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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서 없음 - 격동의 세계를 이해하는 세 가지 프레임
헬렌 톰슨 지음, 김승진 옮김 / 윌북 / 2025년 10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쓴 후기입니다.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를 이해하고 싶다면 반드시 읽어봐야 할 책이다. 지정학, 경제, 민주정치 세 파트로 나눠 대격변이 벌어졌던 세계를 잘 설명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혁명 이후 모든 것이 달라졌고 주 에너지원이 석탄에서 석유로 대체되면서 지정학적 패권 다툼의 흐름을 이해할 수 있었다. 유럽의 브레턴우즈 체제가 붕괴되고 석유 파동이 있었던 1970년대 초 이후 유로화가 탄생했다.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미국, EU, 중국으로 세계 경제를 재구성하여 설명하고 있다. 2010년대 이후부터 중국의 중요성이 세계적으로 커졌는데 미국이 견제에 나서고 있다. 냉전 시대를 지나며 민주정이 안정적이며 우월한 구조로 여겨져왔지만 현재 그 취약성이 여러 국가에서 노출되었다. 취약성은 경제 위기 때마다 등장하며 광범위한 갈등 구조로 대립하게 만들었다.
"석유와 가스의 생산·소비·수송을 이해하지 않고는 21세기 초의 경제와 정치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과거에서 현재로의 역사적 경로를 이해하는 데는 특히 석유가 중요하다. 석유는 배와 비행기의 연료라서 군사력이 의존하는 에너지원이다. 또한 석유는 우리가 알고 있는 모습의 일상생활에서도 근본적이다."
화석연료인 석유 없이는 제조 자체가 불가능한 세상인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친환경 에너지인 태양광 패널, 배터리, 전기차 등을 제조할 때도 필수 불가결한 요소로 운송과 생산, 공급망까지도 석유에 의존하고 있다. 중동 지역에서 끊임없이 국제 갈등이 반복되는 이유와 EU-NATO가 균열하게 된 배경, 세계가 계속 무질서의 늪에 빠지게 된 요인을 살펴보며 시스템의 위기를 총체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파편적인 사건들로만 기억했던 일들을 이렇게 다층적으로 접근하며 복합적으로 살펴보고 있어 세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책이다. 모든 핵심은 '에너지'에 달려 있으며 탄소 중립이나 친환경 에너지 전환은 정치, 경제, 과학 등에서 앞으로 핵심적인 이슈가 될 것 같다. 무엇 하나 쉽지 않고 당연하게 생각해온 것들을 지키는 것 또한 당연한 것이 아니었다.
"21세기의 첫 20년 동안에는 에너지가 정치적 격동과 무질서의 '기저에 있는' 요인이었다면, 앞으로의 세계에서 에너지는 정치적 격동과 무질서를 '주되게 실어 나르는' 핵심 매개가 될 것이다."
너무나도 방대한 이야기를 다룬 책이라 사실 읽으면서도 다 이해하며 넘어간 것은 아니었다. 처음 듣는 이야기도 많았고 자세하게 깊이 파고 들어가니 사실상 모르고 있던 이야기들이 더 많았다. 학교에서 배우던 세계사는 겉핥기 수준에 불과했고 이렇게까지 잘 설명해 주고 있는 책도 별로 없었다. 브레턴우즈의 종말, 2008년 금융 위기, 민주정 체제의 위기 등 무질서의 원인을 해체하고 하나하나 분석해나간다. 세계사에 굵직했던 사건들을 되돌아보며 그 무질서하게 벌어졌던 위기의 순간들을 알아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다. 왜 그 상황이 생겨나게 되었고 이후에는 어떻게 되었는지를 알면 세계 곳곳에서 터지는 사건들의 배경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또한 앞으로 펼쳐질 미래에 무엇이 큰 화두로 떠오르게 될지 예상해 보는 것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