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만일 위나라 임금이 선생님을 중용한다면 무슨 일을 먼저 하시겠습니까?"

 

"반드시 명칭[名]부터 바로 잡을 것이다."

 

"선생님도, 참,  현실 돌아가는 것에 어두우시긴…. 그건 그렇고 무엇 때문에 명칭부터 바로 잡겠다고 하시는건지요?"

 

"떼끼, 버릇없구나. 군자는 자기가 알지 못하는 일에 대해선 함부로 말하지 않는 법이다. 왜 명칭을 바로 잡아야 하는지 그 이유를 말해 주마. 각자가 지닌 명칭, 곧 직위가 그가 지닌 실제적 권한과 일치해야 내려진 명령이 실천되고, 명령이 제대로 실천될 때에 일이 이루어지며, 그런 후에야 예악 등 문화적 교육이 가능하게 되고, 형벌이 올바르게 적용되어 백성의 삶이 편안해 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공자의 이 말은 원래 부정형으로 되어 있는데, 여기서는 긍정형으로 번역했어요. 번역 참조:  김승혜,『유교의 뿌리를 찾아서(지식의 풍경: 2008)』, 337쪽)

 

『논어』「자로」편에 나오는 공자와 자로와의 대화예요. 공자를 형님인 듯 스승인 듯 대하며 '솔까'하는 자로와 그런 자로를 타박하면서도 웬지 따스하게 어루는 공자의 모습이 잘 드러나는 대화 장면이에요. 여기 자로에게 답변한 공자의 말은 후세에 '정명(正名)'사상이라 불린 공자의 정치 사상이에요. 정명 사상은, 쉽게 말해, 명(名)과 실(實)이 상부한 행사(行事)가 이뤄질 때 정치 질서가 잡힌다는 주장이에요. 하극상이 빈번하게 일어나던 춘추 말기를 생각해 보면 쉽게 이해되는 정치 사상이죠. 물론 이런 정치 사상이 춘추 말기에만 의미있었다면 공자의 정명 사상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을 거예요. 시대를 초월한 보편성이 있기 때문에 사람들의 지속적인 관심을 끌었던 것이죠. 당장 지금의 탄핵 정국만 봐도 정명 사상이 의미있다는 것을 알 수 있죠. 자신의 명칭에 해당하는 직무 범위를 벗어난 권한 행사로 인해 지금의 사태가 초래된 것 아니겠어요?

 

정명 사상을 대변하는 공자의 대표적인 발언은 사실 자로에게 한 말 보다는 제경공에게 답변했다는 다음의 발언이에요: "임금은 임금답게, 신하는 신하답게, 부모는 부모답게, 자식은 자식답게 행동해야 합니다[君君 臣臣 父父 子子]."  자로에게 말한 장황한(?) 내용을 간결하게 압축하여 표현한 발언이라 할 수 있죠.

 

사진의 한자는 유정(有晸)이라고 읽어요. 보통 유정이라고 하면 有情으로 표기하는데 이 식당의 유정은 有晸이라고 표기했어요. 왜 이렇게 표기했는지 궁금하더군요(음식을 사 먹으러 들어갈 식당이 아니었기 때문에 물어보질 못했어요). 두 가지 가능성이 있는 것 같아요. 첫째는 간판을 제작하는 이가 한자를 잘못 입력했을 가능성이에요. 요즘엔 한자에 익숙하지 않아 한글을 한자로 변환할 때 그 한글 음에 해당하는 한자를 대충(?) 택하는 경우가 있더라구요. 어차피 사람들이 한자에 크게 신경쓰지 않으니까요. 둘째는 식당 주인 이름일 가능성이에요. 자신의 이름이기에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有情'과 다르다는 의미로 有晸이란 한자 표기를 부기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에요.

 

첫째 이유이든 둘째 이유이든 한글 이름 전체를 한자로 부기하지 않고 식당 이름만 한자로 부기한 것이 특이한데, 간판의 이 한자 부기를 응시하다 보니 문득, 앞서 말한, 공자의 정명 사상이 떠오르더군요. 한글 이름에 한자를 부기하여 그 의미를 분명히 밝히려는 것은 그 이름에 걸맞는 뭔가를 하려는 것이고, 그것은 바로 공자의 정명 사상과 맞닿아 있는 것 아닌가 싶었던 거죠.

 

이 식당 주인이 식당 이름에 걸맞는 뭔가를 하려고 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본래 표기하려던 한자가 有情이었다면, 정감있는 식당 혹은 정감있는 음식을 만들어 내겠다는 것일테고, 만일 有晸이 식당 주인의 이름이라면 자신의 이름을 걸고 음식을 만들겠다는 뜻 아닐까요? 비록 허름한(?) 식당의 간판이지만 이름의 의미를 분명히 하여 그 이름에 걸맞는 뭔가를 하려는 자세는 더없이 아름다운 자세로 보여요. 

 

식당 이름의 한자 부기(附記), 웬지 허술하게 넘길 표기가 아닌 것 같아요. 너무 견강부회했나요?

 

 

한자의 뜻과 음을 알아 볼까요?

 

는 두 가지로 설명해요. 하나: 月(달 월)과 又(手의 변형, 손 수)의 합자로, 있어서는 안될 일[월식]이 있게 됐다란 의미이다. 又는 음을 담당(우→유). 둘: 月(肉의 변형, 고기 육)과 又의 합자로, 손에 고기를 가지고 있다는 의미이다. 있을 유. 有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無所有(무소유), 有限(유한)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日(날 일)과 政(정치 정)의 합자예요. 해뜨는 모양이란 뜻이에요. 日로 뜻을 표현했어요. 政은 음을 담당해요. 해뜨는모양 정. 晸은 중국 신화의 한 주인공 이름이에요. 따라서 딱히 예로 들만한 것이 없군요. 晸에 관한 신화를 살짝 소개하는 것으로 예를 대신하죠. 晸은 염제의 후예예요. 일찍이, 해가 '우'라는 연못에 떨어지기 전 해 그림자를 따라 잡으려 뒤쫓아갔다고 해요. 도중에 목이 말라 황하와 위하의 물을 다 마셨는데 그래도 갈증이 그치지 않아 이번엔 대택수의 물을 마시러 북쪽으로 가던 중 갈증이 극심해 죽었다고 해요(인용 참조: http://100.daum.net/encyclopedia/view/b02g0831a).

 

 

정리 문제를 풀어 볼까요?

 

1. 다음 한자를 허벅지에 열심히 연습하시오.

 

   有 있을 유   晸 해뜨는모양 정

 

2. (   )안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손바닥에 써 보시오.

 

   無所(   )

 

3. 특별한 한자 표기가 있는 식당 이름을 소개해 보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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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7-02-19 02:2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정 ㅡ만 골똘히 들여다보니 , 그 넘의 정치가 매일 매일 우리 바람과는 다르게 행해지는 것과 비슷하단 생각이 들어버리네요 . 잡으려하면 저버리는 해그림자같이..
재미있었어요 . 잘 ( 제대로 이해는 한건지)읽고 갑니다~^^

찔레꽃 2017-02-19 08:42   좋아요 4 | URL
새 정권은 민의와 소통하는 정권이 되겠죠! ^ ^

[그장소] 2017-02-20 03:38   좋아요 3 | URL
그래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