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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스타 존의 수상한 휴가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영미 옮김 / 북스토리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어려서 한창 팝송을 즐겨 듣던 시절, 난 왠지 같은 영국 출신의 비틀즈보다 롤링 스톤즈가 더 좋았다. 그 시절에 대개 롤링 스톤즈보다는 비틀즈를 좋아했었다. 뭐 그렇다고 해서 내가 비틀즈를 듣지 않았다는 말은 아니다. 비틀즈도 물론 좋아했었다. AFKN을 통해서 그 비틀즈의 멤버였던 존 레논이 솔로 시절에 내놓은 <Instant Karma> 비디오를 수도 없이 봤었다. 오늘 쓸 서평의 주인공이 바로 그 존 레논이다.
존 레논은 <팝스타 존의 수상한 휴가>의 세계적인 팝스타 존으로 나오는 주인공의 모델로, 일본인 아내 오노 요코와 결혼을 해서 1975년에 자신의 생일인 10월 9일에 두 번째 아들 션 레논을 낳았다. 대중들의 눈을 피해 은둔의 시간을 가졌던 바로 1976년부터 1979년까지 잃어버린 4년간이 바로 이 소설이 배경이 된다.
팝스타 존은 일본인 아내인 게이코와 아들인 주니어와 더불어, 일본에서 유명한 휴양지인 가루이자와에 있는 처가의 별장에서 여름을 나기로 한다. 때는 바야흐로 일본인들의 최대 명절 중의 하나인 오봉절 무렵이다. 그런데 존은 갑자기 찾아온 변비로 고생을 하게 된다. 이런 육체적 고통에 덧붙여져서, 밤마다 악몽을 시달리게 된다. 이제는 모두 고인이 되어 버린 자신이 예전에 괴롭히거나 몹쓸 짓을 했던 이들과의 에피소드들이 끝없이 그를 괴롭힌다. 정신적인 문제에 앞서, 결국 그는 병원을 찾아 자신의 문제(변비)를 해결하려고 한다.
<팝스타 존의 수상한 휴가>에는 묘하게 현실과 판타지가 뒤섞여 있다. 소설 중에서도 주인공도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판타지인지 몰라서 헤매지만 그건 읽는 이들도 마찬가지다. 사생아로 태어난 존 레논의 어머니와의 그 애증의 관계, 자신들을 세계적인 밴드로 끌어 올리는데 혼신을 힘을 다했지만 언제나 멤버들로부터 조롱을 당했던 비틀즈의 매니저 브라이언 엡스타인과의 관계, 자신들이 예수 그리스도보다 인기가 있다는 말로 파문을 일으켰던 에피소드들에 대한 회상 부분은 소설의 리얼리티 부분을 이끄는 핵심적인 요소들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판타지 부분들이 부족한 것은 아니다. 우선, 팝스타 존이 일본에서 체류하는 동안 몹쓸 변비에 걸려 고생하는 발상 자체가 독자들의 관심을 휘어잡는다. 게다가 일본 고유의 명절인 오봉절 즈음을 사건 발생의 중심에 둔 것도 모두 작가가 치밀하게 고안해낸 장치들의 다름이 아니다. 존의 40년 인생에서 지속적으로 그를 괴롭혔을 것이라고 추정되는 정신적 트라우마들의 재구성을 통해, 천재적인 팝스타 존이 아니라 인간 존의 내면세계로 독자들을 인도한다. 물론 어디까지나 작가 자신의 창작에 의한 것이긴 하겠지만 말이다.
책의 표지에 나와 있고, 자신이 만든 노래 제목이기도 한 “Working Class Hero"는 영국 리버풀 출신으로 세계적인 부와 명성을 모두 거머쥔 자신의 자화상이다. 어린 아들과 외국인 아내와 더불어 보통 사람의 삶을 살고 싶어 하지만, 세상은 그들을 내버려 두지 않는다. 그래서 그 셋 모두는 세상과의 차단을 상징이라도 하듯 선글라스를 쓰고 있다. 심지어 주니어까지! 노동계급의 영웅은 그렇게 피안(彼岸)도 아닌 그렇다고 차안(此岸)도 아닌 그 어중간한 임계점에 서 있는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28년 전 우리의 곁을 떠난 ‘노동계급의 영웅’에 대한 어느 일본 작가의 유머 넘치는 사모곡(思慕曲)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