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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생각하고 느끼는 우리 명승기행 - 김학범 교수와 함께 떠나는 국내 최초 자연유산 순례기 ㅣ 보고 생각하고 느끼는 우리 명승기행 1
김학범 지음 / 김영사 / 2013년 5월
평점 :
예전에 모 카드사의 여행웹진에 원고를 실었던 적이 있다. 덕분에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들 보다는 테마를 정해서 방방곡곡을 돌아다녔었다. 그 작업을 하면서 아쉬웠던 것은 사람들이 원하는 아이템은 레저와 먹거리에 집중되었을 뿐, 장소는 중요치 않더라는 점이다. 그래서 일부로라도 더 역사의 흔적이 남긴 곳을 찾아서 이야기를 풀어갔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이번에 나온 <우리 명승기행>을 보면서 내가 인터넷으로만 찾아보았던 그 많은 지식이 얼마나 많은 오류투성이 인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원고를 만드는 나 역시도 제대로 알지 못했던 것이다. 사실, 명승이라는 개념조차 제대로 몰랐는데 저자 김학범 교수는 기존의 유적지 외에도 정원, 원림, 동천, 대, 옛길, 경작지, 포구등과 같은 역사, 문화 경관이 명승에 포함된다고 지적한다. 내가 지나치고 스쳐 지나간 많은 곳들이 바로 명승이었던 것이다.
책을 읽다간 제목을 보고 반가운 곳을 발견했다. 영월의 청령포..
단종의 유배지이다. 촬영 때문에 그곳을 두 번 방문했었는데, 한 번은 물안개가 짙은 초겨울의 이른 아침이었다. 뒤에는 절벽이 서 있고, 3면은 강으로 휘둘러져 있어서 배가 없이는 들어갈 수도 나올 수도 없는 천연의 유배지이다. 어린 나이에 삼촌에게 왕위를 빼앗기고 이 적막한 시골에 갇혀 지냈던 단종이 머물던 곳이라는 것도 알고 갔지만, 아침 안개에 모노톤으로 서있는 소나무에게 시선을 빼앗겨 단종은 내 글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지 못했다. 그러다, 청령포의 첫 페이지에 적혀있는 어린 단종의 시에 가슴이 흔들렸다.
‘원통한 새 한 마리가 궁중을 나오니
외로운 몸 그림자마저 짝 잃고 푸른 산을 헤매누나
.....
하늘은 귀먹어 하소연을 듣지 못하는데
서러운 이 몸의 귀만 어찌 이리 밝아지는가.‘
- 단종 <자규시> -
그 짙은 안개속에 서 있었을 때 이 싯구를 알고 있었다면.....
우리는 맛난 먹거리를 찾으러 여행을 떠나며 재미와 멋진 자연 풍광을 만끽하기 위해 인터넷을 뒤지지만, 우리의 땅에는 많은 이야기와 역사가 담겨있는 명승이 너무 많다. <우리 명승 기행>은 언제나 여행을 떠날 때 함께 할 만한 가치가 있는 여행친구인 것 같다. 많은 이야기와 느낌을 갖게 하는 여행을 떠나고 싶다면 무조건 읽어야할 필독서라고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