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을 위한 공간 - 인간의 감정과 행동을 조율하는 공간의 원칙
다비데 루촌 지음, 김경일 외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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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읽은 후 주관적으로 쓴 후기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점은 일반인이 읽고서 이해하기에는 난해한 데다 내용 전달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대학 전공 서적처럼 현학적이고 기초적인 개념을 설명하는데 치우쳐서 진입장벽을 높이고 있다. 본론에 들어가기에 앞서 서론을 길게 늘어놓는 느낌이라 저자가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 건지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사회적으로 도시 속에 살아가는 인간과 건축을 기대했다면 '1장 공간을 느끼는 몸'부터 쉽지 않다는 걸 직감적으로 알게 되었다. 왜냐하면 현실 속에서 이 일과 아무런 관련 없는 사람에겐 굳이 알 필요도 없고 실질적으로 와닿지 않기 때문이다. '2장 행동을 이끄는 공간'도 마찬가지였다. 수많은 개념과 전문용어가 등장하고 설명을 하고 있지만 의미를 이해하고 받아들이기엔 구체적이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미 우리는 경험적으로 알고 있는 사실이 있다. 사람은 주변 환경에 영향을 받으며 성장하고 사고한다는 것이다. 또한 어떤 공간에서 무엇을 하느냐에 따라 그 목적에 맞는 활동의 효과는 극대화된다. 인간에게 공간이 가지는 의미와 동기부여는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공부하거나 독서에만 신경 쓸 수 있는 독서실, 작가들이 글쓰기에만 집중할 수 있는 집필실, 기술자들이 예술 작업 활동에만 몰입할 수 있는 작업실이나 공방이 필요한 것처럼 말이다. 공간을 어떻게 배치하고 어느 공간에서 사느냐에 따라 인간이 느끼는 편안함과 안정감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저자는 현대 사회에서 공간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건축물이 늘어나는 것에 따른 경고를 하고 있다. 공간은 결국 삶과 직결되는 일이고 인간을 알고 건축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건물 안에 여러 공간 구성이 존재한다면, 각자의 경험적 요소가 만들어 내는 3차원적 관계를 조율할 비율과 순서가 필요하다. 이러한 공간 구성은 단순히 물류 창고의 컨테이너처럼 나열해서는 안 된다. 위상학은 공간의 시학이다. 위, 아래, 앞, 뒤, 왼쪽, 오른쪽, 부분적으로 또는 완전히 겹치는 관계, 중심과 주변이라는 공간적 관계 모두 시적인 의미를 지닌 설계 전략이다."


'3장 아름다움의 생리학'까지 난해하다는 느낌을 받았다면 '4장 빛과 형태, 리듬과 비례'와 '5장 인간을 위한 공간의 원칙'은 책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분명히 드러났다. 예전에는 아파트를 닭장으로 비유하며 단조롭고 전형적인 형태의 주거 공간일 뿐이었다면 지금은 입주민을 위한 공간을 아파트 내에 배치하고 있는 추세다. 헬스장과 수영장은 기본이고 쉴 수 있는 공원이나 입주민들끼리 교류하는 공간을 마련하고 있다. 도시에선 더더욱 건축 설계를 할 때 모든 공간 사이의 관계를 고려하여 실제 생활하게 될 사람들을 이해하며 조감도를 그려야 한다. 그래서 인간을 위한 공간은 건축을 완공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이 책을 읽으면서 초반은 진도를 내기가 버거웠지만 4~5장에선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이 보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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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저 인문학 - 고고학자가 파헤친 숟가락과 젓가락의 2만 년 연대기
오승환 지음 / 창해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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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읽은 후 주관적으로 쓴 후기입니다.


익숙한 듯 당연하게 여겨온 생활 도구에 관한 이야기도 인문학적으로 풀어내면 얼마나 재미있을 수 있는지를 알려준 책이었다. 인문학은 으레 지루하고 어려울 것이란 선입견과는 거리가 멀고 읽다 보면 얻게 되는 지식은 흥미롭다. 일단 수저는 숟가락과 젓가락을 함께 부르는 말로 우리에겐 꽤 친숙하다. 밥상에서 항상 빠지지 않는 식기류가 수저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식사 도구로 보는 음식문화권 분포도를 보면 모두 그 나라에서 먹는 음식과 연관되어 있다는 점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잘 생각해 보면 식사 도구는 음식을 잘 먹기 위해 필수적으로 갖춰야 할 도구라는 점을 고려할 때 서로 많은 연관이 있다. 국과 찌개류를 주로 먹고 찰진 쌀로 된 밥을 먹는 우리에겐 숟가락이 없으면 음식 먹기가 불편했을 것이고, 스테이크처럼 고기류를 먹는 서양에서 포크와 나이프가 없으면 썰어서 먹기가 불편하다. 더운 나라에선 숟가락을 사용하는 것이 그들에겐 편한 식사 법인 것과 같은 이치다.


신기했던 건 중국과 일본도 같은 음식문화권이지만 젓가락만 발달했고, 숟가락은 모양 자체가 다르고 선택적으로만 쓴다는 점이다. 숟가락은 어디까지나 국물을 떠먹기 위한 용도로 쓰일 뿐이다. 우리나라 숟가락은 둥근 술이 깊지 않고 테두리가 얇아 밥과 국물을 동시에 먹는 다용도로 쓰이는 것과 달리 쓰임새부터가 구분된다. 비빔밥과 국물 요리가 발달한 우리나라에선 숟가락으로 밥과 국물을 먹어야 먹기 편하다. 그리고 이렇게 숟가락과 젓가락을 한 벌로 쓰는 문화는 우리나라가 전 세계에서 유일하다고 한다. 사실 이것만 알아도 충분히 흥미로운데 언제부터 숟가락과 젓가락을 쓰게 되었는지 역사 속으로 빠져들면서부터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상당히 오래전부터 쓰였다는 사실이다. 고구려 오녀산성에서 출토된 숟가락은 왕실과 귀족층을 중심으로 숟가락 식사법이 퍼져나갔다고 알려졌는데 중국 집안과 북한 평양 일대에서 활발한 조사가 이뤄져야 확실하게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고대 젓가락도 백제에서 이음 젓가락이 쓰인 데서 힌트를 찾을 수 있는데 통일신라시대에 이르러서는 주거 환경이 바뀌고 당나라의 식사 법인 숟가락과 젓가락을 함께 쓰는 음식 문화가 넘어오면서 밥상 문화도 점점 변화를 맞이했다는 것이다. 왕실과 귀족층은 꽤 오래전부터 숟가락과 젓가락을 밥상 머리에서 사용해왔다는 것이 밝혀졌다. 고고학적으로 아직 정확한 연대를 알려면 밝혀져야 할 미스터리들이 많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밥상머리 예절은 배우며 숟가락과 젓가락을 줄곧 사용해왔다는 점이다. 그 형태와 모양은 시대에 따라 점점 달랐는데 조선 후기에 와서야 우리가 알고 있는 같은 크기와 재질로 된 수저 한 벌이 널리 보급되었다. 이렇듯 인문학 책은 우리 주변에서 늘 사용해왔던 사물들도 그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당연한 것이 아니라 오랜 역사와 문화로 자리 잡은 것이라는 사실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숟가락과 젓가락을 함께 사용한 음식문화권이라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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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하는 고고학자 - 고대 인류 문명의 모습과 소리, 냄새, 맛을 재현하는 과학자들
샘 킨 지음, 이충호 옮김 / 해나무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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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읽은 후 주관적으로 쓴 후기입니다.


고고학자는 땅속에 오랫동안 묻혀있던 지구와 인류 역사의 수수께끼 같은 흔적을 찾고 연구하는 사람들이다. 유적 발굴은 기본이고 역사 복원, 기록과 분석, 전시와 홍보 등으로 후대 사람에게 알려주는 매개체와 같은 역할을 담당한다. 반면 실험 고고학은 한 발 더 나아가 고대 인류 문명의 기술을 완벽하게 재현해서 소리, 냄새, 맛까지 그 모습 그대로 복원한다. 고대인의 일상을 현실 세계로 가져와 구현한다는 것은 놀랍고도 멋진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박물관 속 고대의 유물로만 남겨두는 것이 아니라 똑같이 만들어낸다는 건 다른 의미로 인간의 역사를 실증함으로써 고대 문명 기술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주기 때문이다.


이 책은 독특하게도 논픽션과 픽션을 버무려 엮어놓음으로써 생동감 넘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단지 먼 과거 속에 살았던 사람들이 아니라 그 시대로 시간 여행을 떠난 기분이 들게 만들었다. 또한 당시 기술을 재현하는 데 있어서 상상력의 폭을 넓혀주기 때문에 더 기억에 오래 남도록 했다. 이 책에는 7만 5천 년 전의 아프리카부터 남아메리카, 튀르키예, 이집트, 폴리네시아, 로마, 캘리포니아, 바이킹 시대의 유럽, 알래스카 북부, 중국, 1500년경의 멕시코까지 11곳의 문명을 담았다. 각 지역마다 등장인물도 다르고 어떤 유물이 있으며 이야기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부분이 인상 깊었다.


고대 문명에 대한 자료와 발굴 영상을 보다 보면 결코 뒤처지지 않을 불가사의한 유물들에 경외감을 느낀다. 현재 고도로 발달한 과학 기술로도 풀어내지 못할 만큼 정교하고 제작 기법이 궁금해지는 유물들도 많다. 그 미스터리를 풀어내는 건 영원한 숙제로 남을 것 같다. 실험 고고학의 괴짜 과학자들은 고대 방식대로 직접 실험해 보고 결과물을 만드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을 텐데 보통 사명감을 가지고는 해낼 수 없는 작업이다. 그 시대를 살았던 인류가 남긴 유물에는 많은 단서가 있는 것 같아도 밝혀내는 일은 후대 사람들의 몫이다. 평소 고고학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면 분명 만족스러울 만큼 흥미로운 책이다. 무겁지도 않고 유쾌하게 살아 숨 쉬는 듯 풀어내는 이야기에 빠져들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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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의 사생아들 : 레프 톨스토이 x 오귀스트 르누아르 ㅣ 세계문화전집 3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외 지음, 홍선기 엮음 / 모티브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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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읽은 후 주관적으로 쓴 후기입니다.


세계적인 대문호인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의 단편 소설 <주인과 일꾼>, <악마>, <크로이체르 소나타(축약 해설)>와 동시대에 살았던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라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인상주의 화가의 유화 62점을 수록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들으면 좋은 클래식 음악인 쿠프랭의 <클라브생 모음곡>, 바흐의 <G 선상의 아리아>, 모차르트의 <클라리넷 협주곡>,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9번 '크로이체르'>, 쇼팽의 <24개의 전주곡>, 구노의 <아베 마리아>, 차이콥스키의 <현악 사중주 1번>, 바그너의 <파르지팔>은 두 거장이 실제로 사랑했거나 삶에 깊은 영향을 준 곡들이다. 8곡의 클래식 음악을 들으면서 톨스토이의 단편 소설을 읽고 르누아르의 그림을 감상하며, 두 거장의 가족사를 한 권으로 엮은 책이다.


두 거장이 걸어온 삶의 궤적은 완전히 다른 길을 걸어왔고, 사생아를 대하는 방식도 달랐는데 아쉬운 것은 공식적인 기록이 남겨져 있지 않아서 사생활은 파편적으로 알아볼 뿐이다. 평생 소설 쓰는 일에 매진한 레프 톨스토이의 수많은 단편 소설 중 <주인과 일꾼>, <악마>, <크로이체르 소나타>를 수록했고, 오귀스트 르누아르가 유화 4,019점, 파스텔화 148점, 소묘 382점, 수채화 105점을 포함해 총 4,654점의 그림을 남겼는데 그중 유화 62점은 주로 여자아이인 것만 봐도 사생아에 대한 단초를 제공하기 위한 의도라고 생각한다. 톨스토이의 사생아인 아들 티모페이 바지킨은 러시아 농노가 해방되던 1861년에 태어나 동생들의 일꾼으로 살았는데 <주인과 일꾼>, <악마>와 절묘하게 투영된다.


반면 행복의 화가인 오귀스트 르누아르에겐 사생아인 딸 잔 마르그리트 트레오가 있었는데 완전히 버리지 않고 결혼 후에도 끝까지 경제적으로 책임졌다. 다만 사생아 딸의 존재를 아무도 모르게 평생 그 비밀을 철저하게 유지했다고 한다. 두 거장에겐 다른 자식들이 있었고 사생아의 존재가 가져올 갈등을 원치 않았을 것이다. 분명 사회적으로나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여지가 다분한 문제였을 것이다. 두 거장은 이를 해결하는 방법이 서로 달랐으며, 톨스토이는 말년까지 농민의 문제를 마음에 담아두었다. 르누아르가 행복한 여자아이를 집착하듯 그리며 유산 중 일부를 사생아 딸인 잔에게 남기려고 했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렇듯 두 거장의 작품과 가족사를 한 권의 책으로 만나볼 수 있는 특별한 책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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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로 간 호모 사피엔스 - 다행성 문명에서 살아갈 새로운 인류에 대한 지적 탐사
조황희.곽지연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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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읽은 후 주관적으로 쓴 후기입니다.


얼핏 제목만 보면 <사피엔스>라는 책과 같은 인문학을 떠올리겠지만 실상은 인류가 우주로 나아가고자 했던 과정을 복잡하지 않게 풀어낸 일종의 교양서라고 보면 된다. 모든 과학 기술의 진보가 그렇듯 여러 사람의 순수한 열정으로 빚어낸 연구와 발명, 융복합에 의한 접목 등 그들의 노력이 결실을 맺어 한 발 한 발 앞으로 나아가 V-2 로켓에서 인공위성, 달 착륙선, 탐사선까지 불가능한 일이라 여겼던 일들을 하나하나 정복해나가고 있다. SF 공상과학 소설과 SF 영화에서 보던 것들이 훗날 현실이 되었고 이제는 화성과 같은 행성의 모습을 4K 화질로 어디서든 볼 수 있는 시대가 되었으니 놀라운 일이다.


우주의 신비로움은 그 무한대의 영역에서 인류의 생존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춘 행성은 지구뿐이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설사 다른 은하계에 있다손 치더라도 현재 기술로는 밝혀낼 재간이 없기 때문이다.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이 찍은 사진만 보더라도 셀 수조차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류의 지적 호기심은 뉴 호라이즌스호 같은 탐사선과 스피릿과 오퍼튜니티 같은 탐사 로봇이 전송한 초고화질 사진으로 하나씩 우주의 비밀을 밝혀내기 위한 도전을 멈추지 않고 있다. 우주라는 환경은 생명체가 도저히 오랫동안 생존할 수 없는 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다. 놀랍게도 우주 정착을 위한 시나리오가 먼 미래의 현실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것이다.


거의 대부분은 여태껏 들어본 적도 없었던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흥미진진하게 읽어나갈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호기심을 채워주는 여러 갈래의 이야기를 잘 녹아내고 있어서다. 사실 우주라는 영역 자체가 미지의 세계다 보니 새로움의 연속이었다. 이런 것을 보면 헤아릴 수조차 없는 우주라는 세계에서 아주 작은 유일한 생명체가 사는 지구라는 행성에서 인류가 밝혀낸 비밀은 몇 %나 될까? 영화 <마션>이 과연 현실에서 가능한 이야기일지 궁금했다. NASA의 '우주 온실 프로젝트'처럼 달과 화성에 식물을 재배하는 것은 대담한 도전이다. 인류가 우주를 기반으로 문명을 건설한다는 꿈이 궁금하다면 읽어볼 만한 책으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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