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군자가 진리에 깊게 도달하기 위해 정확한 방법과 순서를 밟아나가는 것은, 그러한 과정을 통해 진리를 자득(自得)하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자득한다는 것은 홀로 스스로 깨닫는다는 것이고 그렇게 되면 그 진리에 거(居)하는 것이 확고한 안정성을 얻게 된다. 확고한 안정성을 얻게 되면 나의 내면에 쌓여가는 것이 깊게 된다. 내면에 쌓여져가는 것이 깊게 되면 좌우의 비근한 일상체험으로부터도 진리의 근원을 만나게 된다. 이러한 묘효(妙效)가 있기 때문에 군자는 진리의 자득을 무엇보다도 중시하는 것이다. (김용옥, 맹자 사람의 길 하(통나무:2012), 466쪽)

 

 한 때 '마음 수련원'이란 곳을 다닌 적이 있어요. 이곳에 다니는 동안 설립자 우명이란 분의 책을 읽은 적이 있는데, 그 분은 자신을 '진리' 그 자체라고 말하고 있더군요. 자신이 '진리' 그 자체 임을 입증해 보이기 위해 기자들에게 세상에서 궁금한 모든 질문을 자신에게 가져오게 한 후 그것에 답한 책을 펴내기도 했구요.

 

 제게는 이 분의 모습이 흡사 사이비 교주처럼 느껴졌지만 일면 부럽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어요. 어찌됐든 세상사에 대해 막힘없이 이해할 수 있는 자신감을 가진 것 처럼 보였기 때문이죠. 그가 이런 자신감을 갖게 된 것은, 그 자신의 말을 빌면, 오랜 수련 끝에 확철대오(廓徹大悟)했기 때문이라고 해요.

 

그런데 우명이란 분의 확철대오 경험과 위에서 인용한 맹자의 '자득'은 상통해요. 확철대오하여 세상사 모든 질문에 답할 수 있었던 것과 - 그것의 옮고 그름은 차치하고 - 좌우의 비근한 일상체험으로부터도 진리의 근원을 만날 수 있다는 말은 표현만 다를 뿐 같은 내용을 언급하고 있는 것이니까요. 이러고 보면, 우명이란 분의 '나는 진리다' 운운의 말은 사실 그렇게 대단한 말이 아니예요. 맹자의 언급을 빌면, 그것은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추구해야 할 목표이고 애쓰면 달성 가능한 목표이기 때문이지요.

 

사진은 '유연자득(悠然自得)'이라고 읽어요. '자득'은, 맹자가 언급한 것처럼, 진리를 자각했다는 의미인데 조금 부연하면 그렇게 진리를 자각하여 좌우의 비근한 일상체험으로부터도 진리의 근원을 만날 수 있기에 늘 여유있고 편안하다는 의미예요. '유연'은 그런 자득의 모습을 형용한 의태어이구요. 유연자득은 보통 '조용하고 한가롭다' 혹은 '한가롭고 걱정이 없는 모습'이라고 풀이하는데, 앞서 말한 내용을 요약하여 풀이한 것이라고 할 수 있어요. 사진은 어느 중국 차(茶) 상호인데, 아마 이 차를 마시면 세상사에 달관한 사람이 되어 늘 여유있고 편안한 상태가 되나 봐요. 웬지 상투적인 상호같으면서도 호감가는 상호예요.

 

한자를 자세히 살펴 볼까요?

 

는 心(마음 심)과 攸(아득할 유)의 합자예요. 생각이 깊고 멀리까지 생각한다란 의미예요. 心으로 의미를 표현했어요. 攸는 음을 담당하면서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攸는 본래 물길이 길다란 의미인데, 그처럼 멀리까지 생각한다란 의미로요. 멀 유. '한가하다'란 의미로도 사용하는데, 이는 본뜻에서 연역된 의미예요. 멀리까지 생각하기에 사태의 추이에 잘 대처하여 늘 여유있고 한가롭다란 의미로요. 悠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悠長(유장, 길고 오램), 悠然(유연, 한가한 모양)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灬(火의 변형, 불 화)와 肰(개고기 연)의 합자예요. 불사르다란 의미예요. 灬로 뜻을 표현했어요. 肰은 음을 담당하면서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고대에는 하늘에 제사를 지낼 때 개를 잡아 그 고기를 불살라 제사를 지냈기에, 이 의미로 본뜻을 보충해 주고 있는 것이지요. 불사를 연. 지금은 '불사르다'란 의미를 燃으로 표현하고, 然은 '그러하다'란 뜻으로 사용해요. '그러하다'란 의미는 본뜻에서 연역된 의미예요. 번제(燔祭)에서 불사르듯 '그렇게' 불사른다는 의미로요. 그러할 연. 然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自然(자연), 泰然(태연)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는 본래 코를 그린 거예요. 그런데 고대 중국인들은 타인에게 자신을 소개할 때 코를 가리키며 소개했기에 '자신'이라는 뜻으로도 사용하게 됐어요. 지금은 자신이란 의미의 '스스로'란 뜻으로만 사용하고, '코'란 뜻은 鼻로 표기해요. 스스로 자. 自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自律(자율), 自動(자동)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彳(걸을 척)과 日(貝의 약자, 조개 패)과 寸(手의 변형, 손 수)의 합자예요. 바닷가에 가서 조개를 잡았다란 의미예요. 줄여서 '얻다'란 의미로 사용하죠. 얻을 득. 得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獲得(획득), 所得(소득)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정리 문제를 풀어 볼까요?

 

1. 다음 한자를 허벅지에 열심히 연습하시오.

 

   悠 멀(한가할) 유   然 그러할 연   自 스스로 자   得 얻을 득

 

2. (   )안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손바닥에 써 보시오.

 

   (   )動   泰(   )   獲(   )   (   )長

 

3. 스스로 '悠然自得'했다는 생각(느낌)이 든 경험이 있으면 한가지만 말해 보시오.

 

 

박근혜 대통령이, 헌재에서 8:0으로 탄핵이 인용되어, 파면을 당했죠. 이제 남은 세월을 '유연자득'하기 위한 반성(反省)의 시간으로 삼았으면 좋겠어요. 단 사이비는 경계하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습네다 ~

 

1945년 10월 16 일 8시 30분 이승만은 방송을 통하여 이렇게 말했어요. 그런데 이 앞에 생략된 말이 있다는 사실을 혹 아시는지요? 이 앞에 생략된 말은 "나를 따르시오!" 예요. "나를 따르시오!"가 추가된 "뭉치면…"과 "나를 따르시오!"가 생략된 "뭉치면…"은 의미 차이가 심하지요. 전자는 자신을 중심에 둔 독선이고, 후자는 타인을 염려하는 배려잖아요? 이래서 전후 맥락을 생략한 단장취의 이해는 경계해야 해요. 본뜻이 왜곡될 수 있거든요. 

 

이런 단장취의 오해는 사회 현상을 보는데도 나타나는 것 같아요. 그런 오해 중의 하나가 노동조합의 '파업' 아닌가 싶어요. 노동조합의 파업은 정당한 권한[단체행동권] 행사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경우 불법으로 치부되거나 시민 불편의 원흉으로 지목되어 지탄받기 일쑤죠. 나아가서는 국가 경제 발전의 발목을 잡는 사회악으로까지 보는 경향도 있죠. 이런 인식은, 위에서 말한, '뭉치면…'의 단장취의식 인식과 같다고 볼 수 있어요. 파업 이전의 맥락은 도외시하고 파업 그 자체만 보고 판단하기 때문이죠. 온전한 맥락으로 문장을 이해해야 문장의 원의미를 제대로 인지할 수 있듯, 노동조합의 파업도 온전한 맥락으로 이해해야 불필요한 오해를 하지 않을 것 같아요.

 

사진은 단생산사(團生散死)라고 읽어요.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란 뜻이에요. 지난 주말 광화문 광장에 갔다가 찍었어요. 이날 집회엔 많은 노동조합들이 참여했는데, 이 깃발 주변에도 노동조합 깃발이 휘날리는 것으로 보아 이 깃발 역시 어느 노동조합의 깃발이지 않나 싶더군요. 한자를 사용해 노동조합의 핵심[단결]을 표현한 것이 좀 의외더군요. 웬지 노동조합은 한자를 싫어할 것 같은 선입견이 있어서요. ^ ^ 이 또한 단장취의의 왜곡된 인식일까요? ^ ^ 깃발을 보다보니 이승만의 말이 생각나고 나아가 왜곡된 노동조합 파업 인식까지 연상되어, 약간 주제넘게(?) 중얼거렸네요.

 

한자를 살펴 볼까요?

 

은 口(에워쌀 위)와 專(오로지 전)의 합자예요. 둥글다란 의미예요. 口로 의미를 표현했어요. 둥근 것은 에워싸여 있는 형태잖아요? 專은 음을 담당하면서(전→단)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專은 본시 물레를 의미하는 글자였어요. 물레는 실을 감을 때 계속 돌아가면서 실을 감죠. 그 돌아가는 형태는 당연히 원형이구요. 그래서 이 글자로 둥글다란 원 의미를 일부분 보충하고 있는 것이죠. 둥글 단. 모이다(뭉치다)란 뜻으로도 사용하는데, 이는 본뜻에서 연역된 의미예요. 모인 형태는 대개 둥글잖아요? 모일 단. 團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團體(단체), 團合(단합)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屮(싹날 철)과 土(흙 토)의 합자예요. 땅에서 새싹이 돋아난다는 의미예요. 날 생. 生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生命(생명), 生動(생동)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林(수풀 림)과 攵(칠 복)의 합자예요. 숲의 나무들을 치면 가지가 부러지고 잎이 떨어진다란 의미예요. 이 의미를 종합하여 '흩어지다'란 의미로 사용해요. 흩어질 산. 散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解散(해산), 分散(분산)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는 歹(앙상한뼈 알, 살을 발라낸 뼈)과 人(사람 인)의 합자예요. 정령(精靈)이 빠져나간 형해(形骸), 곧 뼈만 남은 시신이란 의미예요. 죽을 사. 死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生死(생사), 死後(사후)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정리 문제를 풀어 볼까요?

 

1. 다음 한자를 허벅지에 열심히 연습하시오.

 

   團 둥글(뭉칠) 단   生 날 생   解 풀 해   死 죽을 사

 

2. (   )안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손바닥에 써 보시오.

 

   解(   )   生(   )   (   )合   (   )動

 

3.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를 한문으로 써 보시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모자를 씌우고 양말도 두꺼운 걸로 신겨요!"

 

한 밤중, 아이에게 열이 나자 아내가 발을 동동 굴렀어요. 불현듯 야매 의사(?) -- 이따금 들르는 오행생식원 원장님 별명 -- 한테 들은 처방이 생각나 말했어요. 열이 나는 아이에게 되려 더 열이 나게 하는 처방이라 이상할 법도 했지만, 아내는 군말없이 아이에게 두꺼운 옷을 입히고 모자와 양말을 꺼내 씌우고 신겼어요. 해열제도 없고 병원에 갈 처지도 안되는데다 워낙 남편이 단호하게 말하니 그대로 따랐던 것 같아요. 아이는 땀을 비오듯이 흘리며 비몽사몽간을 헤맸어요. 새벽녘이 되자 아이의 체온은 뚝 떨어졌어요. 십 수년 전 일이에요.

 

사진의 한자는, 써있는 것 처럼, 이열치열(以熱治熱)이라고 읽어요. 열로써 열을 다스린다란 뜻이지요(잘 아시죠? ^ ^). 아이를 키우면서 경험했던 이열치열 처방이 생각나 적어 봤네요.

 

이열치열이 아무런 근거가 없는 처방이란 말도 있지만(http://islmoa.blog.me/220804931327) 저의 아이 경험으로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아요. 몸은 항온을 유지하려는 관성이 있죠. 그런데 허열(虛熱)이 있으면 몸은 뜨겁지만 사실 내부는 차가운 상태예요. 열이 남에도 불구하고 땀이 나지 않는 것이 그 증거죠. 따라서 이 경우 열이 난다고 몸을 식히려 냉찜질을 하거나 찬물을 들이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요. 일시적으론 몸이 차가와질 수 있으나 도로 열이 나고 체온도 떨어지지 않죠. 게다가 자칫 내장 기관도 상할수 있구요. 이 경우엔 반대로 몸을 따뜻하게 하고, 따뜻한 물을 복용해야 해요. 그러면 내외부가 함께 더워져 몸이 항온을 유지하기 위해 땀을 배출하게 되고, 땀이 배출되면 체온이 자연스럽게 떨어지죠. 일견 미련하게 보였던 저의 처방이 효과가 있었던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에요.

 

그러나 이 처방이 항상 유용한 것은 아니예요. 선천적으로 속열이 많은 사람은 별 효과가 없어요(저의 아이는 다행히(?) 이런 예외가 아니었기에 효과가 있었던 것이죠). 속열이 많은 사람은 찬밥을 먹으면서도 땀을 흘리거든요. 이런 이들에겐 이열치열이 의미없는, 아니 오히려 해로운 처방이에요. 요는 이열치열이 의미있는 처방이긴 하지만 모든 경우에 적용되는 처방은 아니라는 점이예요. 이런, 마치 의사나 된듯이 주절됐네요. 죄송.

 

 

한자를 좀 자세히 살펴 볼까요?

 

는 已(그칠 이, 이미 미)를 뒤집어 놓은 거예요(모양이 약간 달라졌죠). 본래는 '그치지 않고 계속하여 사용한다'란 의미예요. 以를 보통 '써 이'라고 읽는데, 이때 '써'는 '수단, 방법'이란 의미예요. 본뜻에서 연역된 의미지요. 써 이. 以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以心傳心(이심전심), 事親以孝(사친이효)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는 氵(水의 변형, 물 수)와 台(怡의 축약형, 기쁠 이)의 합자예요. 일정한 법도에 맞게 다스려 잘되게 한다란 의미예요. 水로 의미를 표현했어요. 물은 아래로 흐르게 해야 문제가 없기에, 이 의미로 본 의미를 표현한 것이지요. 台는 음을 담당하면서(이→치)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일이 일정한 법도에 맞게 잘 다스려지면 즐겁고 기쁘다란 의미로요. 다스릴 치. 治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治山治水(치산치수), 治療(치료)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埶(심을 예)와 灬(火의 변형, 불 화)의 합자예요. 덥다, 뜨겁다란 의미예요. 灬로 의미를 표현했어요. 埶는 음을 담당하면서(예→열)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심은 것이 잘 자라는데 필요한 것이 더운 기운이란 의미로요. 더울 열. 熱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熱氣(열기), 以熱治熱(이열치열)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정리 문제를 풀어 볼까요?

 

1. 다음 한자를 허벅지에 열심히 연습하시오.

 

   以 써 이   熱 더울 열   治 다스릴 치

 

2. (   )안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손바닥에 써 보시오.

 

   (   )療   (   )氣   (   )心傳心

 

3. 다음을 한자로 써 보시오.

 

   열로써 열을 다스리다.

 

 

사진의 이열치열은 어느 죽집에서 여름철 메뉴(불짬뽕죽)를 홍보하기 위해 사용한 것인데, 무심코 보면 별 문제 없는 것 같지만 자세히 보면 약간 문제가 있어요. 열로써 열을 다스린다는 말은 맞는 말이지만, 열을 다스리는 '열'이 '매운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에 뜨거우면서 매운 맛이 틀림없을 불짬뽕죽이 이열치열에 적합한 메뉴라고는 할 수 없기 때문이죠. 차가운 날씨에 어울리지 않는 철지난 홍보물 만큼이나 어색한 메뉴예요.


댓글(2)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그장소] 2017-02-25 04: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통 뜨거운 음식과 놓고 많이들 쓰는데 ..그렇군요!^^

cyrus 2017-02-25 1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운 맛을 좋아하는 심리가 플라시보 효과와 비슷해요. 그러니까 흔히 매운 음식을 먹고 나면 속시원한 기분이 든다고 하는데, 그게 뇌의 착각이라고 하더군요. 오히려 매운 음식을 갑자기 받아들이는 장이 부담스러워합니다. ^^;;
 

 

 

"선생님, 만일 위나라 임금이 선생님을 중용한다면 무슨 일을 먼저 하시겠습니까?"

 

"반드시 명칭[名]부터 바로 잡을 것이다."

 

"선생님도, 참,  현실 돌아가는 것에 어두우시긴…. 그건 그렇고 무엇 때문에 명칭부터 바로 잡겠다고 하시는건지요?"

 

"떼끼, 버릇없구나. 군자는 자기가 알지 못하는 일에 대해선 함부로 말하지 않는 법이다. 왜 명칭을 바로 잡아야 하는지 그 이유를 말해 주마. 각자가 지닌 명칭, 곧 직위가 그가 지닌 실제적 권한과 일치해야 내려진 명령이 실천되고, 명령이 제대로 실천될 때에 일이 이루어지며, 그런 후에야 예악 등 문화적 교육이 가능하게 되고, 형벌이 올바르게 적용되어 백성의 삶이 편안해 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공자의 이 말은 원래 부정형으로 되어 있는데, 여기서는 긍정형으로 번역했어요. 번역 참조:  김승혜,『유교의 뿌리를 찾아서(지식의 풍경: 2008)』, 337쪽)

 

『논어』「자로」편에 나오는 공자와 자로와의 대화예요. 공자를 형님인 듯 스승인 듯 대하며 '솔까'하는 자로와 그런 자로를 타박하면서도 웬지 따스하게 어루는 공자의 모습이 잘 드러나는 대화 장면이에요. 여기 자로에게 답변한 공자의 말은 후세에 '정명(正名)'사상이라 불린 공자의 정치 사상이에요. 정명 사상은, 쉽게 말해, 명(名)과 실(實)이 상부한 행사(行事)가 이뤄질 때 정치 질서가 잡힌다는 주장이에요. 하극상이 빈번하게 일어나던 춘추 말기를 생각해 보면 쉽게 이해되는 정치 사상이죠. 물론 이런 정치 사상이 춘추 말기에만 의미있었다면 공자의 정명 사상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을 거예요. 시대를 초월한 보편성이 있기 때문에 사람들의 지속적인 관심을 끌었던 것이죠. 당장 지금의 탄핵 정국만 봐도 정명 사상이 의미있다는 것을 알 수 있죠. 자신의 명칭에 해당하는 직무 범위를 벗어난 권한 행사로 인해 지금의 사태가 초래된 것 아니겠어요?

 

정명 사상을 대변하는 공자의 대표적인 발언은 사실 자로에게 한 말 보다는 제경공에게 답변했다는 다음의 발언이에요: "임금은 임금답게, 신하는 신하답게, 부모는 부모답게, 자식은 자식답게 행동해야 합니다[君君 臣臣 父父 子子]."  자로에게 말한 장황한(?) 내용을 간결하게 압축하여 표현한 발언이라 할 수 있죠.

 

사진의 한자는 유정(有晸)이라고 읽어요. 보통 유정이라고 하면 有情으로 표기하는데 이 식당의 유정은 有晸이라고 표기했어요. 왜 이렇게 표기했는지 궁금하더군요(음식을 사 먹으러 들어갈 식당이 아니었기 때문에 물어보질 못했어요). 두 가지 가능성이 있는 것 같아요. 첫째는 간판을 제작하는 이가 한자를 잘못 입력했을 가능성이에요. 요즘엔 한자에 익숙하지 않아 한글을 한자로 변환할 때 그 한글 음에 해당하는 한자를 대충(?) 택하는 경우가 있더라구요. 어차피 사람들이 한자에 크게 신경쓰지 않으니까요. 둘째는 식당 주인 이름일 가능성이에요. 자신의 이름이기에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有情'과 다르다는 의미로 有晸이란 한자 표기를 부기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에요.

 

첫째 이유이든 둘째 이유이든 한글 이름 전체를 한자로 부기하지 않고 식당 이름만 한자로 부기한 것이 특이한데, 간판의 이 한자 부기를 응시하다 보니 문득, 앞서 말한, 공자의 정명 사상이 떠오르더군요. 한글 이름에 한자를 부기하여 그 의미를 분명히 밝히려는 것은 그 이름에 걸맞는 뭔가를 하려는 것이고, 그것은 바로 공자의 정명 사상과 맞닿아 있는 것 아닌가 싶었던 거죠.

 

이 식당 주인이 식당 이름에 걸맞는 뭔가를 하려고 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본래 표기하려던 한자가 有情이었다면, 정감있는 식당 혹은 정감있는 음식을 만들어 내겠다는 것일테고, 만일 有晸이 식당 주인의 이름이라면 자신의 이름을 걸고 음식을 만들겠다는 뜻 아닐까요? 비록 허름한(?) 식당의 간판이지만 이름의 의미를 분명히 하여 그 이름에 걸맞는 뭔가를 하려는 자세는 더없이 아름다운 자세로 보여요. 

 

식당 이름의 한자 부기(附記), 웬지 허술하게 넘길 표기가 아닌 것 같아요. 너무 견강부회했나요?

 

 

한자의 뜻과 음을 알아 볼까요?

 

는 두 가지로 설명해요. 하나: 月(달 월)과 又(手의 변형, 손 수)의 합자로, 있어서는 안될 일[월식]이 있게 됐다란 의미이다. 又는 음을 담당(우→유). 둘: 月(肉의 변형, 고기 육)과 又의 합자로, 손에 고기를 가지고 있다는 의미이다. 있을 유. 有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無所有(무소유), 有限(유한)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日(날 일)과 政(정치 정)의 합자예요. 해뜨는 모양이란 뜻이에요. 日로 뜻을 표현했어요. 政은 음을 담당해요. 해뜨는모양 정. 晸은 중국 신화의 한 주인공 이름이에요. 따라서 딱히 예로 들만한 것이 없군요. 晸에 관한 신화를 살짝 소개하는 것으로 예를 대신하죠. 晸은 염제의 후예예요. 일찍이, 해가 '우'라는 연못에 떨어지기 전 해 그림자를 따라 잡으려 뒤쫓아갔다고 해요. 도중에 목이 말라 황하와 위하의 물을 다 마셨는데 그래도 갈증이 그치지 않아 이번엔 대택수의 물을 마시러 북쪽으로 가던 중 갈증이 극심해 죽었다고 해요(인용 참조: http://100.daum.net/encyclopedia/view/b02g0831a).

 

 

정리 문제를 풀어 볼까요?

 

1. 다음 한자를 허벅지에 열심히 연습하시오.

 

   有 있을 유   晸 해뜨는모양 정

 

2. (   )안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손바닥에 써 보시오.

 

   無所(   )

 

3. 특별한 한자 표기가 있는 식당 이름을 소개해 보시오.


댓글(3)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그장소] 2017-02-19 02:2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정 ㅡ만 골똘히 들여다보니 , 그 넘의 정치가 매일 매일 우리 바람과는 다르게 행해지는 것과 비슷하단 생각이 들어버리네요 . 잡으려하면 저버리는 해그림자같이..
재미있었어요 . 잘 ( 제대로 이해는 한건지)읽고 갑니다~^^

찔레꽃 2017-02-19 08:42   좋아요 4 | URL
새 정권은 민의와 소통하는 정권이 되겠죠! ^ ^

[그장소] 2017-02-20 03:38   좋아요 3 | URL
그래야죠~^^
 

 

 "아무 말 마세요!"

 

 아들 아이가 1달 동안 아르바이트를 하며 힘겹게 모든 돈으로 한 턱 내겠다고 하길래, 여러가지 이유를 대며 안 내도 된다고 하니 아들 아이가 선언하듯 말했어요. 그리고는 한 마디 더 덧붙였어요. "제가 하고 싶어 하는 거예요." 아이의 뜻을 꺾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겠다 싶더군요

 

 일요일, 모처럼만에 인근 팔봉산에 올랐어요. 오랫만에 세 식구가 같이 산행을 하니 기분이 좋더군요. 정상을 넘어 산 아래 이르렀을 때 아들 아이에게 말했어요. "어디, 한 턱 좀 얻어 먹어 볼까?"

 

 산 아래 있는 음식점에 들러 식사를 시켰어요. 해물 파전, 감자 전, 얼큰 칼국수 2인 분. 세 식구 전부 먹성이 짧아 칼국수는 2인분만 시켰어요.

 

 

 사진은 음식점에서 찍은 거예요.

 

청산혜요아이무어(靑山兮要我以無語)     청산은 나를 보고 말 없이 살라하고

창공혜요아이무구(蒼空兮要我以無垢)     창공은 나를 보고 티 없이 살라하네

요무노이무석혜(聊無怒而無惜兮)           탐욕도 벗어놓고 성냄도 벗어놓고

여수여풍이종아(如水如風而終我)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하네

 

나옹(懶翁, 1320 - 1376) 선사의 시로, 많이 이들에게 회자(膾炙)되는 시죠. 이 시에서 나에게 말없이 살 것을 그리고 티없이 살 것을 주문하는 청산과 창공은 실제 청산과 창공이 아니라 내 본마음을 가탁한 존재예요. 사람이 한 세상 살면서 이래저래 만나게 되는 구덥의 원천은 말과 욕심이죠. 말은 늘 시비를 동반하기에 내 의도와 상관없이 사단을 일으키고, 욕심 역시 마찬가지죠. 그러니 그 말과 욕심을 버린다면 아무 것에도 걸림이 없는 물과 바람처럼 한 세상을 살 수 있겠죠. (셋째 구는 첫째 구와 둘째 구의 내용을 이어반복(異語反復)한 것이라 볼 수 있어요.) 현실의 삶은 비록 말과 욕심에 휘둘리고 있지만 나의 본마음은 그렇게 살지 말라고 끊임없이 나를 일꺠우고 있는 것이죠.

 

칼국수를 먹으며 아들 아이에게 이 시의 의미를 말하며, 한 마디 보탰어요: "네가 꼭 이 시 처럼 행동했구나!" 아들이 무슨 소리냐며 되물었어요. "아빠가 한 턱 내지 말라고 했더니, 네가 날 보고 뭐라고 그랬니? '아무 말 말라!'고 하지 않았니? 첫째 구와 맞는 말이잖아. 애써 번 아르바이트비로 엄마 아빠에게 한 턱을 냈으니 탐욕을 벗어 놓은 것 아니니? 둘째 구와 세째 구에 맞는 행동이잖아. 그리고 또 네가 뭐라고 했니? '하고 싶어 하는 거라고 하지 않았니?' 이건 탐욕을 벗어 놓고 물처럼 바람처럼 자연스런 마음의 흐름을 따른 것 아니니? 네째 구에 맞는 행동이잖아. 그러니 네가 이 시에서 말한 것 처럼 행동한거지 뭐니?" 아들이 말했어요: "아빠는 참 갖다 붙이기도 잘 갖다 붙이시네요. 고작 31,000원에 곡학아세하시는 것 아녜요?" "곡학아세? 우하하 …." 더없이 유쾌한 산행이었어요.

 

시를 뜻과 음으로 다시 한 번 읽어 보고 낯선 자를 몇 자 자세히 살펴 볼까요?

 

靑山兮要我以無語    푸를 청/ 뫼 산/ 어조사 혜/ 구할 요/ 나 아/ 써 이/ 없을 무/ 말씀어

蒼空兮要我以無垢    푸를 창/ 하늘 공/ 어조사 혜/ 구할 요/ 나 아/ 써 이/ 없을 무/ 때 구

聊無怒而無惜兮       애오라지 료/ 없을 무/ 성낼 노/ 말이을 이/ 없을 무/ 아낄 석/ 어조사 혜

如水如風而終我       같을 여/ 물 수/ 같을 여/ 바람 풍/ 말이을 이/ 마칠 종/ 나 아

 

는 八과 丂의 합자예요. 八은 발성된 기운이 위로 퍼져 올라가는 형상을 나타낸 것이고, 丂는 발산하는 기운이 위에서[一] 막힌 것을 의미해요. 합쳐서, 말하던 것을 잠시 쉰다는 의미예요. 어구의 사이에 끼우거나 어구의 끝에 붙여 어기가 일단 그쳤다가 음조가 다시 올라가는 것을 나타내는 조사로 사용해요. 어조사 혜. 兮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大風起兮 雲飛揚(대풍기혜 운비양, 큰 바람 이니 구름 드날리네), 風蕭蕭兮 易水寒(풍소소혜 역수한, 바람 소슬하니 역수 차가워라)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는 본래 西의 형태로 사용했어요. 후에 女가 추가 되었죠. 西에서 ㅠ는 척추를 그린 것이고, 양쪽은 '[ ' 과  ']'는 척추를 지탱하는 근육을 표현한 거예요. 인체에서 척추(허리)가 중요하다, 혹은 중심이 된다는 의미예요. 중요할 요. 要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重要(중요), 要點(요점)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는 두 가지로 설명해요. 하나. 본래 톱을 그린 것인데, 가차하여 1인칭 대명사로 사용하게 되었고 톱은 후일 鋸(톱 거)로 표기하게 되었다. 둘. 手(손 수)와 戈(창 과)의 합자로, 창을 들고 자신을 지킨다는 의미에서 1인칭 대명사의 의미를 갖게 되었다. 나 아. 我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彼我(피아), 我軍(아군)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艹(풀 초)와 倉(곳집 창)의 합자예요. 풀빛과 같이 푸른 색이란 의미예요. 艹로 뜻을 표현했어요. 倉은 음을 담당해요. 푸를 창. 蒼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蒼空(창공), 蒼蒼(창창)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는 土(흙 토)와 后(임금 후)의 합자예요. 티끌이란 뜻이에요. 土로 뜻을 표현했어요. 后는 음을 담당해요. '티끌' 보다는 '때'라는 의미로 많이 사용하는데, 이는 본뜻에서 연역된 의미예요. 때 구. 垢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淸淨無垢(청정무구), 垢弊(구폐, 때가 묻고 떨어짐. 또 그 물건)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는 耳(귀 이)와 卯(酉의 옛 글자. 닫고 그치게 한다는 의미)의 합자예요. 이명(耳鳴)이란 의미예요. 耳로 뜻을 표현했어요. 卯는 음을 담당하면서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이명 증상이 있으면 외부 소리가 차단되어 잘 안들린다는 의미로요. 귀울 료. '애오라지(부족하지만 그런대로)'라는 뜻으로도 많이 사용하는데, 이 경우 본뜻에서 연역된 뜻이에요. 이명이 있으면 제대로는 아니지만 그런대로 약간 외부 소리가 들린다는 의미로요. 聊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聊啾(요추, 이명), 聊爾(요이, 구차한 모양)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는 心(마음 심)과 奴(종 노)의 합자예요. 성이 나있다란 의미예요. 心으로 의미를 표현했어요. 奴는 음을 담당하면서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종은 억압 받기에 늘 마음속에 성이 나있다란 의미로요. 성낼 노. 怒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憤怒(분노), 怒濤(노도, 성난 파도)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忄(心의 변형, 마음 심)과 昔(옛 석)의 합자예요. 마음 아파 한다는 의미예요. 心으로 의미를 표현했어요. 昔은 음을 담당하면서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사람은 대개 지나간 옛 것을 마음 아파하며 그리워한다는 의미로요. 애처롭게여길 석. '아끼다' '아까와 하다'의 의미로도 사용하는데, 모두 본뜻에서 연역된 의미예요. 惜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惜別(석별), 惜福(석복, 검소하게 생활하여 복을 길이 누리도록 함)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糸(실 사)와 冬(겨울 동)의 합자예요. 끈의 마지막 매듭 부분이란 의미에요. 糸로 뜻을 표현했어요. 冬은 음을 담당하면서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한 해의 마지막인 겨울처럼 끈의 마지막 매듭 부분이란 의미로요. 마칠 종. 終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始終(시종), 終結(종결)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정리 문제를 풀어 볼까요?

 

1. 다음 한자를 허벅지에 열심히 연습하시오.

 

   兮 어조사 혜      要 중요할 요   我 나 아    蒼 푸를 창   垢 때 구  

 

   聊 애로라지 료   怒 성낼 노      惜 애처롭게여길 석   終 마칠 종

 

2. (   )안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손바닥에 써 보시오.

 

   (   )濤   (   )結   (   )爾   (   )空   風蕭蕭(   ) 易水寒   (   )別   (   )點   (   )軍   淸淨無(   )

 

3. 다음을 한문으로 번역해 보시오.

 

 

 


댓글(3)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무심이병욱 2017-02-18 1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앍었습니다 해박한 한자 한문 지식에 또 한 번 감탄했습니다

찔레꽃 2017-02-18 22:01   좋아요 0 | URL
과찬을... 무심 선생님, 저도 선생님의 ‘숨죽이는 갈대밭‘ 잘 읽었습니다. ^ ^ 하루에 한 편씩 12일에 걸쳐 읽었습니다. 많은 이들에게 널리 읽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평을 할 처지가 못 돼 이런 말씀만 드리는게 좀 아쉽네요. ^ ^

ilovehills 2017-03-02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워낙 무심한 성격이라 댓글을 3월 들어서야 봤습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