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아시스 세탁소 습격사건 모들 씨어터북 2
김정숙 지음 / 모시는사람들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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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는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최고의 가치는 바로 돈이다. 돈이 많으면 행복하고, 돈이 없다면 그렇지 않다는 공식이 그야말로 전염병처럼 그렇게 사방으로 퍼지고 있다. 우리 사회 전 방면에서 그러라고 부추기고 있다는 느낌이다. 그렇지 말하고 싶지만, 금권이 워낙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다 보니 부인하기도 좀 그렇다. 하지만 대학로에서 초장기 공연 중이라는 응당 <오아시스 세탁소 습격사건>의 사장님 소리를 들으셔야 할 강태욱 싸장님의 생각은 다르다. 그는 분연히 돈이 뭐야? 돈이 세상의 전부야?”라고 연극 관람하기 위해 극장을 찾은 이들에게 그리고 또 이렇게 책으로 만나는 독자들에게 사자후를 외친다.

 

우리나라에서 세탁 비즈니스는 별 볼 일 없는 이제는 사양길의 사업이지만, 바다 건너 미쿡에서는 한 때 아주 잘 나가는 그런 사업이었다. 지금도 그런 진 모르겠다. 특별하게 어려운 영어가 필요하지도 그리고 무엇보다 현금 장사다 보니 두둑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장벽이 그리 높지 않았다. 이것 역시 삼천포지만, 오아시스 12 다음 시퀄에는 사업이 영 신통치 않아 국내 사업을 접고, 물 건너 미쿡으로 건너간 강태욱 사장의 뉴 비즈니스를 다뤄 보는 것도 재밌지 않나 하는 상상의 날개를 내 마음대로 펼쳐 본다.

 

요즘에 보니 아파트 포미(포커스 미디어?) 전광판에서 세탁특공대라는 신세대 개념으로 수거와 배달까지 원스톱으로 하는 세탁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광고를 본 기억이 난다. 고단한 업무를 마치고 집에 와서 또 빨래까지 해야 하느냐는 말로 소비자를 유혹하더라. 그런데 문제는 비용이다. 당연히 내가 세탁기를 돌리고 또 건조까지 한 다음에 개는 작업에 치르는 귀찮은 노동의 대가의 정산과 외주 세탁 비용은 천지 차이가 나지 않을까. 나는 엄두도 내지 않을 텐데 또 요즘 사람들은 어떨지 모르겠다. 배달 서비스에 대한 인식과 비용 차이만큼 의외로 그런 서비스를 애용하는 사람들이 많을 지도.

 

사막의 외로운 <오아시스> 같은 세탁소를 창출한 김정숙 작가는 의도적으로 처음부터 서스펜스나 반전 같은 조미료를 일체 극에 투입하지 않았다. 그냥 담백하게 간다. 물론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 것만 같은 김순임(?) 할머니의 막대한 재산을 노리고 오아시스 세탁소에 침입해서 돈의 행방을 찾는 장면에서는 마치 동물원에 온 것 같은 그런 착각을 하게 만들 정도로 기발한 아이디어들이 넘치지만, 그것 역시 돈에 환장한 염량세태를 저격하기 위한 하나의 장치가 아니었던가. 아 그리고 보니 그런 클리셰 역시 요즘 사람들에게는 맞지 않은 올드한 아이디어구나 싶었다. 도무지 너무나 빠르게 돌아가는 세태를 따라잡을 재간이 없다.

 

고대 그리스 이래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연극이라는 예술은 아쉽게도 대중으로부터 점점 더 거리가 벌어지고 있다는 느낌이다. 나만 해도 마지막으로 연극을 소비한 게 어언 십년 전이 아니던가. 그놈의 코로나 때문에 그나마 손쉬운 영화 감상도 지난 2년 동안 한 번도 하지 않은 마당에 무슨 놈의 연극을 보겠다고 대학로까지 간단 말인가. 서울에 사는 이들이라면 또 몰라도 수도권 변두리에 사는 나 같은 관객에게 서울 그것도 대학로는 도달하기에 그야말로 멀고 험한 곳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극장을 찾는 대신 바로 접근할 수 있는 너튜브를 돌려 <오아시스 세탁소>의 현장을 잠깐 맛보기도 했다. 이야 좋은 세상이로구나. 집에서도 편하게 너튜브로 연극을 볼 수 있다니 말이다.

 

이렇게 말은 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갖은 고생을 하며 이 어려운 시절에 연극 무대에 선한 연극을 올리기 위해 오늘도 고군분투하는 이들의 결실을 날로 먹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아 모르겠다, 선하고 싶지만 그럴 깜냥도 안 되는 닝겡이 선한 인간 행세하기도 쉽지 않다.

 

어쨌든 연극의 주인공 강태욱 싸장님은 그야말로 노답 로맨티스트다. 쉽지 않은 세탁소를 운영하면서 이익을 추구하기 보다는 왠지 사회봉사에 적합한 사람이 아닌가 싶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 하도 그렇게 이익 추구하는 닝겡들이 많다 보니 그렇지 않은 강태욱 같은 이가 희귀종이고, 이런 평범한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가 결국 우리에게 감동의 도가니탕을 한 사발 안겨 주게 될 수밖에 없지 않나 싶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 주변에는 삶에 1도 도움이 되지 않은 염소팔이니 고시원 그리고 박아주 같은 사람들만 득시글거린다. 누가 나에게 도움이 되고 그렇지 않고 타령을 해대는 걸 보니 나도 속물 부류가 아닌가 싶다. 게다가 집안에 누군가 늘상 아프다 보니 돈이 모일 틈이 없다는 점도 갑갑하기만 하다. 딸내미 대영은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대학 진학은 아예 포기하고 공무원 시험에 도전할 계획이란다. 참 그전에는 어학연수 타령을 했던가? 아 요즘에는 고등학생도 어학연수를 하러 다니는가 보다. 장태욱 싸장의 장 사모님은 자식에게 해주고 싶은 일들이 참 많은데 그놈의 원수 같은 돈이 없어서 항상 고민이다. 하긴 금전 부족은 모든 자본주의 사람들에게 가장 큰 고민이 아니던가. 그 돈이 어떻게 만들어졌는가는 중요하지 않고, 그저 많기만 하면 장땡이라는 생각이 문제라고 나는 생각한다.

 

세상풍파와 편견에도 굴하지 않고 오밤중에 쏘주 한 모금으로 오늘을 마무리하고 또 희망차게 내일로 내달리는 장태욱 싸장님의 의기에 감탄했다. <오아시스>의 작가가 제기하는 다채로운 문제들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장맛비로 우중충한 날에 급 쏘주가 땡긴다. 오늘은 집 근처에 새로 생긴 삼겹살집에 가서 삼겹살이라도 한 판 푸지게 구버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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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2-06-28 16:4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런 연극이 있었군요. 근데 극단이 출판 사업도 하나 봅니다.
물론 보러가면 좋긴하지만 정말 그걸 보러 대학로까지 간다는 건
저에게도 끔찍한 일이 되어버렸죠.
그래서 이제는 희곡을 하나의 장르 읽기로 정착시켜야 할 겁니다.
우리나라 사람은 유난히 희곡을 안 읽는다잖아요.
그렇지 않으면 희곡이 소비될 수 없고 희곡작가들이 살 길이 없겠죠.

이젠 전기값도 놀랐겠다 이것저것 따져봐서 현실적이면 세탁 서비스 받아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봅니다. 특히 1인 가구나 맞벌이는. 깨끗하게만 한다면...

레삭매냐 2022-06-28 19:32   좋아요 2 | URL
그러게요, 제가 원체 연극 부분
에 문외한인지라... 이런 연극이
있는 지 처음 알았네요.

저도 희곡을 잘 읽지 않는 닝겡
인지라 부끄럽네요. 도서관에
들렀다가 얻어 걸린 책이라 -

저도 가끔 세O특공대 서비스가
궁금하긴 하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