비라는 말에 종속되어 있는지도 모르겠다.

결국 상대방에 대한 감정의 한 오라기까지 소진시켜 버린 주인공은 그 저점에서 반등해서 자신의 자리로 되돌아오게 된다. 그래서 이 소설은 해피엔딩인가? 그건 모르겠다. 어쨌든 작가가 태어나던 해에 출간된 정비석 선생의 손자병법을 애지중지하던 주인공은 현실세계에 무사히 ‘연착륙’하게 된다. 작가가 삼국지에 나오는 적토마를 언급했을 적에는 그럴 수도 있겠다라고 생각했지만, 초패왕 항우의 애마 오추를 연달아 썼을 적에는 정말 경탄했다.

왠지 모르겠지만 주인공 이진이와 친구 B가 편의점에서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들을 나눠먹고 있는 장면에서, 왕가위 감독의 영화 <중경삼림>의 그것이 연상됐다. 이별에는 그리고 사랑이라는 감정에는 유통기한이 없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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