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습네다 ~
1945년 10월 16 일 8시 30분 이승만은 방송을 통하여 이렇게 말했어요. 그런데 이 앞에 생략된 말이 있다는 사실을 혹 아시는지요? 이 앞에 생략된 말은 "나를 따르시오!" 예요. "나를 따르시오!"가 추가된 "뭉치면…"과 "나를 따르시오!"가 생략된 "뭉치면…"은 의미 차이가 심하지요. 전자는 자신을 중심에 둔 독선이고, 후자는 타인을 염려하는 배려잖아요? 이래서 전후 맥락을 생략한 단장취의 이해는 경계해야 해요. 본뜻이 왜곡될 수 있거든요.
이런 단장취의 오해는 사회 현상을 보는데도 나타나는 것 같아요. 그런 오해 중의 하나가 노동조합의 '파업' 아닌가 싶어요. 노동조합의 파업은 정당한 권한[단체행동권] 행사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경우 불법으로 치부되거나 시민 불편의 원흉으로 지목되어 지탄받기 일쑤죠. 나아가서는 국가 경제 발전의 발목을 잡는 사회악으로까지 보는 경향도 있죠. 이런 인식은, 위에서 말한, '뭉치면…'의 단장취의식 인식과 같다고 볼 수 있어요. 파업 이전의 맥락은 도외시하고 파업 그 자체만 보고 판단하기 때문이죠. 온전한 맥락으로 문장을 이해해야 문장의 원의미를 제대로 인지할 수 있듯, 노동조합의 파업도 온전한 맥락으로 이해해야 불필요한 오해를 하지 않을 것 같아요.
사진은 단생산사(團生散死)라고 읽어요.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란 뜻이에요. 지난 주말 광화문 광장에 갔다가 찍었어요. 이날 집회엔 많은 노동조합들이 참여했는데, 이 깃발 주변에도 노동조합 깃발이 휘날리는 것으로 보아 이 깃발 역시 어느 노동조합의 깃발이지 않나 싶더군요. 한자를 사용해 노동조합의 핵심[단결]을 표현한 것이 좀 의외더군요. 웬지 노동조합은 한자를 싫어할 것 같은 선입견이 있어서요. ^ ^ 이 또한 단장취의의 왜곡된 인식일까요? ^ ^ 깃발을 보다보니 이승만의 말이 생각나고 나아가 왜곡된 노동조합 파업 인식까지 연상되어, 약간 주제넘게(?) 중얼거렸네요.
한자를 살펴 볼까요?
團은 口(에워쌀 위)와 專(오로지 전)의 합자예요. 둥글다란 의미예요. 口로 의미를 표현했어요. 둥근 것은 에워싸여 있는 형태잖아요? 專은 음을 담당하면서(전→단)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專은 본시 물레를 의미하는 글자였어요. 물레는 실을 감을 때 계속 돌아가면서 실을 감죠. 그 돌아가는 형태는 당연히 원형이구요. 그래서 이 글자로 둥글다란 원 의미를 일부분 보충하고 있는 것이죠. 둥글 단. 모이다(뭉치다)란 뜻으로도 사용하는데, 이는 본뜻에서 연역된 의미예요. 모인 형태는 대개 둥글잖아요? 모일 단. 團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團體(단체), 團合(단합) 등을 들 수 있겠네요.
生은 屮(싹날 철)과 土(흙 토)의 합자예요. 땅에서 새싹이 돋아난다는 의미예요. 날 생. 生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生命(생명), 生動(생동) 등을 들 수 있겠네요.
散은 林(수풀 림)과 攵(칠 복)의 합자예요. 숲의 나무들을 치면 가지가 부러지고 잎이 떨어진다란 의미예요. 이 의미를 종합하여 '흩어지다'란 의미로 사용해요. 흩어질 산. 散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解散(해산), 分散(분산) 등을 들 수 있겠네요.
死는 歹(앙상한뼈 알, 살을 발라낸 뼈)과 人(사람 인)의 합자예요. 정령(精靈)이 빠져나간 형해(形骸), 곧 뼈만 남은 시신이란 의미예요. 죽을 사. 死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生死(생사), 死後(사후)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정리 문제를 풀어 볼까요?
1. 다음 한자를 허벅지에 열심히 연습하시오.
團 둥글(뭉칠) 단 生 날 생 解 풀 해 死 죽을 사
2. ( )안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손바닥에 써 보시오.
解( ) 生( ) ( )合 ( )動
3.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를 한문으로 써 보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