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델의 증명 - 호프스태터가 서문을 쓰고 개정한
어니스트 네이글 외 지음, 곽강제.고중숙 옮김 / 승산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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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짧고 간결함에도 아주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는바 매우 실속 있고 탁월한 책이다. 괴델의 불완전성 증명에 대한 친절하면서도 알찬 해설이 가장 큰 장점임은 물론이요, 그 증명이 나오기까지 그와 연관된 수학 기초론에 관한 수학철학적 지식들도 부수적으로 얻어갈 수 있다. 수학에 대한 형식주의적 관점과 그 근본기조, 연산체계의 형식화에 필요한 요소와 절차들, 정합성과 완전성 등 형식체계에 대한 메타적 개념의 정의, 형식화 사례로서 명제논리 연산체계의 형식화 과정, 최종 목표인 괴델의 증명과 그 방법론적 특징까지ㅡ한 쪽 한 문단 한 단어 어느 하나 대충 읽고 지나갈 수 없을 만큼, 구석구석까지 아주 훌륭하게 쓰였다. 이런 좋은 책을 역자들의 깔끔한 번역을 통해 읽을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느낄 정도였다. 짧지만, 몇 번이고 다시 읽고 싶을 수작이다. 

 다만 한 가지 첨언하자면, 명제논리 및 양화논리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이 있어야 이 책을 온전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철학책에서 어떤 논리식과 그 도출과정이 나왔을 때에는, 그 정식을 형식언어체계 내에서 구문론적으로 이해하고 그 연역과정을 직접 재구성해 보는 것이, 그 논리식과 연관된 논의를 온전하게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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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론의 상대성 철학박사학위논문 2
이명숙 지음 / 서광사 / 199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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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그대로 콰인의 상대적 존재론이 중심적으로 다뤄진다. 2, 3장에서는 콰인의 존재론적 관점이 형성되는 데에 영향을 미친 앞선 이론들(논리실증주의와 카르납)에 대한 개관과 그에 대한 콰인의 비판이 설명된다. 4, 5장에서는 콰인이 제시하는 상대적 존재론의 관점이 그와 밀접히 연관된 논리철학적, 언어철학적 맥락에서 논증되고, 콰인의 주장에 대한 비판과 저자의 재반박이 간략히 제시된다. 내용 측면에서 균형이 잘 잡혀있을 뿐만 아니라 서술 측면에서 전반적으로 너무 쉽지도 그렇다고 너무 어렵지도 않기에, 콰인의 철학을 다소간 알고 있되 약간 더 상세하고 일관된 관점에서 종합적으로 이해하고자 한다면, 내실 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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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리경험주의 - 그 시작과 발전 과정
J.요르겐센 / 서광사 / 199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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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리실증주의 혹은 논리경험주의에 대한 아주 유용한 책이다. 역사적 서술방식과 내용적 서술방식을 적절히 혼합하여 논리경험주의의 발전과정과 논제들을 간략하고 평이하면서도 실속 있게 소개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논리실증주의에 대한 소박한 편견을 물리치게 해준 책이기도 하다. 논리실증주의에 대해 검증주의 의미론만을 알고 있던 나로서는, 논리실증주의자들이 과학과 철학 내지는 학문 전반에 대해 도모한 바가 무엇이었는지를 폭넓게 알게 됨으로써, 검증주의 의미론은 논리실증주의에서 매우 부수적이고 제한된 관심사였음을 깨닫게 되었다. 빈 서클의 논리실증주의 뿐만 아니라 유럽의 여타 지역에서 활동한 여러 학파들 역시 논리경험주의 경향의 발전과정과 연관되어있다는 사실도 새로이 알게 된 철학사적 지식이었다. 본문 120쪽밖에 안 되는 짧은 책이지만, 초기 분석철학에 관한 책들을 읽을 때마가 들춰보게 된바, 아주 유용한 책이 되었다. 

 다만 입문서로서는 그다지 추천할 만하지 않다. 다양한 논제와 이론들이 개괄적으로 논의되다보니, 그에 대한 선지식이 일정 정도 있어야만 읽는 소득이 있을 듯하다. 입문서로서 활용하고자 한다면, 해당 주제가 좀 더 폭넒고 상세하게 소개되는 여타 서적과 병행하여 읽는 편이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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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철학이란 무엇인가?
한스요한 글로크 지음, 한상기 옮김 / 서광사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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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본적으로 철학사 혹은 철학적 이론, 논증에 관한 책이 아니다. 이런 명칭이 가능하다면, 철학사론 혹은 철학사조론을 전개하는 메타적 성격의 저술로서, '분석철학'에 대한 명확한 기준 내지 정의특성이라 간주되어오던 개념들이 합당한지가 폭넓게 탐구된다. 그러다보니 이 책을 결실 있게 읽기 위해서는 분석철학사 자체를 충분히 숙지하고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분석철학과 대비되는 각종 현대철학 사조들이 대략 어떤 성격을 지니고 있는지 역시 조금이나마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그 이전의 근대철학사에 대해 일정 정도 알고 있어야 함은 당연하다.) 그렇지 않은 채 읽는다면 저자가 무엇에 관해 논의하고 있는지조차 파악하기 어렵다. 언급된 사항들에 관한 지식을 갖춘 채로, 분석철학 사조의 정체성에 대한 관심과 문제의식을 갖고 있어야만 흥미롭게 읽힐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지식이 짧아 그다지 재미있게 읽지 못했다.)

 추가적으로, 2장에 서술된 분석철학 전반에 대한 역사적 개관이, 분석철학사를 일별하고 정리하는 데에 매우 유용한 듯하다. 분석철학적 씨앗이 발아되는 근대에서 시작하여, 비교적 최근인 1980년대까지의 분석철학을 역사순으로 매우 압축적이게 개관하고 있다. 다만 이 역시 분석철학에 다소 익숙한 사람에게나 유용하다. 분석철학적인 내용을 산발적으로만 알고 있다면, 60쪽 남짓 되는 이 개관을 읽음으로써 자신이 아는 바를 일관된 흐름으로 꿰어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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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의 확실성 사이언스 클래식 7
모리스 클라인 지음, 심재관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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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주 흥미진진하게 읽히면서도 내실을 갖춘 책이다 이런 표현이 가능하다면, 마치 방대한 '학문적 소설' 작품 하나를 읽은 듯한 기분이다. 수학과 자연과학이 더불어 발전하면서 수학의 확실성이라는 관념이 자리잡아온 과정, 수학 내에서 다양한 체계들이 발전하면서 그러한 확실성에 대한 신뢰에 균열이 가기 시작하는 과정, 수학의 발전 과정이 비논리적이었음을 자각하는 과정 및 그러한 반성 하에 수학의 기초를 튼튼하게 다지고자 했던 각종 수학 기초론 학파들이 대두된 과정, 수학의 확실성을 담보하고자 경주된 모든 노력에 최종 타격을 가한 엄청난 사건, 그 사건 이후 작금의 수학계 실정 및 그에 대한 저자의 비판적 관점 등ㅡ이러한 내용들이 마치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의 구조를 갖는 한 편의 소설처럼 펼쳐진다. 

 이렇듯 의도적인 구성과 서술방식을 지니고 있다 보니, 수학사에 관한 교양서로서 읽기에도 여타 일반적이고 단조로운 수학사 책보다 재미있게 읽히는 듯하며, 수학 기초론에 관한 입문서로서 읽기에도 여타 전문적인 수학철학 책보다 평이하게 읽힌다. 순수 수학적 내용이나 수식 등이 최소한으로 등장하면서도, 그러한 내용이 논의될 때에는 이 사례가 현재 논의 맥락에서 시사하는바가 무언인지 마지막에 반드시 첨언, 정리되어 있어서, 학창시절 배운 수학지식을 다 까먹은 나 같은 일반 독자층이 읽기에 부담스럽지 않다. 수학적 훈련과 거리가 먼 대중 독자층에 대한 저자의 배려가 곳곳에서 엿보였다. 

 서술 측면에서의 좋은 접근성, 평이성이라는 장점 외에도, 내용적인 측면에서의 장점도 개인적으로는 무척 컸다. 수학은 확실하고 필연적인 지식체계라는 막연하고 소박한 직관에 의심을 던져보기에 충분할 만큼, 일관된 논지와 그를 뒷받침하기 위한 각종 사례들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논의된다. 치밀한 논증이나 번뜩이는 통찰력에서 오는 센세이셔널한 독서경험을 가져다주진 않았지만, 저자가 목표하는바 수학이라는 학문을 조금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게끔 설득되는 데에는 충분하였다. 수학에 대한 교양 수준의 지식을 많이 습득하게 되었다는 것도 부수적인 장점이었다. 

 요컨대 교양서적으로서 평이하고 흥미롭게 읽히면서도, 피상적인 논의에 머무르지 않고 충분히 실속 있는 내용들을 전달해주고 있는 만족스러운 책이다. 수학이라는 학문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및 책의 부피가 주는 부담감만 이겨낸다면, 누구든 재미있게 읽고 많은 소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수학 관련 서적을 많이 읽어본 편은 아니지만, 누군가 수학에 관한 교양서적을 추천해달라 하면 거리낌 없이 추천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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