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 1 - 1910-1915 무단통치와 함께 시작된 저항 (박시백의 일제강점기 역사만화) 35년 시리즈 1
박시백 지음 / 비아북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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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부터 도서관에서 빌려다 봐야지 하던 책을 어제 발자크의 <사촌 퐁스>를 빌리러 간 길에 빌렸다. 그리고 원래 보려고 했던 책들에 앞서 보게 됐다. 아무래도 만화라는 생각이 앞선 게 아닐까.

 

박시백 저자가 그려내는 일제강점기 35년 역사의 무게는 내 생각처럼 가볍지 않았다. 요즘에도 토착 왜구에 대한 이야기가 있지만, 그 시절은 정말 상상을 초월하는 반역과 부역의 역사였다. 대한제국의 녹봉을 먹던 관리들은 개인의 영달을 위해 조국을 배반하는 일을 서슴지 않았다. 꼬맹이가 즐겨 부르는 한국을 빛낸 위인들 100에도 나오는 매국이완용(그 노래에 그가 왜 들어가 있는지 모르겠지만)을 필두로 한 부역자들의 명단을 보면서 기가 찼다.

 

페리 제독의 강제 개항 이래, 일본 제국주의는 부국강병을 국가적 슬로건으로 삼아 해외진출을 도모했다. 이웃의 조선/대한제국은 메이지 유신을 계기로 근대화에 성공한 일본의 첫 번째 목표였다. 메이지 유신 이래, 일본 정국을 장악한 정한론을 주창한 요시다 쇼인의 후예들인 사쓰마번과 조슈번의 제국 사무라이들은 무력을 앞세운 병탄에 혈안이 되어 있었다. 동학운동과 국권상실에 반대한 전국 각지의 의병활동에도 불구하고 서양 식민지 모국들을 다년간 연구한 조선은 결국 일본에게 국권을 빼앗기고 말았다.

 

일본은 조선에 총독부를 설치하고 군부의 실권자들을 총독으로 파견해서 무단통치에 나선다. 일제는 가장 먼저 척식 다시 말해 식민지 개척과 수탈을 목적으로 다년간의 토지 조사를 실시했다. 산업발전이 전무하다시피 한 농업국가 조선에서 경제개발의 기본이 되는 것이 토지라는 점을 명확하게 꿰뚫은 정책이었다. 효율적인 통치를 위해 철도와 도로(신작로)를 내기 시작했는데, 기존의 도시들과는 결을 달리하는 새로운 도시들을 거점으로 개발되기 시작했다.

 

자신들의 조선 지배를 대내외적으로 선전하기 위해 개최한 조선물산공진회는 서구의 박람회 스타일이긴 했지만, 전시를 위해 조선왕조의 정궁인 경복궁의 건물들을 훼손하는 등 부작용도 심했다고 한다.

 

내가 <35> 1편에서 주목한 점 중의 하나는 일제 강점 초기, 일제에 대항하던 지식인 그룹 중에서 일제의 통치가 계속될 거라는 판단을 내리고 항일에서 친일로 돌아선 부역자들의 존재였다. 독립운동가들은 재산과 생명을 포함한 자신들의 모든 것을 바쳐서 조국의 독립에 진력했지만, 친일이 자신들의 이익과 영달 추구에 도움이 될 거라는 판단을 한 이들은 가랑비에 옷 적듯이 변신을 거듭했다. 그런 기득권층의 모습은 한 세기가 지난 지금에도 달라진 게 없다.

 

일제는 이완용과 송병준, 박영효 같은 매국에 앞장 선 인사들에게는 귀족 작위를 내리는 당근을 주고, 격렬하게 투쟁하는 항일지사들에게는 체포와 고문 그리고 사형이라는 채찍을 가하는 방식의 무단통치를 이어나간다. 일제는 군대 조직을 동원한 경찰 조직과 밀정을 활용해서 국내의 조직적인 항일운동을 분쇄하는데 성공했고, 무장투쟁 단체들은 만주와 간도 그리고 러시아의 연해주로 무대를 옮기게 됐다.

 

어제 모두 세 권의 <35> 시리즈를 빌려 왔는데, 어제 바로 1권을 읽고 지금은 2권을 읽는 중이다. 2권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해외 독립운동과 3·1혁명과 상해 임시정부 수립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이 책을 통해 1920년대 연해주에서 활약한 독립운동가 알렉산드라 김에 대해 알게 되었는데 마침 다음에서 웹툰 <시베리아의 딸, 김 알렉산드라>라는 제목으로 연재 중이어서 몇 편을 읽게 됐다. 나의 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서는 그렇게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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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라디오 2020-02-07 16: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만화라서 저도 얼른 읽어보고 싶습니다! 일제강점기에 대해 역사적으로 더 잘 알게 될 거 같습니다. 좋은 책 소개 감사합니다^^

레삭매냐 2020-02-07 22:33   좋아요 0 | URL
오늘 2권 끝냈습니다.

그동안 미처 몰랐던 연해주 한인들의
치열했던 독립운동 과정도 알게 되었
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