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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개념과 주요문제
백종현 지음 / 철학과현실사 / 2007년 3월
평점 :
국내 칸트 권위자가 저술했다 해서 반드시 읽을 가치가 있는 건 아니다 이런 식으로 칸트 관점에서 모든 논제들을 처리할 바에야, 제목 앞에 ‘칸트 철학의 관점에서 본‘ 이라는 구를 첨가했어야 한다 특히나 논리학 파트는 너무나 낡고 고루한 내용이라서 논리학에 대해 어설프고 혼란되고 잘못된 지식을 심어주기 십상이다 논리학의 형식 개념을 논하면서 직관형식과 오성의 범주를 들먹이는 현대 논리학자가 대체 누가 있겠는가 아리스토텔레스가 드리운 논리학의 그늘을 라이프니츠가 <차마> 벗어나지 못한 것보다도 더 못하게, 저자는 칸트가 받아들인 아리스토텔레스 논리학의 영지에 <그저> 머물고 있다 형이상학에서 논의의 비약도 심각하다 현대 심신문제에서 물리주의를 고수하는 철학자들은 윤리적 문제에 개입하지 않거나, 적어도 물리주의 이외의 보조적 논제를 통해서만 그에 개입한다 <심신 문제에서 물리주의에 대해 참을 견지함>이 곧 <인간의 존엄성이 물리적이라는 것을 받아들임>을 함축하지는 않는다 퍼트넘의 책들 중 한 권의 제목이 ˝이성, 진리, 역사˝라는 것, 데이빗슨의 주요 논문집 중 하나의 제목이 ˝행위와 사건˝이라는 것, 이런 사실듷을 고찰해보고 알아보기나 하였을까 현대 물리주의자들이 부수현상론이나 정신제거주의를 그렇게도 물리치고자 분투하였다는 것을 알아보고나 하는 소리일까 책에서도 언급되는 김재권이 왜 다시 ‘물리주의, 혹은 거의 충분한 물리주의‘로 돌아갔는지 그 이론적 동기를 숙고해보았을까 20세기에 철학을 공부하는 사람이 칸트철학을 한다고 해서, 논리학 인식론 존재론 등등 모두를 칸트 식으로 할 리도 없고 할 필요도 없었을진대, 왜 그랬을까 왜 이런 책을 써서 냈을까 무슨 의도였을까 보르헤스가 이야기해준 삐에르 메나르가 생각난다ㅡ20세기 사람이 마치 16세기의 세르반떼스가 쓰듯이 돈 끼호떼를 쓰고자 한 것처럼, 칸트가 18세기에 썼을 법한 철학 입문서를 20세기의 철학 전공자가 쓰고 싶었던 걸까ㅡ문학적 철학사적 야심은 인정하지만, 철학적으로는 칭찬할 거리가 하나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