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 국가를 선택하는 사람들 - 이주는 빈곤, 기후위기, 고령화사회의 해법인가, 재앙인가
헤인 데 하스 지음, 김희주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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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 이민, 이입, 이출 등 개념의 혼선을 피하려면 용어 정의를 명확히 이해하는 것부터 시작할 필요가 있다. 이주는 상거소(상시 거주하는 곳)가 행정 경계를 넘어 변동될 때를 말하며, 국제 이주에서 이입은 해외에서 국내로 들어오는 것이고 이출은 국내에서 해외로 빠져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문제는 이주자의 범주를 어디까지로 한정 지을 것인가다. 이주 노동자 중 노동 이중자를 고숙련과 저숙련으로 분류하고 강제 이주자는 주로 출신국에서 폭력이나 박해를 피해 이주한 사람들을 말한다. 이들을 우리는 '난민'이라 하는데 망명 신청자는 난민 지위 지위를 신청한 뒤 난민 인정 결정을 기다리는 사람으로 국적국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우리나라에선 불법 체류자에 대한 거부감을 갖고 있는데 이들은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 입국한 뒤 비자 기한이나 거주 허가 기간을 넘긴 채 오래 머무는 이주자인 경우가 많다. 


자국에서 일어난 내전, 정치적 문제, 빈곤과 폭력을 피해 망명 신청한 난민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합법적으로 입국하더라도 장기 체류하여 공장이나 농장에서 일하는 불법 체류자에 대한 문제, 그들이 저지른 범죄에 대한 인식 등 부정적인 이슈들로 인해 혐오하는 현상까지 생기고 있다. 근데 백인과 흑인, 동남아에 따라 다른 반응을 보이는 것도 흥미롭다. 지금은 대한 외국인과 귀화한 외국인이 많아져서 사람들의 인식이 개선되었다고 하지만 만약 대규모 이주가 이뤄진다면 우리 사회는 수용할 준비가 되어있을지도 의문이 든다. 종교적 갈등으로 빚어진 충돌은 여전히 존재한다. 앞으로 빈곤, 기후 위기, 고령화사회가 국제적 이슈로 부각될 때가 문제다. 그래서 저자는 이주와 이입민들에 대한 오해를 풀기 위해 22가지 사례를 들어 아주 상세하게 실제 역사적 사실을 들어 설명하고 있다.


인종적·문화적·종교적 다양성은 역사적으로 전례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한다. 이민자, 난민을 포함한 이입민들의 증가에 따른 것으로 영국 총리가 된 리시 수낵은 인도계 출신으로 210여 년 만에 최연소 총리가 된 사람이다. 서구 사회를 보면 자국민이 아닌 사람이 수장이 된 사례들이 많아지고 있다. 다양성을 인정하고 서로 양립할 수 있다는 생각은 번번이 강경 보수주의자들의 불관용, 극단주의 성향의 종교 지도자들에 의해 충돌을 빚어왔다. 역사적으로 보면 수많은 민족들의 이동이 있었고 사회에 편입된 사례들이 무수히도 많았다. 단일 민족이란 환상을 지우면 세계는 결국 다민족 문화였다. 우리가 이 책을 읽고 깨달아야 하는 지점은 결국 세계는 서로가 섞이면서 살아가게 되어 있다는 것이다. 무지성의 편견과 오해가 사회적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점을 상기시킨다면 앞으로의 미래를 위해 적극적으로 권장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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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마시 코트렐 홀.엘리자베스 엑스트롬 지음, 김한슬기 옮김 / 웨일북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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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누구도 자신의 노년이 질병과 치매로 고통받기를 원치 않는다. 죽을 때까지 건강하고 활기차게 보내다 하늘의 부르심을 받으면 그때 조용히 가기를 원할 것이다. 100세 시대가 도래했다고 하지만 생활습관을 바꾸고 꾸준히 실천하지 않으면 요원한 일이다. 나이 듦에 대한 걱정이나 두려움이 생겼거나 미리 준비하고 싶다면 당장 이 책을 읽고 해답을 찾기 바란다. 책에 소개된 사람들은 하나같이 우리들보다 앞서 살았던 인생 선배들로 배울 점들이 많다. 그 어떤 유명인이 남긴 명언이나 진리를 깨우치는 철학자의 목소리보다도 훨씬 가슴으로 와닿았다. 우리가 바라는 인생을 살고 싶다면 당장 실천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보자.


"어떤 책임이 주어지면 하기 싫어도 해야 해. 그러니 나이가 들수록 무언가에 책임을 가지는 게 중요하다네."


98세가 되어서도 강연을 다니는 조시의 말은 목적을 가져야 하는 이유를 명확하게 알려준다. 책임 있는 무언가를 맡아 한다면 노년을 무료하지 않고 보람차게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행복이나 즐거움도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거나 나누는 사람들이 많이 느낀다고 하는데 그래서 봉사활동을 적극 추천하나 보다. 내가 남들보다 더 많은 것을 가지는 것으로부터 오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가진 것을 나누고 도움을 줄 기회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과 즐거움을 느낀다. 노인 사회복지관에서 인턴으로 잠깐 일했을 때도 새로운 것을 배우고 탁구 치며 운동할 때 활기가 돌았던 기억이 난다. 나도 저분처럼 멋지게 나이 들고 싶다는 바람을 갖게 했다.


평생 좋은 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두뇌 건강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하는데 '두뇌 건강을 위해 실천해야 할 10가지 지침'은 아래와 같다. 


1. 운동하라

2. 지중해식 식단과 과일, 채소를 섭취하라

3. 인지 기능을 훈련하고 자극하라

4. 창의력을 발휘하라

5. 숙면을 취하라

6. 약물 복용을 주의하라

7. 배움을 계속하라

8. 보청기를 착용하라

9. 건강을 관리하라

10. 사회적 고립을 피하고 우울증을 치료하라


운동, 과일과 채소 섭취, 소식, 숙면, 배움이야말로 장수하는 비결이 아닌가 싶다. 노인이 된다는 건 피할 수 없는 자연의 섭리지만 서글픈 기분도 든다. 근데 그보다 서글픈 건 몸이 병들고 아플 때인 것 같다. 아직 건강 관리가 가능한 중년부터 좋은 생활습관을 실천하고 유지시켜야 노년이 되어서도 꾸준히 사회생활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 책에서 만난 수많은 사례자들의 모습처럼 늘 긍정적인 태도와 균형 잡힌 습관을 내재화한다면 모든 우려는 기우에 그칠 것이다. 나이 듦에 대한 조언은 이 책 한 권이면 된다. 훗날을 기약하며 삶의 지혜를 내 것으로 삼아 건강하고 활기찬 노년을 꿈꿔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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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역사 - 우리가 몰랐던 제도 밖의 이야기
세라 놋 지음, 이진옥 옮김 / 나무옆의자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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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영미문화권에서의 17세기 사료들을 추적하여 '엄마 되기'의 모든 과정을 역사학자로서 인문학적인 시각으로 담담하게 담아냈다. 얼핏 제목만 보면 여성들만 읽어야 할 책 같은데 엄마와 아이에 대한 모든 걸 이해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권하는 책이다. 1930년대 노동계급 어머니들의 일과를 보면 대부분 6시 반경에 기상하는데 주로 부엌에서 일하고 돌보면서 시작한다. 오후에 남편이 일터에서 돌아오고 나서야 자기 몸을 챙기거나 쉴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고 한다. 대부분 여가를 누릴 기회도 없었는데 바느질감, 수선감, 뜨개질감을 처리하거나 장을 봐야 하기 때문이었다. 보통 하루에 12시간에서 14시간을 꼬박 서 있어야 했는데 끝도 없는 집안일을 붙잡느라 자신만의 시간을 가질 여유 없이 보내는 삶이 전형적인 일과였다.


'엄마 되기'를 임신, 출산, 산후조리, 하루 일과, 양육, 집안일 등 일련의 과정들을 자신의 경험과 함께 풍부한 사료로 가감 없이 쓴 이 책은 역사를 되짚어봄으로써 여성들이 아이를 키운다는 게 모성애 하나만으로 설명될 수 없음을 보여준다. 아이를 돌보면서 집안일을 도맡아 하는 건 일터에서 일하는 것만큼 중노동인데다 끝이 정해지지 않은 일이다. 그렇게 어렵게 살림을 꾸리면서 어머니들은 무조건적인 사랑으로 자신의 아이를 키우셨던 것이다. 산업화 이후에 여성, 엄마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과 불평등한 제도 개선에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 지금은 과거와 달리 사회 공동체가 약해지고 대가족이 점점 없어지면서 아이 하나를 키우려면 사회과 함께 돌보지 않으면 쉽지 않은 일이 되어버렸다. 맞벌이 가정과 핵가족이 주요 사회구성원이 되면서 생긴 문제다.


아이를 출산하거나 돌본 경험이 있는 여성들이라면 마치 자신의 이야기로 들릴 것이고, 아내를 둔 남성이라면 어머니나 아내의 모습으로 투영되어 보일 것이다. '엄마 되기', '엄마 노릇하기'가 이 책을 관통하는 핵심이다. 남녀가 만나 가정을 이루고 아이를 낳아 키운다는 건 이렇듯 인간의 생존을 위한 필수 과정이다. 17세기부터 현재에 이르는 동안 정말 많은 것이 달라졌다. 모성의 실체와 감정들은 여성만이 가진 본능이다. 아무리 고되고 힘들어도 자신이 낳은 아이에게 헌신하는 건 당연하게 여겨왔다. 이제는 사회가 대신하여 그 역할을 도와야 하고 아이는 부모가 함께 키워나간다는 것으로 인식이 달라져야 한다. 인문학적으로 엄마에 대해 다룬 책이 많지 않은데 이 책은 엄마란 존재와 아이를 키운다는 자체가 하나의 기적과 같은 일이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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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몫의 밤 1
마리아나 엔리케스 지음, 김정아 옮김 / 오렌지디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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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권을 합치면 1,020쪽 분량인데도 소설의 짜임새에 빈틈이 없다. <우리 몫의 밤>은 수상 경력이 대단히 화려하다. 에랄데상, 스페인문학평론가협회 비평가상, 켈빈505상, 셀시우스상, 프랑스 이매지날상은 물론 여러 유수의 시상식에 최종 후보에 올랐다. 애플 TV+에선 알폰소 쿠아론 감독 제작으로 드라마화까지 예정되어 있다. 얼핏 우리에겐 생소한 아르헨티나 배경으로 한 오컬트 호러를 표방한 소설이다. 작가인 마리아나 엔리케스도 국내에서 인지도가 있는 것도 아니다. 물음표가 붙는 여러 우려를 불식시키기라도 하듯 1권 초반만 읽어봐도 마리아나 엔리케스가 얼마나 대단한 작가이고 천상 이야기꾼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후안은 금빛 머리카락을 가진 2미터의 거구인데 선천적으로 약한 심장을 가지고 태어났다. 하지만 그에겐 남들에겐 없는 메디움이란 특별한 능력이 있었다. 그의 아들인 가스파르에게 유전이 되어 똑같은 능력을 쓸 수 있게 된다. 가스파르도 죽은 영혼이 보이고 대화도 나눌 수 있게 된다. 살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은 후안과 혼자 남을 처지에 놓은 가스파르는 어둠의 기사단의 위협으로부터 안전을 보장받을 수 없는 상황에 놓인다. 작가는 주술과 오컬트 요소를 소설에 녹여 특유의 독특한 세계관을 가진 이야기를 만들었다. 자칫 마니악스러울 수 있는 내용인데도 낯설지 않게 풀어내는 탁월한 솜씨에 감탄하며 읽게 된다.


분명 라틴 아메리카 환상 문학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는 과장된 것이 아니었다. 이걸 드라마로 풀어내면 얼마나 긴장감 넘치게 표현했을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어둠의 신을 숭배하는 잔혹한 기사단으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후안과 가스파르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섬세한 필력으로 이 소설의 등장인물은 하나같이 매력적이다. 선정적인 장면과 잔혹한 표현 또한 과하지 않고 플롯의 필연적인 부분이라는 느낌마저 들 정도다. 이 책을 집어 든 순간 1~2권을 모두 읽지 않고는 못 베길 것이다. 작가가 만들어낸 풍부한 상상력에 빠져들 것이고 고딕 문화의 새로운 매력이 무엇인지 이 책은 확실하게 증명해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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꿰뚫는 한국사 - 시대를 뒤흔든 문제적 인물들
홍장원 외 지음 / 날리지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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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 시대부터 현대사까지 총 18명의 문제적 인물들에 대해 역사학자, 시사평론가, 프로파일러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역사학자가 역사적 사실을 펼쳐 놓으면 시사평론가와 프로파일러 입장에서 분석하는 구성으로 되어 있다. 늘 그렇듯 역사를 보면 어떤 최고 권력자가 나라를 통치하느냐에 따라 국가의 운명과 민초들의 삶이 좌지우지된다는 사실이다. 죄 없는 국민들은 국가 권력에 의해 이유도 모른 채 죽임을 당해야 했고 심지어는 일본에 나라를 팔아먹기까지 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현대사만 놓고 보면 과연 내가 그 시대에 살았다면 어떤 삶을 살았을지 모르겠다.


"우리가 과거를 기억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생전의 전두환에게 묻지 못했던 그의 죄를 기억함으로써 앞으로 우리가 지향해야 할 공통된 가치를 만들기 위함이다. 서로의 이념과 국가관은 다르더라도, 우리가 공히 지켜나가야 할 단 하나의 가치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민주주의'다. 그리고 민주주의를 억압하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국민을 학살한 인물을 제대로 기억하는 것이야말로 국민으로서의 기본 소양이 되어야 한다."


<전두환> 편에서 저자가 말한 이 부분이 책을 관통하는 핵심적인 메시지가 모두 담겨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역사는 기록된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사념이 들어가거나 왜곡시켜 곡해한다면 그 자체로 틀린 것이다. 과거가 있기 때문에 현재가 존재하는 것이고 그 시절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를 알아야 우리가 지켜나가야 할 가치의 소중함을 깨달을 수 있다. 이 책에서 다루는 인물들의 역사적 평가는 이미 끝났다. 우리들이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하는 이유는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하는 수많은 매체들에 현혹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시절을 살았던 사람조차도 진실에 눈 감아버리는데 역사를 바로 아는 길이 기본 소양을 다하는 길이다.


한국 여성 최초라는 타이틀을 여러 개 가진 김활란은 여성운동가이자 박사학위를 따고 전문학교 총장을 지낸 엘리트 중의 엘리트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대표적인 친일 지식인이었다는 것이다. 그녀가 누린 명예와 기회들은 친일 행적으로 인해 얻을 수 있었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중일전쟁 이후 칼럼과 강연 활동을 통해 전쟁을 옹호했고 국민총력조선연맹 평의원, 조선교화단체연합회 부인계몽독려반 등 각종 친일단체의 임원직을 맡았다. 일제강점기 시절 친일 행적으로 한자리를 차지했던 인물들은 해방 후 친일 청산이 와해되면서 모든 부와 명예를 독식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우리 사회를 병들게 만든 주범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 다룬 인물 중 일제강점기부터 현대사까지 결코 만만한 사람이 없다. 하나하나 깊이 파고들고 알면 알수록 그들이 저지른 사건들은 정말 시대를 뒤흔들고 역사의 흐름을 바꿔놓았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억울한 일을 당하거나 죽어나가야 했다. 근데 흥미로운 건 몇몇 인물을 제외하곤 대부분 이들을 소재로 한 드라마, 영화, 소설에서 만나봤다는 거다. 우린 망각의 동물이기에 잠시 잊을만하다 싶으면 다시 끄집어내서 상기시키는 것도 좋다. 어느 부분을 펼쳐서 읽어도 한 인물에 대한 전체 흐름을 알 수 있을 정도로 무겁지 않아서 읽어볼 만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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