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스쿨버스 운전사입니다 - 빈털터리 소설가와 특별한 아이들의 유쾌한 인생 수업
크레이그 데이비드슨 지음, 유혜인 옮김 / 북라이프 / 2017년 9월
평점 :
절판


나는 스쿨버스 운전사입니다.

 

 


 

그러니까 몇 년 전이라고 해두자. 아침에 나는 두 아이를 학교까지 데려다주면서 늘 라디오방송을 들으면서 운전을 했었다. 그리고 그때 한명의 사회자와 어느 기자가 나누던 이야기가 스피커를 타고 흘러나왔을 때, 처음 이 책을 만났다. 아마도 장애인의 날이 아니었을까. 지금 생각해보면 책을 소개하러 나온 그 기자는 매우 흥분했던 것 같기도 했다. 그가 그렇게 흥분을 했던 까닭은 아마도 본인이 장애인의 날에 가장 어울린 만한 책을 가지고 나왔다는, 일종의 스스로의 만족감에서 나온 감정이 만들어낸 나르시시즘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그의 나르시스즘이 만들어낸 흥분에 동참하게 됐던 것 같다. 책을 구입하고 책장에 꽂아둔 지 꽤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나는 타인의 감정이 만들어내는 흥분에도 동요치 않을정도의 비교적 객관적 인식을 잘 다져놓았을까. 4년이 지났다.

 



이 책의 저자는 크레이그 데이비드슨이다. 책은 실제로 저자 크레이그가 경험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자전적 소설인줄 알았는데 아니다. 에세이라고 한다. 그는 전업 작가를 꿈꾸었던 젊은이었다. 에이전트와 계약을 하고 작품을 쓰며 인생이 잘 풀릴 것 같다는 희망을 품기도 했지만, 현실을 늘 그렇지만 녹녹하지만은 않았던 것 같다. 당장 생계를 위해 무언가를 해야만 했을 때, 크레이그는 노란색의 스쿨버스 운전사를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고 면접을 보러 찾아가게 된다.

책은 그의 삶이 잠시 어느 모퉁이를 돌아 방향을 바꾸게 되면서 만나게 되는 이야기들을 담아낸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갖는 선입관으로 인해 꺼려하는 장애아동을 태운 스쿨버스. 그는 그곳에서 만난 다섯 아이들과 친구가 되고, 때론 마음을 교감하는 친근한 큰 형이 되기도 하며, 든든한 조력자로서의 모습을 보여준다.

 



작품은 단순히 크레이그의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 에세이라는 측면과 함께 동시에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시선에 대한 사회적 인식에 대해 함께 생각해야 할 것들을 소집해 언급하고 있다고 봐야한다. 그러나 딱딱하게 서로 구분해서 볼 것은 아니다. 비장애인들이 장애인들과 함께 어울리며 우리는 서로 다르지 않다! 는 사고로 접근하는 것이 맞는 이치임을 은근 강조하는 이 책은, 시종 그런 유연한 시선으로 읽어보면 좋을 책이다. (사실은 개인적으로는 비장애인과 장애인과의 바람직한 관계? 만을 강조하는 듯한 분위기가 보이는 듯해, 어쩐지 교과서 같이 다가오는 면이 없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ㅜㅜ. 무엇이든 강조하는 듯한 분위기는 작품 전체를 어색하게 만들어버린다) 그러니 건조한 시선이 아닌 가능하면 유연한 시선으로 들여다볼 일이다.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선은 말이다. 그들이 나와 다르지 않은 똑같은 사람이고 존중받아야 할 인격체이며 우리 이웃이라는 그런 개념으로 정해진 인식표대로 곱씹어 그대로 따를 것만을 강요하기보다는, 그들과 함께 직접 부딪치며 뒤엉켜보면서 함께 생활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본인이 스스로 느끼고 깨달아야하는 부분까지 마지막으로 충족되어야 하는 분이라는 것도 함께 생각했던 부분이기도 하다. 사실은 그렇다. 무엇이 옳고 그르다, 라는 개념으로 접근하기 보다는 뭐랄까. 조금은 자연스러운 인식으로 직접적인 체험을 통해 새롭게 바라보는 시선이 필요하지 않을까.

어쩌면 그런 의미에서 이번 작품 속 주인공은 매우 긍정적인 변화를 거쳐간다고 볼 수 있을 것도 같다. 개빈과 빈센트, 나자와 올리버 그리고 마지막으로 제이크까지. 이 아이들은 비록 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비장애인 주인공과 함께 거대한 의미의 성장을 만들어가는 인물들이다.

저자 크레이크 데이비드슨은 짧은 기간 버스운전기사 일을 하면서 얻은 삶의 모습들을 교훈삼아 성실한 가장으로, 책을 쓰는 작가로 다시 태어나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는 이야기를 남긴다. 그는 책 말미에 그가 만났던 3077번 버스의 아이들과 학부모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한 사람의 인간이 성찰하고 성숙해가는 과정에서 부득이하게 요구되는 어떤 계기라는 것은 말이다. 어쩌면 거대한 운석이 지구에 떨어지는 것만큼의 특수한 순간일 수도 있겠지만, 딴은 매일같이 해가 뜨고 달이 뜨는 것처럼 평범하면서도 나름의 의미를 담아낼 수 있는 그런 순간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각설하고 반복하는 말이지만 책을 비장애인과 장애인의 측면으로만 보면 옳은 시선은 아닌 듯하다. 그저 있는 그대로 부담 없이 읽으면 좋을 책이다. 어떤 시선으로 볼 것인가는 읽는 이의 선택이다. 내가 자꾸만 읽어야하는 시선을 강조하는 것도 옳지 않아보이더란 말이다. 그냥 편하게 읽어볼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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