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리와 진리
여훈근 외 / 철학과현실사 / 199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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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게 보아 논리철학 및 그와 연관된 다양한 주제들을 다루고 있는 논문 선집이다 여러 글들이 모인 책이니만큼 읽는 난이도는 각 글들에 따라 차이가 있는데, 주제 자체가 전문적이고 세밀하다보니 사실상 어려운 글들의 비중이 대체로 높은 것 같다 하지만 각 분야에서 많은 연구와 저술활동을 해온 학자들의 글들인 만큼 공들여 읽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30쪽 남짓의 비교적 짧은 글들을 통해 해당 분야를 압축적으로 개관하여 접해볼 수 있고, 막연하게 알던 분야에 대한 선지식을 간략하게 정리하는 데에 도움이 되기도 하며, 관심하는 주제가 다뤄지는 글들만을 선별하여 읽는 식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다만 어쨌든 논문 형식의 글들이기 때문에 전문가가 아닌 일반 독자층의 입장에서는 한 분야나 주제에 대한 입문격의 글로서보다는 사후적인 보충이나 정리를 위한 글로서 활용하는 편이 도움이 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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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리 - 의미론적 예비학
에른스트 투겐트하트.우슬라 볼프 지음, 하병학 옮김 / 철학과현실사 / 199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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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이 매우 좋지 않다 비문도 꽤 많고, 얼핏 봐서는 무슨말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 투로 번역된 문장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런 문장을 읽고도 그 뜻이 무엇인지 간파해낼 수 있을 만큼의 배경지식이 없이 읽는다면 읽어도 별 소득이 없을 것이며, 그런 정도의 배경지식이 있다면 굳이 이 책을 읽을 필요가 없을 것이다 배경지식이 없어도, 번뜩이는 통찰력이 있어서 그 뜻을 직관적으로 이해해내는 사람이라면 혹여 읽을 가치가 있을지 모르겠다 거꾸로 말하면, 그만큼 문장들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뜻이다 번역의 문제인지 원서 자체의 난해함인지 자신할 수는 없지만, 어쨌든 한국어 문장으로서는 결코 좋은 문장들이 아니게끔 번역되어있다는 점만은 확실하다 논리철학 관련 국내서가 매우 적기에 그 분야에 관한 희소성 있는 책이라는 정도로만 읽는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기존 리뷰)

처음 읽었을 땐, 주제가 생소하고 어려운 탓도 있었겠지만, 번역이 좋지 않은 탓에도 이해하는 바가 적어서 그 점만을 들어 리뷰를 좋지 않게 작성했었다 연관될 만한 책들을 몇 권 더 읽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재독해보니, 번역이 아쉬울 정도로 내용과 구성의 측면에서는 아주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논리철학에 대한 현대의 분석적 관점에서 주로 논의되는 하위주제 및 개념들을 거의 망라하여 한 장씩 배타적으로 다루면서도, 앞서 다뤄진 내용들을 기초삼아 단계적으로 논의를 진행해나가기에, 각 장들 간 유기적인 구성을 통해 유관 개념들을 통합적으로 숙지할 수 있게끔 서술되어있다 한 장 내에서의 풍부하고 균형잡힌 서술도 돋보이는바, 필요에 따라 철학사적 논리학적 언어철학적 형이상학적 인식론적 접근을 취하기도 하고, 주제와 연관된 개별 철학자의 이론이 차용되어 해설되기도 하며(비트겐슈타인의 후기 철학과 스트로슨의 이론이 종종 언급 및 소개되는데, 저자들이 일상언어학파에 조금 관심하였던 듯하다), 어느 정도 공인된 비판적 논점들이 제시되기도 한다 예를 들자면, 책 전체를 통틀어 진행될 논의의 대략적인 방향을 설정하는 1장이 개인적으로 인상깊었는데, 논리학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 하에서 서양 논리학사를 압축적이게 개관하면서 초점을 맞출 만한 사항들을 추출해낸 뒤, 그에 대한 간략한 부연설명으로 논제의 핵심을 갈무리하고, 이를 토대삼아 앞으로 전개될 논의의 향방에 관심을 집중시킨다 고작 일개 독자임에도 감히 외람되이 평가하자면, 탁월한 철학적 교수법의 한 범형인 동시에 좋은 글쓰기의 한 사례라는 생각이 들었다 원저자들이 서문에서 밝히듯이 한 학기 강의 교재를 염두에 두고 쓰인 책이어서 그런지 애초부터 도모되었던 장점들인 셈이겠다 요컨대 알찬 내용, 좋은 구성을 통한 탁월한 전달력, 교과서적인 다소의 객관성 등을 갖춘 전반적으로 좋은 책이라고 평가한다 다만 입문서이긴 해도 주제 자체에 어느 정도 진입장벽이 있는 만큼, 논리학 및 철학일반에 대한 선지식을 갖추고 있어야만 혼자서 읽기에 무리가 없을 듯하다 해당분야에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이라면, 전문가의 강의를 들어가며 부교재로서 활용하지 않는 이상, 무턱대고 혼자서 독파해내긴 조금 어려울 것 같다 (나부터가 그러했다)

좋지 않은 번역은 여전히 가장 치명적인 단점이라고 생각한다 상술한 장점들이 모조리 가려지고 상쇄될 만큼 한국어로 읽기 까다롭게 번역되어있다 역주는 일절 없고, 본문에서도 의미를 매끄럽게 전달하고자 고심해가며 번역한 티가 잘 드러나지 않는다 동일한 역자에 의해서든, 해당분야의 전문가이면서 번역솜씨도 일정 정도 갖춘 다른 사람에 의해서든, 읽기 좋게 전면적으로 다시 번역되어 출간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논리철학 관련 단행본이 희소하다는 점에서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형식적으로만 습득하게 되는 논리학 지식을 철학적으로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 준다는 점에서도, 이런 책들은 더욱 많이 나오고 많이 읽힐 가치가 분명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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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건문의 이해
최원배 지음 / 서광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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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가 주제인만큼 논의 내용이 상당히 전문적이고 복잡하게 진행되기에 읽는 난이도가 괘 높지만, 주제 및 해당분야에 적극적인 관심과 문제의식이 있다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크게 보아 논리철학적인 논의가 다소 형식적이고 논증적으로 다뤄지기 때문에, 최소한 명제논리에 충분히 숙달해 있고 메타적인 기호논리학적 지식 일부를 숙지하고 있어야만 이 책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다 제시되는 다양한 이론들 고유의 특징으로 인해, 화용론, 확률론, 가능세계 개념 등에 대한 지식도 갖추고 있다면 좀 더 수월하고 심도있는 독서가 가능할 듯하다 매우 어렵지만 모든 내용이 명료한 논증 형태로 제시되어 있어, 공부하는 마음가짐으로 끈기 있게 읽어나간다면 논의의 맥락과 핵심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다 한 이론의 논지를 적절히 이해하고 나면, 조건문의 반직관성을 이렇게도 설명해낼 수 있구나 하는 참신함이 느껴진다 전문적인 연구서적읕로서의 성격이 두드러지되, 해당 분야에 대한 선지식과 흥미 양자를 일정 정도 갖추고 있다면 일반 독자층이 읽기에도 큰 무리가 없다고 생각한다

저자가 말하듯이 논리학을 처음 학습하는 누구든 조건문의 진리조건에서 이상함을 감지한다 개인적으로 오래 전부터 강한 흥미와 호기심을 가져왔지만, 이 문제만을 배타적으로 다룬 책이나 교재가 거의 없던 터라, 비교적 최근에 이런 단행본이 나와서 반가운 마음이었다 막상 책을 읽고보니 (철학에 대한 일반적인 생각이 으레 그렇듯이) 일견 현실에서 그다지 쓸모없어 보이는 문제를 두고 굳이 무슨 이렇게나 복잡하고 어려운 논의들을 다 하나 싶기도 했다 하지만 어떻게든 이해해보고자 참을성 있게 읽다 보니 우리가 일상적으로 무리 없이 자주 쓰는 조건문이 어떤 의미와 기능과 특징을 갖고 있는지를 이론적으로 포착하고자 하였던 날카로운 탐구정신을 엿볼 수 있었다 아무리 이론적이고 형식적인 논리철학적 탐구라 하더라도 우리의 언어와 사유방식을 명료하게 이해하는 데에 분명 일조하는 면이 있는바, 결코 무익하고 현학적이기만 한 사유는 아니라는 생각을 갖게 해준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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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셀 서양철학사 을유사상고전
버트런드 러셀 지음, 서상복 옮김 / 을유문화사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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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고유의 특징이 장점인 동시에 단점일 수도 있는데, 후술할 두 가지 이유로 인해 단점이 더욱 부각되는 책이라 생각한다

1. 러셀 자신과 역자가 강조하듯이 이 책은 서양철학의 흐름과 얽힌 역사적 사실을 전달하는 데에 큰 비중을 두고 있다 양적으로도 철학적 내용보다는 역사적 내용이 반 이상을 차지한다 하지만 내가 느끼기엔 역사적 내용이 철학사의 흐름과 구체적으로 어떻게 연계되는지가 그다지 명료하게 개진되어있지 않아서, 그 많은 역사적 내용들이 철학사를 이해하는 데에 질적으로도 유의미하게 기여하고 있지는 않은 듯하다 너무나 많은 역사적 사실들이 파편적으로 나열될 뿐이니, 나처럼 역사에 흥미가 없는 사람이라면 다소 지루하게 여겨질 것이고, 역사적 내용보다는 순수 철학사적 지식에 큰 비중을 두어 기대했던 독자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줄 수도 있다 이 책을 읽을 바에야 차라리 교양 수준의 세계사 책 한 권을 읽고 철학사 한 권을 또 따로 읽는 편이 나을 것이란 생각마저 들었다 허다한 역사적 내용과 철학적 이론들 사이에서 허우적대지 않을 수 있을 만큼 양 분야에 숙련되어야만 지치지 않고 이 책을 읽어나갈 수 있을 듯하다

2. 전문적인 철학사가들도 철학사를 객관적으로 서술한다는 것에 다소의 회의를 표명하는 마당에, 러셀의 비판적 관점이 상당히 많이 노출된다는 점은 이 책에 대한 유의미한 비판이 그다지 못된다고 생각한다 정도의 문제일 뿐이기 때문이다 내가 단점으로서 지적하고픈 측면은, 러셀이 각 철학자들을 비판하는 데에 끌어들이는 러셀 고유의 철학적 관점이나 이론에 대한 선이해가 없이는 이 책에 개진된 비판을 온전히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물론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다 일례로 16장의 버클리 철학이 평가되는 부분에서는 기초적인 인식론적 개념이나 직관을 활용하여 버클리의 논제들이 검토되는바, 비판적인 철학적 사고가 무엇인지를 날카롭고 명료하고 평이하게 예시해준다 하지만 이는 일부일 뿐이며, 예컨대 아리스토텔레스의 논리학이 비판되는 부분이라든가 플라톤의 지식론이 비판되는 부분은, 러셀의 논리철학적 언어철학적 인식론적 수학철학적 관점이나 이론을 접해보지 않은 이상, ㅃ비판의 논점이나 맥락조차도 파악하기 힘들게끔 서술되어있다 이럴진대 비교적 객관적으로 서술된 철학사적 지식을 얻고자 한다면 여타 전문적인 철학사 책을 읽는 편이 나으며, 철학자들의 주요 이론에 대한 논증적인 비판을 염두에 둔다 해도 그것만 배타적으로 겨냥하여 평이하게 쓰인 여타 책들을 읽는 편이 더욱 소득이 많다

러셀의 저작이 다수 번역되어있긴 하지만 독자층의 취향에 부합하기 위해서인지 이론적이고 학술적인 것들보다는 가벼운 성격의 저서들이 더 많은 듯하다 그런 분위기에 혹해 이 책 역시 가벼운 마음으로 접근하다가는 큰 실망을 하게 될 것이다 학술서라기보다는 교양서적에 가깝긴 하지만, 요구되는 교양의 수준이 너무 높은 교양서라는 점이 핵심적인 단점인 듯하다 워낙 강한 개성을 지니고 있는 책인 동시에 러셀의 방대한 역사적 철학사적 철학적 지식과 관점들이 다방면으로 녹아들어가있는 복합적인 성격의 저서이니만큼, 초심자가 읽기에는 당연히 버겁고, 철학에 다소 익숙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역사와 철학사 양자에 대한 적극적인 흥미와 강도 높은 지식을 동시에 갖추어야만 제대로 향유할 수 있다 이 책에서 얻을 수 있는 것들을 더욱 효율적으로 전달해주는 여타 저서들이 많다는 점도 이 책을 읽을 필요성을 떨어뜨린다 러셀이 탁월한 <철학자>라는 점은 현대의 철학사적 평가가 증명해주지만, 그렇다고 그 사실이 그가 탁월한 <철학사가>라는 점을 보증해주지는 않는다 기초적이고 교과서적인 수준으로 잘 정리된 철학사를 바란다면 전문적인 철학사가가 저술한 다른 책을 읽으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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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와 해석에 관한 탐구 나남 한국연구재단 학술명저번역총서 서양편 323
도널드 데이비슨 지음, 이윤일 옮김 / 나남출판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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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의 1차 저술들이 으레 그렇듯이, 이 책도 기본적으로 매우 어려운 책이며, 주제와 연관된 철학분야 일반(이 책의 경우 언어철학 일반)에 대한 선지식 및 저자의 이론에 대한 선지식이 있어야 조금이나마 아해할 수 있는 책이다 특히 타르스키식의 진리론이 중심적으로 다뤄지고 프레게와 콰인의 언어철학적 논제들이 자주 등장하며, 일부 글애서는 논의가 화용론적으로 진행되기도 하기에, 이것들에 대한 선지식도 갖추고 있다면 좀 더 수월하게 읽히고 심도 있게 이해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이 모두에 대한 피상적인 지식만을 갖고있는 탓에, 데이비슨이 말하고자 하는 핵심 논지는 파악했어도 그것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정당화되고 논의되는지에 대한 논증적인 이해는 하지 못하였다 통일된 한 권의 책을 염두에 두고 저술된 것이 아니라, 데이비슨의 글들 증 언어철학과 연관된 것들이 취합된 저서라는 특성도 읽는 난이도를 조금 더하는 듯하다 역시 철학자들의 저서들이 으레 그렇듯이, 연관된 여타 책이나 자료들을 병행해가며 반복해서 읽어야 유의미한 수준의 이해에 이를 수 있을 것이다
추가적으로 본문에 달린 역주들과 책 말미의 역자 해설이 적당한 도움을 주는 듯하다 가뜩이나 어려운 본문의 내용 중 특히나 이해하기 어렵다 싶은 부분에는 때마침 적당하고 평이한 내용 해설, 개념 설명 등이 역주에 제시되어있어 본문을 이해하는 데에 유익하다 역자 해설은 데이비슨 언어철학의 전체 얼개를 평이하고 체계적이고 압축적으로 정리해주고 있기에, 데이비슨 철학에 대한 선지식이 없는 독자라면 이 부분을 먼저 읽고 본문에 도전해 보는 것도 괜찮은 독서전략일 듯하다 다만 ‘적당한‘ 도움이 된다고 평하였듯이, (당연한 말이지만) 역주와 해설에 의존한다고 해서 본문을 이해하는 데에 <충분>한 것은 아니며, 어디까지나 철학적 지식과 논의에 다소라도 숙달한 사람에게나 유용할 것이다
번역의 경우, 원문을 읽어본 적도 없고 원문을 안 읽고도 오류를 간파해낼 만큼 데이비슨 철학에 정통란 것도 아니기에 오역 여부의 측면에 대해 합당한 평가를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기본적인 문체나 스타일의 측면에서는 흠잡을 데가 크게 없는 듯하다 한 문장의 호흡이 긴 경우 직역투의 느낌이 종종 드러나곤 하지만, 아무리 읽어도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 엉망인 번역은 결코 아니며 주의깊게 찬찬히 읽어가면 그 뜻이 통한다

데이비슨의 언어철학을 처음 접했을 때 그의 자비의 원칙(principle of charity, 책에서는 ‘관용의 원리‘로 번역되어있다)에 큰 인상을 받은 바 있다 교양 수준의 실용 논리학에서 숨겨진 전제를 드러내어 논증을 최대한 일관적이고 참이 되게끔 재구성하라는 원칙으로 원용되기도 하고, 토론에 임할 때 타인의 말에 꼬투리를 잡기보다는 그 사람의 주장을 최대한 유리한 쪽으로 해석해 주어야 한다는 일상적이고 소박한 원칙으로 통용되기도 하지만, 데이비슨이 말하는 자비의 원칙은 인간의 합리성이란 과연 무엇인지 하는 더욱 근본적인 물음에 대한 문제의식과 실마리를 던져 준다는 점에서 생각해 볼 가치가 크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좀 더 온전히 이해함으로써 그런 부분에 대한 사유를 나름대로 더욱 정련하고 다듬어나가고 싶다

사족. 나는 카르납의 ‘principle of tolerance‘에 대해 ‘관용의 원칙‘이라는 역어를 받아들이기에, 단순히 이와 구분하기 위해 데이비슨의 ‘principle of charity‘에 대한 역어로서는 ‘자비의 원칙‘을 더 선호하는 편이다(‘principle‘의 경우, 객관적인 법칙이나 규칙성을 환기하는 ‘원리‘보다는, 이론상의 방법론적 지도규칙, 이론정립 주체의 작업가설 등을 환기하는 ‘원칙‘을 선호하였다) 하지만 우리말의 ‘자비롭다‘, ‘자비를 베푼다‘ 등의 표현에서 ‘자비‘의 의미나 그것이 사용되는 맥락, 어감 등을 감안해볼 때, 이 역어가 데이비슨의 방법론적 원칙을 잘 포착하고 있는지 조금 의문스럽다 영어에서 ‘charity‘가 우리말에서 ‘자비‘와 거의 유사하게 쓰인다면 이 의문은 일축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고찰해볼 여지가 있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역자가 이에 대해 언급한 부분은 없지만, 나와 동일한 문제의식을 염두에 두었기에, 주로 선택되는 ‘자비의 원리‘가 아니라 ‘관용의 원리‘를 일부러 택한 것은 아닐까 주제넘게 짐작해보기도 하였다 데이비슨의 철학 내에서 이 단어의 번역에 대한 논의를 부분적으로라도 다류고 있는 논문이나 글이 분명 한 편 정도는 있을 법한데, 게을러서 적극적으로 찾아보진 않았다 이 책을 좀 더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 될 때즈음 한번쯤 조사해보아야겠다 책 한 권을 읽으면 오히려 과제가 생긴다 뭔갈 배운다는 건 그런 것 같다 다만 게으르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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