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하는 고고학자 - 고대 인류 문명의 모습과 소리, 냄새, 맛을 재현하는 과학자들
샘 킨 지음, 이충호 옮김 / 해나무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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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읽은 후 주관적으로 쓴 후기입니다.


고고학자는 땅속에 오랫동안 묻혀있던 지구와 인류 역사의 수수께끼 같은 흔적을 찾고 연구하는 사람들이다. 유적 발굴은 기본이고 역사 복원, 기록과 분석, 전시와 홍보 등으로 후대 사람에게 알려주는 매개체와 같은 역할을 담당한다. 반면 실험 고고학은 한 발 더 나아가 고대 인류 문명의 기술을 완벽하게 재현해서 소리, 냄새, 맛까지 그 모습 그대로 복원한다. 고대인의 일상을 현실 세계로 가져와 구현한다는 것은 놀랍고도 멋진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박물관 속 고대의 유물로만 남겨두는 것이 아니라 똑같이 만들어낸다는 건 다른 의미로 인간의 역사를 실증함으로써 고대 문명 기술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주기 때문이다.


이 책은 독특하게도 논픽션과 픽션을 버무려 엮어놓음으로써 생동감 넘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단지 먼 과거 속에 살았던 사람들이 아니라 그 시대로 시간 여행을 떠난 기분이 들게 만들었다. 또한 당시 기술을 재현하는 데 있어서 상상력의 폭을 넓혀주기 때문에 더 기억에 오래 남도록 했다. 이 책에는 7만 5천 년 전의 아프리카부터 남아메리카, 튀르키예, 이집트, 폴리네시아, 로마, 캘리포니아, 바이킹 시대의 유럽, 알래스카 북부, 중국, 1500년경의 멕시코까지 11곳의 문명을 담았다. 각 지역마다 등장인물도 다르고 어떤 유물이 있으며 이야기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부분이 인상 깊었다.


고대 문명에 대한 자료와 발굴 영상을 보다 보면 결코 뒤처지지 않을 불가사의한 유물들에 경외감을 느낀다. 현재 고도로 발달한 과학 기술로도 풀어내지 못할 만큼 정교하고 제작 기법이 궁금해지는 유물들도 많다. 그 미스터리를 풀어내는 건 영원한 숙제로 남을 것 같다. 실험 고고학의 괴짜 과학자들은 고대 방식대로 직접 실험해 보고 결과물을 만드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을 텐데 보통 사명감을 가지고는 해낼 수 없는 작업이다. 그 시대를 살았던 인류가 남긴 유물에는 많은 단서가 있는 것 같아도 밝혀내는 일은 후대 사람들의 몫이다. 평소 고고학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면 분명 만족스러울 만큼 흥미로운 책이다. 무겁지도 않고 유쾌하게 살아 숨 쉬는 듯 풀어내는 이야기에 빠져들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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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의 사생아들 : 레프 톨스토이 x 오귀스트 르누아르 세계문화전집 3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외 지음, 홍선기 엮음 / 모티브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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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읽은 후 주관적으로 쓴 후기입니다.


세계적인 대문호인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의 단편 소설 <주인과 일꾼>, <악마>, <크로이체르 소나타(축약 해설)>와 동시대에 살았던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라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인상주의 화가의 유화 62점을 수록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들으면 좋은 클래식 음악인 쿠프랭의 <클라브생 모음곡>, 바흐의 <G 선상의 아리아>, 모차르트의 <클라리넷 협주곡>,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9번 '크로이체르'>, 쇼팽의 <24개의 전주곡>, 구노의 <아베 마리아>, 차이콥스키의 <현악 사중주 1번>, 바그너의 <파르지팔>은 두 거장이 실제로 사랑했거나 삶에 깊은 영향을 준 곡들이다. 8곡의 클래식 음악을 들으면서 톨스토이의 단편 소설을 읽고 르누아르의 그림을 감상하며, 두 거장의 가족사를 한 권으로 엮은 책이다.


두 거장이 걸어온 삶의 궤적은 완전히 다른 길을 걸어왔고, 사생아를 대하는 방식도 달랐는데 아쉬운 것은 공식적인 기록이 남겨져 있지 않아서 사생활은 파편적으로 알아볼 뿐이다. 평생 소설 쓰는 일에 매진한 레프 톨스토이의 수많은 단편 소설 중 <주인과 일꾼>, <악마>, <크로이체르 소나타>를 수록했고, 오귀스트 르누아르가 유화 4,019점, 파스텔화 148점, 소묘 382점, 수채화 105점을 포함해 총 4,654점의 그림을 남겼는데 그중 유화 62점은 주로 여자아이인 것만 봐도 사생아에 대한 단초를 제공하기 위한 의도라고 생각한다. 톨스토이의 사생아인 아들 티모페이 바지킨은 러시아 농노가 해방되던 1861년에 태어나 동생들의 일꾼으로 살았는데 <주인과 일꾼>, <악마>와 절묘하게 투영된다.


반면 행복의 화가인 오귀스트 르누아르에겐 사생아인 딸 잔 마르그리트 트레오가 있었는데 완전히 버리지 않고 결혼 후에도 끝까지 경제적으로 책임졌다. 다만 사생아 딸의 존재를 아무도 모르게 평생 그 비밀을 철저하게 유지했다고 한다. 두 거장에겐 다른 자식들이 있었고 사생아의 존재가 가져올 갈등을 원치 않았을 것이다. 분명 사회적으로나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여지가 다분한 문제였을 것이다. 두 거장은 이를 해결하는 방법이 서로 달랐으며, 톨스토이는 말년까지 농민의 문제를 마음에 담아두었다. 르누아르가 행복한 여자아이를 집착하듯 그리며 유산 중 일부를 사생아 딸인 잔에게 남기려고 했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렇듯 두 거장의 작품과 가족사를 한 권의 책으로 만나볼 수 있는 특별한 책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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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로 간 호모 사피엔스 - 다행성 문명에서 살아갈 새로운 인류에 대한 지적 탐사
조황희.곽지연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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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읽은 후 주관적으로 쓴 후기입니다.


얼핏 제목만 보면 <사피엔스>라는 책과 같은 인문학을 떠올리겠지만 실상은 인류가 우주로 나아가고자 했던 과정을 복잡하지 않게 풀어낸 일종의 교양서라고 보면 된다. 모든 과학 기술의 진보가 그렇듯 여러 사람의 순수한 열정으로 빚어낸 연구와 발명, 융복합에 의한 접목 등 그들의 노력이 결실을 맺어 한 발 한 발 앞으로 나아가 V-2 로켓에서 인공위성, 달 착륙선, 탐사선까지 불가능한 일이라 여겼던 일들을 하나하나 정복해나가고 있다. SF 공상과학 소설과 SF 영화에서 보던 것들이 훗날 현실이 되었고 이제는 화성과 같은 행성의 모습을 4K 화질로 어디서든 볼 수 있는 시대가 되었으니 놀라운 일이다.


우주의 신비로움은 그 무한대의 영역에서 인류의 생존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춘 행성은 지구뿐이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설사 다른 은하계에 있다손 치더라도 현재 기술로는 밝혀낼 재간이 없기 때문이다.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이 찍은 사진만 보더라도 셀 수조차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류의 지적 호기심은 뉴 호라이즌스호 같은 탐사선과 스피릿과 오퍼튜니티 같은 탐사 로봇이 전송한 초고화질 사진으로 하나씩 우주의 비밀을 밝혀내기 위한 도전을 멈추지 않고 있다. 우주라는 환경은 생명체가 도저히 오랫동안 생존할 수 없는 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다. 놀랍게도 우주 정착을 위한 시나리오가 먼 미래의 현실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것이다.


거의 대부분은 여태껏 들어본 적도 없었던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흥미진진하게 읽어나갈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호기심을 채워주는 여러 갈래의 이야기를 잘 녹아내고 있어서다. 사실 우주라는 영역 자체가 미지의 세계다 보니 새로움의 연속이었다. 이런 것을 보면 헤아릴 수조차 없는 우주라는 세계에서 아주 작은 유일한 생명체가 사는 지구라는 행성에서 인류가 밝혀낸 비밀은 몇 %나 될까? 영화 <마션>이 과연 현실에서 가능한 이야기일지 궁금했다. NASA의 '우주 온실 프로젝트'처럼 달과 화성에 식물을 재배하는 것은 대담한 도전이다. 인류가 우주를 기반으로 문명을 건설한다는 꿈이 궁금하다면 읽어볼 만한 책으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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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보이지 않는 국경의 지도책 - 국제 정세의 흐름을 읽는 데이터 지리학
델핀 파팽.브뤼노 테르트레.세마르탱 라보르드 지음, 이수진 옮김 / 윌북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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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읽은 후 주관적으로 쓴 후기입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국경선은 어디서부터 어디를 말하는 걸까? 국경선은 육상뿐만 아니라 해상, 항공까지를 모두 포함하고 있으며, 운송 및 자원이 갈수록 중요해지면서 국경 문제는 매우 민감한 분쟁 사안이 되었다. 조약을 통해 양국 간 국경을 획정 짓는 것도 동의가 있을 때 가능하다. 지구상에는 더 이상 국가가 소유하지 않는 땅이 없다.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근대적 의미의 국경선은 1945년 이후 폭발적으로 증가했는데 대부분 식민지 시대에 정해졌으며, 동구권이 몰락한 1990년 이후가 지금의 모습이다. 하지만 여전히 국경 문제로 인한 분쟁과 쟁점은 세계 곳곳에서 첨예한 갈등 요소가 되고 있다.


커다란 판형에 지도로 자세하게 국경과 해상 경계선, 장벽을 표현한 부분은 안 그래도 복잡한 문제를 조금이나마 들여다보는 데 도움이 되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1953년 휴전 협정을 맺은 이후 군사분계선인 238㎞를 철조망으로 두르고 비무장지대와 공동경비구역을 설치하여 북한과 대치하고 있다. 호시탐탐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며, 분쟁 지역으로 삼고 싶어 하는 일본의 야욕은 현재진행형이다. 이 책에서 아쉬웠던 부분이 바로 '일본, 분쟁 중인 섬들'이었다. 역사적인 맥락 없이 일본의 일방적인 주장을 받아들여 독도/다케시마(리앙쿠르 암초), 동해/일본해로 표기해놔서 애매모호하게 만들었다. 또한 북한과 남한이라 표기했는데 정식 국가명인 대한민국으로 표기하지 않은 부분이 자꾸 눈에 거슬렸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우리가 알고 있는 국경선의 범위가 매우 한정되어 있으며, 세계정세가 서로 복잡한 이해관계로 얽혀 있는데 이는 결코 단순하게 볼 문제가 아니다. 제국주의 시대의 산물로 각 나라의 국경이 획정되었다면 이제는 각 국가 간 분쟁을 해결하는 것이 주요 쟁점이 될 것이다. 계승된 국경들, 바다와 국경, 장벽과 이주, 특수한 국경들, 분쟁 중인 국경들, 제국의 변경에서, 국경의 밝은 미래까지 71개의 항목을 통해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국경 분쟁과 국경의 범위로 어디까지 인정되는지 이런 부분을 고려해서 보면 국제 정세의 본질을 꿰뚫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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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의 월든 - 길가에서 발견한 자연의 생존 전략
정주혜 지음, 김나연 그림 / 이케이북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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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읽은 후 주관적으로 쓴 후기입니다.


자연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일지라도 익숙하면서도 낯선 책이다. 야생에서 자라는 풀의 이름을 우리는 얼마나 많이 알고 있을까라는 생각에 미치면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리라. 그저 눈길을 스쳐 지나가는 이름 모를 풀이다. 신비롭고 아름다운 자연의 세계는 미쳐 닿지 못한 미지의 영역이다. 관심을 기울여 눈여겨 본 적도 없고 그저 하나로 뭉뚱그려져 군집처럼 흔하게 자라나고 죽어가는 식물이다. 김춘수 시인의 <꽃>에 적힌 말마따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하나의 몸짓일 뿐 아무 의미도 갖지 못하는 존재에 불과하다. 저자는 2002년 생태교육을 받은 후 20여 년 넘게 숲과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고 한다. 숲의 생태계에 빠져 지금은 자연언어 통역사 겸 교육 활동가로서 자연과 동행하고 있다.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이 새롭고 무엇 하나 의미를 가지지 않은 것이 없다. 자연을 관찰하는 일은 경이롭고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우리가 발견하지 못했던 숨겨진 비밀이 드러나기도 하고 예기치 못한 기쁨을 선사해 주는 매 순간이 다채로운 일들로 가득 찬 곳이다. 글을 보면 저자가 얼마나 애정을 가지고 집필했을지가 눈에 보인다. 자신이 오랜 세월 얻어낸 지식을 하나라도 더 독자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전해져온다. 그것이 '풀 공부', '월든의 과학', 꽃과 식물에 관한 글귀와 사진에서 드러난다. 사실 따지고 보면 일반인이 어릴 적부터 듣고 자란 것이 아니라면 일일이 다 알기란 어렵다. 더더구나 도시에 오래 살면 식물원을 갈 때 빼고는 관심의 영역에서 멀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의미가 깊은 책이다. 누군가에겐 익숙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잊혀가는 풀이라는 세계의 신비로움이 낯설지 않다는 걸 발견하는 동력이 될 수 있어서다. 도심에서는 쉽게 경험하기 힘들다. 가까이서 관찰하기가 더 어렵다는 말이 정확할 것 같다. 어느 순간부터 우리의 관심사로부터 멀어졌는지 모르겠지만 항상 그곳에 있었는데 무엇 하나 제대로 아는 것이 없다는 사실만 뼈저리게 느낀다. 아마 웃어른 대에선 흔하디흔한 식물이었을 것이다. 동네 어귀에서 쉽사리 보고 자랐고 꺾어가지고 놀았던 시절에 말이다. 이제는 배워야만 겨우 알듯 말듯 그 존재를 알아차릴 뿐이다. 저자가 책 제목을 <풀의 월든>이라고 지은 의미도 늘 자연과 함께하고 싶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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