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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세다 1.5평 청춘기
다카노 히데유키 지음, 오유리 옮김 / 책이좋은사람 / 2007년 9월
평점 :
절판
다카노 히데유키가 쓴 <별난 친구들의 도쿄 표류기>로 시작된 그와의 만남은 <극락 타이 생활기>에 이어 결국 그의 11년간의 와세다초 자취집 노노무라 생활을 그린 <와세다 1.5평 청춘기>까지 읽게 하고야 말았다. 전 세계를 상대로 말도 안 되는 일들만 하러 다닌 다카노 히데유키. 콩고에 가서 정체불명의 괴수 무벰베를 만나겠다고 하고, 아마존 오지를 탐험하러 다니고 또 미얀마에 잠입해서 양귀비 밭에서 일하면서 아편을 만들다가 막판엔 아편중독까지 경험하게 된 그의 파란만장한 일대기의 배경이 될 수 있었던 노노무라 생활기가 이 책에 구구절절하게 실려 있다.
굳이 직업을 밝히자면 오지 탐험 전문작가라고 할 수 있는 그는 이미 와세다 대학 탐험부 소속 4학년으로 이미 많은 경험을 하고서, 별난 사람들만 모여 사는 노노무라에 뛰어 든다. 달랑 다다미 세장의 90-180(cm) 남짓 되는 곳에서 그가 향후 11년간을 생활하게 될지 그 누가 알았던가. 그렇다고 샤워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아래층에 사는 수전노 마쓰무라는 계속해서 구린 반찬으로 자취생들에게 테러를 감행하고, 프라이버시라고는 전혀 모르는 겐조 씨 등 어디서 그렇게 개성이 강한 캐릭터들만을 모았나 하고 생각할 정도였다.
탐험부 후배 이시카와와는 환각작용을 불러일으킨다는 마귀광대버섯을 찾으러 가질 않나, 역시 친구인 기타와 샤미센을 연주하며 점을 쳐서 돈을 벌겠다는 허황된 구상에 이르기까지 보통 사람들로서는 도저히 생각할 수도 그리고 생각을 한다고 해도 실천에 옮길 수 없는 그런 일들만을 작가는 벌여왔다.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1.5평에서 2평으로 옮겨가면서, 그가 말하는 막막증은 그 증세를 더해가기만 한다. 이미 대학을 졸업한 선배, 동기 그리고 후배들이 사회에 나가 적응해 가는 동안 작가는 내내 그렇게 엄한 탐험과 모험에만 시간과 온 정성을 다하고 있었다.
어느 시인이 그전에 서른 살에 잔치는 끝났다라고 선언했던 대로, 작가 역시 서른 살을 넘기면서 그동안의 자신에 삶에 대해 반추하기 시작한다. 어쩌면 그의 좌충우돌식 삶을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들을 부러워하지만 작가의 고백대로, 어쩌면 두려움반 동경반의 마음을 가지고 꾸역꾸역 삶의 행진을 계속한다. 그리고 그 잔치가 끝난 마당엔 작가의 진한 회한만이 쓸쓸하게 자리 잡고 있었나 보다. 결국 그는 결심을 하게 된다.
작가의 그 후의 삶이 어떤 식으로 전개되었는진 모르겠지만, 아마 노노무라에서의 11년간의 삶은 그 누구도 경험할 수 없는 소중한 자산이 되었을 거라고 생각해 본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것 중의 하나는 마치 이 책이 다른 책들과 함께 다카노의 삶이란 하나의 커다란 퍼즐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듯한 느낌이었다. 서로 상호작용을 하면서, 아 그 책에서 말한게 바로 이 부분이었구나! 그러니 어찌 연달아 출간될 그의 다른 책들을 기다리지 않을 수 있겠는가 말이다. <환상의 괴수 무벰베를 찾아서>가 번역 중이라고 하는데 어서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