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말 마세요!"
아들 아이가 1달 동안 아르바이트를 하며 힘겹게 모든 돈으로 한 턱 내겠다고 하길래, 여러가지 이유를 대며 안 내도 된다고 하니 아들 아이가 선언하듯 말했어요. 그리고는 한 마디 더 덧붙였어요. "제가 하고 싶어 하는 거예요." 아이의 뜻을 꺾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겠다 싶더군요
일요일, 모처럼만에 인근 팔봉산에 올랐어요. 오랫만에 세 식구가 같이 산행을 하니 기분이 좋더군요. 정상을 넘어 산 아래 이르렀을 때 아들 아이에게 말했어요. "어디, 한 턱 좀 얻어 먹어 볼까?"
산 아래 있는 음식점에 들러 식사를 시켰어요. 해물 파전, 감자 전, 얼큰 칼국수 2인 분. 세 식구 전부 먹성이 짧아 칼국수는 2인분만 시켰어요.
사진은 음식점에서 찍은 거예요.
청산혜요아이무어(靑山兮要我以無語) 청산은 나를 보고 말 없이 살라하고
창공혜요아이무구(蒼空兮要我以無垢) 창공은 나를 보고 티 없이 살라하네
요무노이무석혜(聊無怒而無惜兮) 탐욕도 벗어놓고 성냄도 벗어놓고
여수여풍이종아(如水如風而終我)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하네
나옹(懶翁, 1320 - 1376) 선사의 시로, 많이 이들에게 회자(膾炙)되는 시죠. 이 시에서 나에게 말없이 살 것을 그리고 티없이 살 것을 주문하는 청산과 창공은 실제 청산과 창공이 아니라 내 본마음을 가탁한 존재예요. 사람이 한 세상 살면서 이래저래 만나게 되는 구덥의 원천은 말과 욕심이죠. 말은 늘 시비를 동반하기에 내 의도와 상관없이 사단을 일으키고, 욕심 역시 마찬가지죠. 그러니 그 말과 욕심을 버린다면 아무 것에도 걸림이 없는 물과 바람처럼 한 세상을 살 수 있겠죠. (셋째 구는 첫째 구와 둘째 구의 내용을 이어반복(異語反復)한 것이라 볼 수 있어요.) 현실의 삶은 비록 말과 욕심에 휘둘리고 있지만 나의 본마음은 그렇게 살지 말라고 끊임없이 나를 일꺠우고 있는 것이죠.
칼국수를 먹으며 아들 아이에게 이 시의 의미를 말하며, 한 마디 보탰어요: "네가 꼭 이 시 처럼 행동했구나!" 아들이 무슨 소리냐며 되물었어요. "아빠가 한 턱 내지 말라고 했더니, 네가 날 보고 뭐라고 그랬니? '아무 말 말라!'고 하지 않았니? 첫째 구와 맞는 말이잖아. 애써 번 아르바이트비로 엄마 아빠에게 한 턱을 냈으니 탐욕을 벗어 놓은 것 아니니? 둘째 구와 세째 구에 맞는 행동이잖아. 그리고 또 네가 뭐라고 했니? '하고 싶어 하는 거라고 하지 않았니?' 이건 탐욕을 벗어 놓고 물처럼 바람처럼 자연스런 마음의 흐름을 따른 것 아니니? 네째 구에 맞는 행동이잖아. 그러니 네가 이 시에서 말한 것 처럼 행동한거지 뭐니?" 아들이 말했어요: "아빠는 참 갖다 붙이기도 잘 갖다 붙이시네요. 고작 31,000원에 곡학아세하시는 것 아녜요?" "곡학아세? 우하하 …." 더없이 유쾌한 산행이었어요.
시를 뜻과 음으로 다시 한 번 읽어 보고 낯선 자를 몇 자 자세히 살펴 볼까요?
靑山兮要我以無語 푸를 청/ 뫼 산/ 어조사 혜/ 구할 요/ 나 아/ 써 이/ 없을 무/ 말씀어
蒼空兮要我以無垢 푸를 창/ 하늘 공/ 어조사 혜/ 구할 요/ 나 아/ 써 이/ 없을 무/ 때 구
聊無怒而無惜兮 애오라지 료/ 없을 무/ 성낼 노/ 말이을 이/ 없을 무/ 아낄 석/ 어조사 혜
如水如風而終我 같을 여/ 물 수/ 같을 여/ 바람 풍/ 말이을 이/ 마칠 종/ 나 아
兮는 八과 丂의 합자예요. 八은 발성된 기운이 위로 퍼져 올라가는 형상을 나타낸 것이고, 丂는 발산하는 기운이 위에서[一] 막힌 것을 의미해요. 합쳐서, 말하던 것을 잠시 쉰다는 의미예요. 어구의 사이에 끼우거나 어구의 끝에 붙여 어기가 일단 그쳤다가 음조가 다시 올라가는 것을 나타내는 조사로 사용해요. 어조사 혜. 兮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大風起兮 雲飛揚(대풍기혜 운비양, 큰 바람 이니 구름 드날리네), 風蕭蕭兮 易水寒(풍소소혜 역수한, 바람 소슬하니 역수 차가워라) 등을 들 수 있겠네요.
要는 본래 西의 형태로 사용했어요. 후에 女가 추가 되었죠. 西에서 ㅠ는 척추를 그린 것이고, 양쪽은 '[ ' 과 ']'는 척추를 지탱하는 근육을 표현한 거예요. 인체에서 척추(허리)가 중요하다, 혹은 중심이 된다는 의미예요. 중요할 요. 要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重要(중요), 要點(요점) 등을 들 수 있겠네요.
我는 두 가지로 설명해요. 하나. 본래 톱을 그린 것인데, 가차하여 1인칭 대명사로 사용하게 되었고 톱은 후일 鋸(톱 거)로 표기하게 되었다. 둘. 手(손 수)와 戈(창 과)의 합자로, 창을 들고 자신을 지킨다는 의미에서 1인칭 대명사의 의미를 갖게 되었다. 나 아. 我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彼我(피아), 我軍(아군) 등을 들 수 있겠네요.
蒼은 艹(풀 초)와 倉(곳집 창)의 합자예요. 풀빛과 같이 푸른 색이란 의미예요. 艹로 뜻을 표현했어요. 倉은 음을 담당해요. 푸를 창. 蒼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蒼空(창공), 蒼蒼(창창) 등을 들 수 있겠네요.
垢는 土(흙 토)와 后(임금 후)의 합자예요. 티끌이란 뜻이에요. 土로 뜻을 표현했어요. 后는 음을 담당해요. '티끌' 보다는 '때'라는 의미로 많이 사용하는데, 이는 본뜻에서 연역된 의미예요. 때 구. 垢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淸淨無垢(청정무구), 垢弊(구폐, 때가 묻고 떨어짐. 또 그 물건) 등을 들 수 있겠네요.
聊는 耳(귀 이)와 卯(酉의 옛 글자. 닫고 그치게 한다는 의미)의 합자예요. 이명(耳鳴)이란 의미예요. 耳로 뜻을 표현했어요. 卯는 음을 담당하면서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이명 증상이 있으면 외부 소리가 차단되어 잘 안들린다는 의미로요. 귀울 료. '애오라지(부족하지만 그런대로)'라는 뜻으로도 많이 사용하는데, 이 경우 본뜻에서 연역된 뜻이에요. 이명이 있으면 제대로는 아니지만 그런대로 약간 외부 소리가 들린다는 의미로요. 聊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聊啾(요추, 이명), 聊爾(요이, 구차한 모양) 등을 들 수 있겠네요.
怒는 心(마음 심)과 奴(종 노)의 합자예요. 성이 나있다란 의미예요. 心으로 의미를 표현했어요. 奴는 음을 담당하면서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종은 억압 받기에 늘 마음속에 성이 나있다란 의미로요. 성낼 노. 怒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憤怒(분노), 怒濤(노도, 성난 파도) 등을 들 수 있겠네요.
惜은 忄(心의 변형, 마음 심)과 昔(옛 석)의 합자예요. 마음 아파 한다는 의미예요. 心으로 의미를 표현했어요. 昔은 음을 담당하면서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사람은 대개 지나간 옛 것을 마음 아파하며 그리워한다는 의미로요. 애처롭게여길 석. '아끼다' '아까와 하다'의 의미로도 사용하는데, 모두 본뜻에서 연역된 의미예요. 惜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惜別(석별), 惜福(석복, 검소하게 생활하여 복을 길이 누리도록 함) 등을 들 수 있겠네요.
終은 糸(실 사)와 冬(겨울 동)의 합자예요. 끈의 마지막 매듭 부분이란 의미에요. 糸로 뜻을 표현했어요. 冬은 음을 담당하면서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한 해의 마지막인 겨울처럼 끈의 마지막 매듭 부분이란 의미로요. 마칠 종. 終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始終(시종), 終結(종결)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정리 문제를 풀어 볼까요?
1. 다음 한자를 허벅지에 열심히 연습하시오.
兮 어조사 혜 要 중요할 요 我 나 아 蒼 푸를 창 垢 때 구
聊 애로라지 료 怒 성낼 노 惜 애처롭게여길 석 終 마칠 종
2. ( )안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손바닥에 써 보시오.
( )濤 ( )結 ( )爾 ( )空 風蕭蕭( ) 易水寒 ( )別 ( )點 ( )軍 淸淨無( )
3. 다음을 한문으로 번역해 보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