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군자가 진리에 깊게 도달하기 위해 정확한 방법과 순서를 밟아나가는 것은, 그러한 과정을 통해 진리를 자득(自得)하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자득한다는 것은 홀로 스스로 깨닫는다는 것이고 그렇게 되면 그 진리에 거(居)하는 것이 확고한 안정성을 얻게 된다. 확고한 안정성을 얻게 되면 나의 내면에 쌓여가는 것이 깊게 된다. 내면에 쌓여져가는 것이 깊게 되면 좌우의 비근한 일상체험으로부터도 진리의 근원을 만나게 된다. 이러한 묘효(妙效)가 있기 때문에 군자는 진리의 자득을 무엇보다도 중시하는 것이다. (김용옥, 맹자 사람의 길 하(통나무:2012), 466쪽)

 

 한 때 '마음 수련원'이란 곳을 다닌 적이 있어요. 이곳에 다니는 동안 설립자 우명이란 분의 책을 읽은 적이 있는데, 그 분은 자신을 '진리' 그 자체라고 말하고 있더군요. 자신이 '진리' 그 자체 임을 입증해 보이기 위해 기자들에게 세상에서 궁금한 모든 질문을 자신에게 가져오게 한 후 그것에 답한 책을 펴내기도 했구요.

 

 제게는 이 분의 모습이 흡사 사이비 교주처럼 느껴졌지만 일면 부럽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어요. 어찌됐든 세상사에 대해 막힘없이 이해할 수 있는 자신감을 가진 것 처럼 보였기 때문이죠. 그가 이런 자신감을 갖게 된 것은, 그 자신의 말을 빌면, 오랜 수련 끝에 확철대오(廓徹大悟)했기 때문이라고 해요.

 

그런데 우명이란 분의 확철대오 경험과 위에서 인용한 맹자의 '자득'은 상통해요. 확철대오하여 세상사 모든 질문에 답할 수 있었던 것과 - 그것의 옮고 그름은 차치하고 - 좌우의 비근한 일상체험으로부터도 진리의 근원을 만날 수 있다는 말은 표현만 다를 뿐 같은 내용을 언급하고 있는 것이니까요. 이러고 보면, 우명이란 분의 '나는 진리다' 운운의 말은 사실 그렇게 대단한 말이 아니예요. 맹자의 언급을 빌면, 그것은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추구해야 할 목표이고 애쓰면 달성 가능한 목표이기 때문이지요.

 

사진은 '유연자득(悠然自得)'이라고 읽어요. '자득'은, 맹자가 언급한 것처럼, 진리를 자각했다는 의미인데 조금 부연하면 그렇게 진리를 자각하여 좌우의 비근한 일상체험으로부터도 진리의 근원을 만날 수 있기에 늘 여유있고 편안하다는 의미예요. '유연'은 그런 자득의 모습을 형용한 의태어이구요. 유연자득은 보통 '조용하고 한가롭다' 혹은 '한가롭고 걱정이 없는 모습'이라고 풀이하는데, 앞서 말한 내용을 요약하여 풀이한 것이라고 할 수 있어요. 사진은 어느 중국 차(茶) 상호인데, 아마 이 차를 마시면 세상사에 달관한 사람이 되어 늘 여유있고 편안한 상태가 되나 봐요. 웬지 상투적인 상호같으면서도 호감가는 상호예요.

 

한자를 자세히 살펴 볼까요?

 

는 心(마음 심)과 攸(아득할 유)의 합자예요. 생각이 깊고 멀리까지 생각한다란 의미예요. 心으로 의미를 표현했어요. 攸는 음을 담당하면서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攸는 본래 물길이 길다란 의미인데, 그처럼 멀리까지 생각한다란 의미로요. 멀 유. '한가하다'란 의미로도 사용하는데, 이는 본뜻에서 연역된 의미예요. 멀리까지 생각하기에 사태의 추이에 잘 대처하여 늘 여유있고 한가롭다란 의미로요. 悠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悠長(유장, 길고 오램), 悠然(유연, 한가한 모양)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灬(火의 변형, 불 화)와 肰(개고기 연)의 합자예요. 불사르다란 의미예요. 灬로 뜻을 표현했어요. 肰은 음을 담당하면서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고대에는 하늘에 제사를 지낼 때 개를 잡아 그 고기를 불살라 제사를 지냈기에, 이 의미로 본뜻을 보충해 주고 있는 것이지요. 불사를 연. 지금은 '불사르다'란 의미를 燃으로 표현하고, 然은 '그러하다'란 뜻으로 사용해요. '그러하다'란 의미는 본뜻에서 연역된 의미예요. 번제(燔祭)에서 불사르듯 '그렇게' 불사른다는 의미로요. 그러할 연. 然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自然(자연), 泰然(태연)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는 본래 코를 그린 거예요. 그런데 고대 중국인들은 타인에게 자신을 소개할 때 코를 가리키며 소개했기에 '자신'이라는 뜻으로도 사용하게 됐어요. 지금은 자신이란 의미의 '스스로'란 뜻으로만 사용하고, '코'란 뜻은 鼻로 표기해요. 스스로 자. 自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自律(자율), 自動(자동)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彳(걸을 척)과 日(貝의 약자, 조개 패)과 寸(手의 변형, 손 수)의 합자예요. 바닷가에 가서 조개를 잡았다란 의미예요. 줄여서 '얻다'란 의미로 사용하죠. 얻을 득. 得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獲得(획득), 所得(소득)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정리 문제를 풀어 볼까요?

 

1. 다음 한자를 허벅지에 열심히 연습하시오.

 

   悠 멀(한가할) 유   然 그러할 연   自 스스로 자   得 얻을 득

 

2. (   )안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손바닥에 써 보시오.

 

   (   )動   泰(   )   獲(   )   (   )長

 

3. 스스로 '悠然自得'했다는 생각(느낌)이 든 경험이 있으면 한가지만 말해 보시오.

 

 

박근혜 대통령이, 헌재에서 8:0으로 탄핵이 인용되어, 파면을 당했죠. 이제 남은 세월을 '유연자득'하기 위한 반성(反省)의 시간으로 삼았으면 좋겠어요. 단 사이비는 경계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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