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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기계 - 철학은 마음을 어떻게 설명하는가
팀 크레인 지음, 민찬홍 옮김 / 동녘 / 2025년 10월
평점 :
다소 다양하고 전문적인 내용을 다루지만 능숙하고 유려한 서술로 매끄럽게 풀어나가기에, 지적인 소득과 읽는 즐거움 양자를 안겨주는 탁월한 입문서이자 교양서이다. 저자가 칭하는바 마음에 대한 기계론적 견해와 그 핵심 개념인 심적 표상(마음의 지향성)을 중심으로 심리철학/인지과학의 유관 이론과 논제들을 차근차근 살펴본다. 각 장마다 다뤄지는 주제나 개념들이 질적으로 꽤나 전문적이고 수적으로도 다양한 편이지만, 이에서 느껴질 수 있는 부담감을 자연스럽고 유려한 서술과 구성을 통해 잘 감쇄하였다. 본격적인 논의에 앞서 비근한 직관이나 예시에서 시작해, 차후 필요한 전문적, 철학적 개념이나 부수장치들을 도입하고, 이를 활용해 해당 주제나 논제를 본격적으로 정식화하여 설명하면서, 그와 얽힌 쟁점 및 논증과 그 철학적 함의에 자연스럽게 이목을 집중시킨다. 개인적으로 배경지식이 많지 않고 흥미도 강하지 않았던 분야임에도, 읽는 구절구절마다 능숙하고 탁월하게 논의를 풀어나가는 저자의 솜씨에 감탄하면서 몰입하여 읽어나갔다. 기등록된 평들에서 '어렵지만 흥미롭다'는 식의 감상이 보임은 이런 점에서 기인하지 않았을까 싶다. 약간의 해설이나 논평을 한 줄씩 갖춘 추천도서목록도 추가적인 탐구와 독서에 매우 유용해보였다. 이렇듯 정석적이고 전문적인 내용을 능숙하고 매끄럽게 잘 전달해내고 있으니, 적당한 독서역량을 갖췄다면 심리철학에 문외한인 독자층들도 차근차근 읽어나갈 수 있는 고급 교양서로서 추천하기에 손색이 없다고 생각한다. 심리철학 관련 저서 하나 읽을 즈음이 됐다는 막연한 의무감에 별 기대 없이 그저 구매해 뒀었는데, 막상 집어들고 보니 내용이 좋고 서술이 탁월하여 예상했던 바와 달리 흡인력 있게 읽어나갔다. 심적 내용의 내재론/외재론 논쟁이나 사고언어 이론 등 이전에 막연하게만 들어둔 사안들을 좀 더 제대로 이해해볼 수 있었던 데다, 인지과학이나 인공지능 등의 분야에서 논의된 심리철학적 쟁점들도 전연 새로이 알게 되어, 무척 흥미롭고 소득도 많았던 독서였다.
비교적 근자인 3년 전 김재권의 "심리철학" 3판이 새로이 번역되어 출간되었는데 양적/질적으로는 외견상 비슷하여 비교될 법하다. 하지만 사실상 중점적으로 다루는 주제, 구성방식, 전반적인 철학적 스탠스 등이 다소 상이해 굳이 우열이나 독서의 우선순위를 매기기에는 부적절하고, 개인적인 관심사나 막연한 선호도에 따를 수밖엔 없겠다. 김재권의 책은 심리철학의 고전적인 입장들을 다소 역사적인 순으로 해설해가면서, 지향성이든 현상성이든 심적인 것의 특정 측면이나 쟁점보다는 최소한의 물리주의적 테두리 내에서 심신문제 일반에 대한 형이상학적 문제의식을 주로 환기하는 편이다. 반면 이 책은 역사적, 시대적 개괄은 거의 전무한 채 심적 표상 논제와 마음에 대한 기계론 간 철학적 연결가능성을 타진하는 데에 시종 초점을 맞추면서, 심적인 것에 관한 존재론적 논의보다는 20세기 후반에 발전된 다양한 심리철학/인지과학적 사안들을 기능주의/계산주의적 테두리 내에서 정합적으로 이해해보고자 하는 시도에 주력한다. 그러니 개인적인 기호나 관심사에 따라, 철학의 오래된 문제로서 마음의 존재론적 지위에 관심한다면 김재권의 책을, 기계/인과 기능주의라든가 인공지능의 철학적 기반 등 좀 더 최신성이 있는 사안들을 심리철학의 또 다른 정통적 주제인 심적표상과 결부시켜 이해해보는 데 구미가 당긴다면 이 책을 먼저 선택하면 되겠다. (다만 김재권의 책은 역본을 아직 읽어보지 않아 번역 관련 사안은 비교를 못하겠다.) 물론, 양자 모두 결코 후회할 일 없는 양서들이니, 가장 좋은 선택지는 둘 다 통독하여 각 저서에서 미진하다 여겨지는 부분을 스스로 보완해보는 것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