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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그문트 바우만 행복해질 권리 - 세기의 지성이 불안한 현대인에게 건네는 철학적 조언 ㅣ 아포리아 7
지그문트 바우만 지음, 김수진 옮김, 노명우 감수 / 21세기북스 / 2025년 4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쓴 후기입니다.
'20세기 최고의 지성'으로 불리는 지그문트 바우만이 쓴 마지막 저서다. 산업혁명 이후 대량생산이 가능해지고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진 이 시대에 끊임없는 소비를 강요하는 소비 자본주의 사회가 개인을 얼마나 불행하게 만드는가를 날카롭게 비판하고 있다. 더 많은 돈을 가져야만 행복해질 수 있다는 자본주의가 심어준 그릇된 믿음과 무력감은 지금 가진 것에 만족할 줄 모르게 되었다. 불확실한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은 다른 사람이 누리는 것과 나를 비교하면서 행복에 대한 잘못된 환상을 품고 살아간다. 진정한 행복의 가치를 잃어버리고 수많은 정보와 동영상에 노출되어 변질되고 오염된 행복을 좇아 물질의 노예가 된다. 불확실하다는 것은 나에 대한 믿음보다 누군가에 의해 인정받기를 바라면서 구심력을 잃은 채 독립적인 사고가 마비되었기 때문은 아닐까?
"세상에 알려진 다른 모든 이데올로기와 마찬가지로, 이 이데올로기도 인류를 분열시킨다. 그런데 그것이 다가 아니다. 이 이데올로기를 믿는 사람들마저, 일부에게는 힘을 주고 나머지는 무력화하는 식으로 분열시킨다."
인간은 행복하기 위해 태어났다고 한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누구나 빈부와 상관없이 누구나 행복하게 살아가길 바란다. 행복이라는 건 그리 거창하지 않다. 의식주라는 가장 기본적인 것만 충족시켜도 우린 안정감을 느낀다. 근심, 걱정 없이 앞으로 더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거나 가족과 이웃 사이에 좋은 유대 관계를 맺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행복의 기준이 물질적인 풍요보다 정서적인 안정감에 있다는 것은 인간이 사회적인 동물이기 때문에 느끼는 본능과도 같은 감정이다. 주변 환경과 평화로운 인간관계에서 오는 만족감이 곧 행복인 것이다. 저자는 인문학적으로 무엇이 삶을 행복하게 하는가에 대해 얘기하고 있지만 본질적으로 우리 모두는 삶의 예술가이며, 매일매일 선택에 직면해 있다.
"직장은 동료들을 서로 의심하는 데 중독돼 있고, 살인적인 경쟁으로 갈기갈기 찢겨 불안정하며 언제든 부서지기 쉬운 상태이다. 우리의 이웃 공동체는 개발자들의 끊임없는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 훌륭한 인생과 성공으로 가는 길을 알리는 표지가 많기는 하지만, 예고 없이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등 하나같이 불확실하고 형편없다."
급변하는 현대 사회에서 개인이 해야 할 역할들이 많아졌다. 점점 사회 시스템은 복잡해져가고 뚜렷하게 사고당할 위험성도 커져가고 있다. 어디든 안심할 수 없고 뉴스에서 보던 사건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여기서 우린 고대인의 지혜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 고대인들의 평균 수명은 훨씬 적었다. 그들은 한 번 주어진 인생을 살아 있는 한 희망을 놓지 않았고, 열심히 노력하지 않으면 인생은 삶을 가치 있게 만드는 것을 하나도 주지 않는다고 믿었다. 행복을 조건이 만족할 때만 누릴 수 있다거나 외부에서 찾는 것이 아니라 희망을 가지며 열심히 노력하며 살았다. 인생을 가치 있게 만드는 건 스스로 만들어 간다고 믿었다. 아마 앞으로의 인생이 불투명하고 불안한 현대인들이라면 지그문트 바우만의 철학적 조언에 귀담아듣고 나면 안심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