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터의 탁상담화 - 종교개혁자의 사적인 대화록 세계기독교고전 49
마르틴 루터 지음, 이길상 옮김 / CH북스(크리스천다이제스트) / 2019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루터의 탁상담화

-어둠 그 너머를 생각하다.

 


루터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는 까닭은 세계사 시간에 배웠던 종교개혁에 관한 내용 덕분이다. 사람은 결코 신보다 위에 설 수 없음을 다시 한 번 천명한 루터. 인간의 신분으로 스스로를 신격화하며 왕보다도 더 높은 곳에서 군림하려했던 당대 교황과 루터는, 성경에 등장하는 골리앗과 다윗의 이미지와 닮았다. 사실 그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다. 그저 오래전 어느 시절에 교황을 비롯해 그 세력과 담을 쌓고 새로운 종교를 만든 사람이라는 사실만으로 루터의 이미지는 고착화된 지 오래다.

꼭 그의 이미지를 새롭게 이해하기보다는 언젠가부터 내 주변의 상황이 변하는 몇가지 상황들로 인해 조금씩 루터의 사상과 그와는 대적이었던 로마교회에 대한 궁금증이 생겨났던 것 같다.

 


종교개혁자의 사적인 대화록이라는 타이틀을 담고 있는 이번 ‘루터의 탁상담화’는 사실 서평을 쓰기 위한 책 읽기로 봤을 때 쉬운 책은 아니었던 것 같다. 한동안 개념이나 이론이 명확하게 정리된 책들을 읽어왔기 때문일까.

이번 루터의 책은 개념서나 이론서가 아닌 사람과 사람사이에서 오고갔던 대화와, 개인의 사상과 의견을 피력하는 형식을 갖고 있다. 딱딱하거나 무거운 분위기는 아니다. 다만 읽는 사람의 사고에 따라 그 깊이감은 매우 다양하리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가 왜 로마교회에 척을 지면서까지 개혁을 이루고자했는지 궁금하다면, 개념서를 들춰보는 것보다 오히려 탁상담화와 같은 부류의 책을 곁에 두면서 천천히 읽어보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일 듯하다.

책에는 루터가 생각하고 행동으로 옮기려 했던 그만의 엄중하면서도 정확한 종교관이 빼곡하게 들어있다. 성경에 대한 그의 해석을 따로 떼어 생각해봐도, 당대까지 로마교회가 고집스레 지키려했던 성경의 해석을 포함한 그들의 종교관과 분명하게 대조를 이루는 것을 볼 수 있다.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을 대하는 루터의 자세는 언제나 낮고 경건했다. 책속에 보이는 그의 이미지는 강하면서도 부드러운 내면을 가진 소유자의 모습으로 보인다. 그가 사람들에게 전하는 하나님과 교회이야기 안에는, 어쩌면 절대 흔들리지 않는 그 자신의 신념이 투영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는 신학자이면서 교수였고, 신이 선택한 인간의 아들인 동시에, 순종했던 제자였으며, 그리고 또 한편으로는 나약한 한 사람의 인간이었다. 여기 탁상담화로 세상에 알려진 루터의 이야기 속에서, 우리는 신을 향한 그의 강직한 믿음이 어떻게 구체화되고 완성되는지 확인할 수 있다.

 


-성경은 이성만 가지고 비평하고 설명하고 판단해서는 안 되고, 기도의 심정을 품고 근실하게 묵상하여 그 뜻을 찾아야 합니다. p37-

 


-내가 해주고 싶은 조언은, 참된 우물에서 물을 길으라는 것입니다. 성경을 근실히 상고하라는 것입니다. 성경의 본문을 온전하게 파악한 사람이야말로 완숙한 신학자입니다.p37-

 


-설교자가 참고 짊어져야 할 무거운 짐을 나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생각하면 설교자가 되려고 나서는 사람을 말리고 싶은 심정입니다. 그러나 비록 지금은 그리스도께서 나를 매몰차게 대하시지만, 마지막 날에는 인자하게 말씀을 건네실 것을 확신합니다. p273-

 


성경과 교리를 대하는 루터의 자세는 경건함과 부드러움을 담은 비장함이 엿보인다. 그가 풀어가는 이야기를 읽고 있으면 성경의 이야기가 그림처럼 눈앞에 펼쳐진다. 사실 이번 책은 성경과 교회의 교리와 사상을 담고 있는 책이기에 성경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있어야 더 이해가 쉽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참고로 책의 서문에서는 탁상담화가 세상에 나오기까지 여러 변수와 어려움이 있었음을 소개한다. 많은 시간을 보내고, 대를 이어서까지 책을 지켜내며, 세상에 알리기 위해 헌신한 이들의 이야기가 함께 실리기도 했다. 결국 로마교회의 강압적인 상황 속에서도, 루터의 이야기는 끝내 사멸되어 사라지지 않고 보존되었다. 이 역사적 사실 역시 하나님의 뜻인가.

 


때문에 책은 더욱 귀하고 고결함으로 다가온다. 어릴적 듣고 배웠던 하나의 세상에 자라나던 작은 믿음의 방안에도, 이 사람 루터의 이론들이 가득했다. 헌데 어른이 되어서는 루터의 이야기와 로마교회의 이야기 사이에서 우습지 않게 심각하게 고민을 하고 있다. 다시 암흑의 길로 들어가지 말게 하옵시고....

루터가 말하기를 늙은이들은 왜 교황으로부터 벗어나야 종교적 자유를 찾아야 했는지 이유를 잘 알고 있지만, 어린 아이나 다음 세대의 사람들은 잘 모른다고 걱정을 했던 대목이 기억난다.

 


교회에 대한 루터의 생각들이 곧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개신교의 관점이라고 할 수 있을까. 루터가 개혁을 이루던 그 시점에서 현재까지 기독교의 교리와 종교관은 조금의 변화도 없었던 것일까. 지금 루터의 굳건한 사상은 어디쯤에 머물러있는 것일까.

하나님의 말씀에 관하여, 하나님께서 하신 일들에 관하여, 세상에 본질, 우상숭배, 예수그리스도, 성령과 죄, 혹은 기도와 세례, 성찬등. 다양한 이야기가 실려 있는 이번 책이, 혼돈 가운데 현재의 시간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큰 위로와 위안으로 힘이 되리라 생각한다. 어둠 속에서 더욱 빛나는 가치로 기억되기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