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를 씌우고 양말도 두꺼운 걸로 신겨요!"

 

한 밤중, 아이에게 열이 나자 아내가 발을 동동 굴렀어요. 불현듯 야매 의사(?) -- 이따금 들르는 오행생식원 원장님 별명 -- 한테 들은 처방이 생각나 말했어요. 열이 나는 아이에게 되려 더 열이 나게 하는 처방이라 이상할 법도 했지만, 아내는 군말없이 아이에게 두꺼운 옷을 입히고 모자와 양말을 꺼내 씌우고 신겼어요. 해열제도 없고 병원에 갈 처지도 안되는데다 워낙 남편이 단호하게 말하니 그대로 따랐던 것 같아요. 아이는 땀을 비오듯이 흘리며 비몽사몽간을 헤맸어요. 새벽녘이 되자 아이의 체온은 뚝 떨어졌어요. 십 수년 전 일이에요.

 

사진의 한자는, 써있는 것 처럼, 이열치열(以熱治熱)이라고 읽어요. 열로써 열을 다스린다란 뜻이지요(잘 아시죠? ^ ^). 아이를 키우면서 경험했던 이열치열 처방이 생각나 적어 봤네요.

 

이열치열이 아무런 근거가 없는 처방이란 말도 있지만(http://islmoa.blog.me/220804931327) 저의 아이 경험으로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아요. 몸은 항온을 유지하려는 관성이 있죠. 그런데 허열(虛熱)이 있으면 몸은 뜨겁지만 사실 내부는 차가운 상태예요. 열이 남에도 불구하고 땀이 나지 않는 것이 그 증거죠. 따라서 이 경우 열이 난다고 몸을 식히려 냉찜질을 하거나 찬물을 들이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요. 일시적으론 몸이 차가와질 수 있으나 도로 열이 나고 체온도 떨어지지 않죠. 게다가 자칫 내장 기관도 상할수 있구요. 이 경우엔 반대로 몸을 따뜻하게 하고, 따뜻한 물을 복용해야 해요. 그러면 내외부가 함께 더워져 몸이 항온을 유지하기 위해 땀을 배출하게 되고, 땀이 배출되면 체온이 자연스럽게 떨어지죠. 일견 미련하게 보였던 저의 처방이 효과가 있었던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에요.

 

그러나 이 처방이 항상 유용한 것은 아니예요. 선천적으로 속열이 많은 사람은 별 효과가 없어요(저의 아이는 다행히(?) 이런 예외가 아니었기에 효과가 있었던 것이죠). 속열이 많은 사람은 찬밥을 먹으면서도 땀을 흘리거든요. 이런 이들에겐 이열치열이 의미없는, 아니 오히려 해로운 처방이에요. 요는 이열치열이 의미있는 처방이긴 하지만 모든 경우에 적용되는 처방은 아니라는 점이예요. 이런, 마치 의사나 된듯이 주절됐네요. 죄송.

 

 

한자를 좀 자세히 살펴 볼까요?

 

는 已(그칠 이, 이미 미)를 뒤집어 놓은 거예요(모양이 약간 달라졌죠). 본래는 '그치지 않고 계속하여 사용한다'란 의미예요. 以를 보통 '써 이'라고 읽는데, 이때 '써'는 '수단, 방법'이란 의미예요. 본뜻에서 연역된 의미지요. 써 이. 以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以心傳心(이심전심), 事親以孝(사친이효)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는 氵(水의 변형, 물 수)와 台(怡의 축약형, 기쁠 이)의 합자예요. 일정한 법도에 맞게 다스려 잘되게 한다란 의미예요. 水로 의미를 표현했어요. 물은 아래로 흐르게 해야 문제가 없기에, 이 의미로 본 의미를 표현한 것이지요. 台는 음을 담당하면서(이→치)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일이 일정한 법도에 맞게 잘 다스려지면 즐겁고 기쁘다란 의미로요. 다스릴 치. 治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治山治水(치산치수), 治療(치료)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埶(심을 예)와 灬(火의 변형, 불 화)의 합자예요. 덥다, 뜨겁다란 의미예요. 灬로 의미를 표현했어요. 埶는 음을 담당하면서(예→열)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심은 것이 잘 자라는데 필요한 것이 더운 기운이란 의미로요. 더울 열. 熱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熱氣(열기), 以熱治熱(이열치열)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정리 문제를 풀어 볼까요?

 

1. 다음 한자를 허벅지에 열심히 연습하시오.

 

   以 써 이   熱 더울 열   治 다스릴 치

 

2. (   )안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손바닥에 써 보시오.

 

   (   )療   (   )氣   (   )心傳心

 

3. 다음을 한자로 써 보시오.

 

   열로써 열을 다스리다.

 

 

사진의 이열치열은 어느 죽집에서 여름철 메뉴(불짬뽕죽)를 홍보하기 위해 사용한 것인데, 무심코 보면 별 문제 없는 것 같지만 자세히 보면 약간 문제가 있어요. 열로써 열을 다스린다는 말은 맞는 말이지만, 열을 다스리는 '열'이 '매운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에 뜨거우면서 매운 맛이 틀림없을 불짬뽕죽이 이열치열에 적합한 메뉴라고는 할 수 없기 때문이죠. 차가운 날씨에 어울리지 않는 철지난 홍보물 만큼이나 어색한 메뉴예요.


댓글(2)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그장소] 2017-02-25 04: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통 뜨거운 음식과 놓고 많이들 쓰는데 ..그렇군요!^^

cyrus 2017-02-25 1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운 맛을 좋아하는 심리가 플라시보 효과와 비슷해요. 그러니까 흔히 매운 음식을 먹고 나면 속시원한 기분이 든다고 하는데, 그게 뇌의 착각이라고 하더군요. 오히려 매운 음식을 갑자기 받아들이는 장이 부담스러워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