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문의 이해
최원배 지음 / 서광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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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가 주제인만큼 논의 내용이 상당히 전문적이고 복잡하게 진행되기에 읽는 난이도가 괘 높지만, 주제 및 해당분야에 적극적인 관심과 문제의식이 있다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크게 보아 논리철학적인 논의가 다소 형식적이고 논증적으로 다뤄지기 때문에, 최소한 명제논리에 충분히 숙달해 있고 메타적인 기호논리학적 지식 일부를 숙지하고 있어야만 이 책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다 제시되는 다양한 이론들 고유의 특징으로 인해, 화용론, 확률론, 가능세계 개념 등에 대한 지식도 갖추고 있다면 좀 더 수월하고 심도있는 독서가 가능할 듯하다 매우 어렵지만 모든 내용이 명료한 논증 형태로 제시되어 있어, 공부하는 마음가짐으로 끈기 있게 읽어나간다면 논의의 맥락과 핵심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다 한 이론의 논지를 적절히 이해하고 나면, 조건문의 반직관성을 이렇게도 설명해낼 수 있구나 하는 참신함이 느껴진다 전문적인 연구서적읕로서의 성격이 두드러지되, 해당 분야에 대한 선지식과 흥미 양자를 일정 정도 갖추고 있다면 일반 독자층이 읽기에도 큰 무리가 없다고 생각한다

저자가 말하듯이 논리학을 처음 학습하는 누구든 조건문의 진리조건에서 이상함을 감지한다 개인적으로 오래 전부터 강한 흥미와 호기심을 가져왔지만, 이 문제만을 배타적으로 다룬 책이나 교재가 거의 없던 터라, 비교적 최근에 이런 단행본이 나와서 반가운 마음이었다 막상 책을 읽고보니 (철학에 대한 일반적인 생각이 으레 그렇듯이) 일견 현실에서 그다지 쓸모없어 보이는 문제를 두고 굳이 무슨 이렇게나 복잡하고 어려운 논의들을 다 하나 싶기도 했다 하지만 어떻게든 이해해보고자 참을성 있게 읽다 보니 우리가 일상적으로 무리 없이 자주 쓰는 조건문이 어떤 의미와 기능과 특징을 갖고 있는지를 이론적으로 포착하고자 하였던 날카로운 탐구정신을 엿볼 수 있었다 아무리 이론적이고 형식적인 논리철학적 탐구라 하더라도 우리의 언어와 사유방식을 명료하게 이해하는 데에 분명 일조하는 면이 있는바, 결코 무익하고 현학적이기만 한 사유는 아니라는 생각을 갖게 해준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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