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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의 쇼핑몰 -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킬러들의 쇼핑몰> 원작 소설 ㅣ 새소설 5
강지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20년 2월
평점 :

대개 영화나 드라마가 원작보다 못하지 않나? 디즈니+의 오리지널 시리즈 <킬러들이 쇼핑몰>의 원작인 <살인자의 쇼핑몰>을 책으로 만났다. 나의 판정은 청출어람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시리즈의 영상미가 강렬했던 탓일까? <살인자의 쇼핑몰>을 읽으면서 나는 어쩔 수 없이 드라마와 원작 간의 상이한 점들을 탐구하기 시작했다. 일단 드라마가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플래시백을 엄청나게 사용하면 원작은 심심한 평양냉면 같은 맛으로 과거를 조금씩만 보여준다.
무엇보다 캐릭터에서 주인공 21세의 정지안의 삼촌으로 등장하는 정진만이 도깨비의 남자 이동욱과는 너무 다른 그런 캐릭터다. 중년은 맞지만, 이동욱 같은 꽃중년이 아닌 대머리 아재 중년이라고. 그리고 드라마에서 정진만은 과거에 한자락하는 킬러 용병집단의 리더였지만 현재에서는 무기밀매를 하는 섯다 하우스 출신의 경력뿐이다. 아직 2권을 읽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2권에서 악당 베일과 엮인 과거가 나올 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드라마는 원작의 커다란 줄기에서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원작보다 훨씬 재밌게 만들어진 건 사실이다. 드라마에서는 지안을 지키기 위해 맹활약을 보여주는 여성 킬러 소민혜의 활약이 원작에서는 대거 삭제된 느낌이랄까. 하지만 동창생 빌런이자 바빌론 집행자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한 배정민의 악행은 그대로 유지된 느낌이다. 드라마에서도 지안이 정민을 직접 처리했던가? 서로 속고 속이는 복마전 같은 진행 양상이 역시나 일품이었다.
지안과 자신의 동료들을 지키기 위해 자살한 것으로 위장했던 쇼핑몰의 진짜 주인 정진만이 등장해서 그간의 경과에 대해 설명해 주는 건 마치 우리 독자들을 위한 친절한 서비스라고나 할까. 역시 드라마에서는 마지막에 진만이 등장하는 것으로 시즌 2의 출발을 예고하며서 대단원의 막을 내리게 되지 아마.
<살인자의 쇼핑몰>의 주인공 지안은 할머니, 그리고 부모님을 베일에게 잃고 천애 고아가 되었다. 하지만, 이 모든 위기를 초래한 진만의 도움으로 세상의 험난한 풍파를 헤쳐 나가기 시작한다. 게다가 위험천만한 무기 밀패 쇼핑몰인 머더헬프의 자의반타의반으로 2대 주인장의 자리에 오른다. 위기의 첫 번째 관문을 어렵사리 통과한 지안의 다음 행보가 궁금해진다.
부모의 복수에 나서는 주인공의 처연한 모습이야말로 무협의 세계의 기본이 아니었던가. 과거에 무협 영웅들이 가공할 신공을 배워 강호에 나서게 되었다면, 현대에는 베레타나 글록 같은 현대식 무기로 무장한 킬러들이 아마 강호의 협객들의 뒤를 이은 그 무엇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파의 지존에 해당하는 베일이라는 놈은 업계에서 호각세를 보이며 자신의 발목을 잡는 정진만을 제거해야만 했다. 아니 그렇다고 해서 우리의 정진만이가 호락호락 자신과 조카 지안 그리고 자신들을 돕는 동료들의 목숨을 내주지는 않을 것이다.
아 참 진만의 사이드킥들이 한국인들이 아닌 민혜와 잉잉 같은 외국인이라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오히려 토종 한국인 킬러들이 머더헬프 창고 대개방을 노리며, 자발적으로 용병이 되어 지안들의 공격에 나서지 않았던가. 그리고 보니 드라마에서는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며 지안들을 위협하던 원거리 저격조 이성조가 원작에서는 두루뭉술하게 죽었다는 말로 퉁치는 장면이 좀 아쉽기도 했다. 이렇게 캐릭터의 사용과 소모가 원작과 드라마가 현저하게 다를 수 있다는 말이겠지.
이번에는 <살인자의 쇼핑몰2>까지 읽고 나서 정갈한 마음으로 오리지널 시리즈 시즌 2를 기다려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