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김재환 감독이 연출한 <칠곡가시나들> 상영문제에 대해 알게 되었다.

 

영화의 종주국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에서도 이런 문제가 없었을까? 제작과 상영을 한 회사가 하게 되면 벌어지게 되는 작극의 한국 영화판 문제는 일찍이 미국도 경험했었다. 자본주의 산업시스템은 기본적으로 독과점을 추구하게 되어 있다는 사실을 그들은 잘 알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특단의 규제책을 내놓게 된다. 그것은 바로 제작과 상영을 엄격하게 분리하는 방안이었다.

 

한국의 상황을 보라. 씨제이와 롯데시네마가 제작한 영화가 그들이 독과점하고 있는 영화상영관에 걸리는 상황을. 입으로는 관객의 선택을 존중한다는 말을 하고 있지만, 막상 극장에 가서 보면 자신들이 제작한 영화로 상영시간을 오롯하게 채우고 있지 않은가. 그건 관객의 선택을 존중하는 게 아니라 관객의 선택을 강요하는 천박한 시스템적인 발상이다.

 

물론 그렇게 한다고 해서 모든 경우에 장사가 되는 건 아니다. 어마어마한 제작비를 들이고, 스크린까지 몰아 준다고 해서 관객들의 선택을 받는 건 아니니까 말이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금방 읽은 신문기사에서 말하고 있듯이, 영화인들조차 자본의 논리에 순치되어 자신들의 정당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본의 위력이 어제 오늘의 이야기인 것은 아니지만, 소위 예술인 흉내를 내는 몇몇 감독들조차 자신들의 올챙이 시절을 잊고 메이저 영화감독이 되어 제작사들의 일순위 캐스팅이 되어 정당하고 올바른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는 점을 김재환 감독을 냉정하게 비판한다. 그리고 나는 그의 의견에 공감한다.

 

일전에 문성근 배우가 말했듯이, 만들어진 영화가 상영관에 걸리지 못한다면 그건 필름이 든 깡통에 불과하다. 물론 예전과 달리 제작 시스템에 많이 바뀌긴 했지만 어쨌든 영화가 관객들을 만나기 위해서는 상영관이 필요하다. 수준과 질이 떨어지는 블록버스터 영화 상영으로 그리고 동시에 팝콘과 음료수를 관객들에게 팔아 수익을 내기 위해 정말 관객들이 원하는 영화를 상영하지 않는다는 게 말이 되는가.

 

제국의 이데올로기 첨병들이 등장하는 천편일률적인 히어로물들이나 우리는 봐야 하는가. 좋은 아이디어로 무장한 영화들이 등장하기 위해서라도 그들을 위한 상영관 확보가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포식자들로만 구성된 영화 생태계가 과연 지속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는지. 한창 잘 나가던 한국영화가 왜 요즘 죽을 쑤는지에 대해 고민이나 해봤는지 모르겠다.

 

그런 점에서 미국의 경우를 참조해야할 것 같다. 하지만 이미 제작과 상영이 분리될 수 없는 상황에 이른 한국에서 과연 어떤 방식으로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나는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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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9-03-11 12: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는 꼭 대구 지역방송국(TBC)에 일 년에 한 번 정도쯤 방영되었으면 좋겠어요. ^^

레삭매냐 2019-03-11 13:08   좋아요 0 | URL
이런 영화는 진짜 극장에 가서
봐야 하는데 상영관이 없으니...

보고 싶어도 볼 수가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