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 크립키 컴북스 이론총서
정대현 지음 / 커뮤니케이션북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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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절한 주제선정과 안목 있는 해석적 관점을 통해 크립키 철학의 여러 면모를 유기적 맥락적으로 개괄해주고 있긴 하지만, 유관 배경지식을 다소 갖춘 독자여야 읽는 소득이 있을 법한 해설서이다. 기술주의 비판과 고정지시어, 동일성 진술과 양상성개념, 이와 관련하여 이어지는 양상논리 의미론 작업, 명제태도맥락의 철학적 퍼즐, ‘나‘라는 지표사와 연관된 인식론적 언어철학적 심리철학적 논의까지ㅡ크립키가 참신한 발상과 개념들을 통해 기여한 주제들을 키워드 삼아, 여타 철학자들과 대비되는 논쟁적 맥락을 곁들이면서 크립키의 견해들을 간결하게 해설해준다. 그 과정에서 크립키 철학의 일정 구심점을 일상언어에 대한 존중에 기반한 철학적 작업으로 일관되게 해석한 뒤 이를 기초로 저자 고유의 사변적인 사유의 밑그림을 그려보기도 한다. 적은 분량임에도 이렇듯 알뜰한 내용을 갖추었지만 이를 빠른 호흡 속 간결한 서술로 풀어가는 탓에, 아무런 선지식도 일절 없는 채 읽으면 제대로 된 그림을 그려가며 읽기보단 언어와 개념만 숨가쁘고 공허하게 따라가는 독서가 될 듯하다. 분석철학사 전반은 물론이요 언어철학 심리철학 형이상학 인식론 등의 하위분야에 익숙하되, 그러한 맥락들 내에서 크립키가 차지하는 위상에도 특히 관심하는 독자층에게 추천될 법하다.

오늘날 시점에 가까운 연구자들일수록 콰인보다는 크립키를 분석철학 전통에서 뚜렷한 분수령으로 꼽는 경우가 적잖이 있다. 다양한 주제와 관련하여 그의 견해들을 파편적으로만 들어놓은 터라 그런 평가가 좀체 실감되지는 않았었다. 크립키 이후에 그려진 철학적 지형도에 비교적 무지한 탓도 있겠다. 그러던 차에 이 책을 통해 차후의 이해를 위한 기점을 작게나마 마련한 것 같아, 주말 한나절 짧았음에도 흥미롭게 읽어내려간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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