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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리 - 의미론적 예비학
에른스트 투겐트하트.우슬라 볼프 지음, 하병학 옮김 / 철학과현실사 / 1999년 7월
평점 :
품절
˝번역이 매우 좋지 않다 비문도 꽤 많고, 얼핏 봐서는 무슨말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 투로 번역된 문장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런 문장을 읽고도 그 뜻이 무엇인지 간파해낼 수 있을 만큼의 배경지식이 없이 읽는다면 읽어도 별 소득이 없을 것이며, 그런 정도의 배경지식이 있다면 굳이 이 책을 읽을 필요가 없을 것이다 배경지식이 없어도, 번뜩이는 통찰력이 있어서 그 뜻을 직관적으로 이해해내는 사람이라면 혹여 읽을 가치가 있을지 모르겠다 거꾸로 말하면, 그만큼 문장들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뜻이다 번역의 문제인지 원서 자체의 난해함인지 자신할 수는 없지만, 어쨌든 한국어 문장으로서는 결코 좋은 문장들이 아니게끔 번역되어있다는 점만은 확실하다 논리철학 관련 국내서가 매우 적기에 그 분야에 관한 희소성 있는 책이라는 정도로만 읽는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기존 리뷰)
처음 읽었을 땐, 주제가 생소하고 어려운 탓도 있었겠지만, 번역이 좋지 않은 탓에도 이해하는 바가 적어서 그 점만을 들어 리뷰를 좋지 않게 작성했었다 연관될 만한 책들을 몇 권 더 읽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재독해보니, 번역이 아쉬울 정도로 내용과 구성의 측면에서는 아주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논리철학에 대한 현대의 분석적 관점에서 주로 논의되는 하위주제 및 개념들을 거의 망라하여 한 장씩 배타적으로 다루면서도, 앞서 다뤄진 내용들을 기초삼아 단계적으로 논의를 진행해나가기에, 각 장들 간 유기적인 구성을 통해 유관 개념들을 통합적으로 숙지할 수 있게끔 서술되어있다 한 장 내에서의 풍부하고 균형잡힌 서술도 돋보이는바, 필요에 따라 철학사적 논리학적 언어철학적 형이상학적 인식론적 접근을 취하기도 하고, 주제와 연관된 개별 철학자의 이론이 차용되어 해설되기도 하며(비트겐슈타인의 후기 철학과 스트로슨의 이론이 종종 언급 및 소개되는데, 저자들이 일상언어학파에 조금 관심하였던 듯하다), 어느 정도 공인된 비판적 논점들이 제시되기도 한다 예를 들자면, 책 전체를 통틀어 진행될 논의의 대략적인 방향을 설정하는 1장이 개인적으로 인상깊었는데, 논리학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 하에서 서양 논리학사를 압축적이게 개관하면서 초점을 맞출 만한 사항들을 추출해낸 뒤, 그에 대한 간략한 부연설명으로 논제의 핵심을 갈무리하고, 이를 토대삼아 앞으로 전개될 논의의 향방에 관심을 집중시킨다 고작 일개 독자임에도 감히 외람되이 평가하자면, 탁월한 철학적 교수법의 한 범형인 동시에 좋은 글쓰기의 한 사례라는 생각이 들었다 원저자들이 서문에서 밝히듯이 한 학기 강의 교재를 염두에 두고 쓰인 책이어서 그런지 애초부터 도모되었던 장점들인 셈이겠다 요컨대 알찬 내용, 좋은 구성을 통한 탁월한 전달력, 교과서적인 다소의 객관성 등을 갖춘 전반적으로 좋은 책이라고 평가한다 다만 입문서이긴 해도 주제 자체에 어느 정도 진입장벽이 있는 만큼, 논리학 및 철학일반에 대한 선지식을 갖추고 있어야만 혼자서 읽기에 무리가 없을 듯하다 해당분야에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이라면, 전문가의 강의를 들어가며 부교재로서 활용하지 않는 이상, 무턱대고 혼자서 독파해내긴 조금 어려울 것 같다 (나부터가 그러했다)
좋지 않은 번역은 여전히 가장 치명적인 단점이라고 생각한다 상술한 장점들이 모조리 가려지고 상쇄될 만큼 한국어로 읽기 까다롭게 번역되어있다 역주는 일절 없고, 본문에서도 의미를 매끄럽게 전달하고자 고심해가며 번역한 티가 잘 드러나지 않는다 동일한 역자에 의해서든, 해당분야의 전문가이면서 번역솜씨도 일정 정도 갖춘 다른 사람에 의해서든, 읽기 좋게 전면적으로 다시 번역되어 출간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논리철학 관련 단행본이 희소하다는 점에서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형식적으로만 습득하게 되는 논리학 지식을 철학적으로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 준다는 점에서도, 이런 책들은 더욱 많이 나오고 많이 읽힐 가치가 분명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