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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떻게 북소믈리에가 될까
조선우 지음 / 책읽는귀족 / 2015년 8월
평점 :
북소믈리에는 무엇일까? 큐레이터처럼 소개하는 것인지 아니면 질 좋은 와인의 맛을 아는 사람이 책을 추천하는 개념인건지. 사실 그런 것을 따지기보단 닥치는대로 책을 읽는 내겐 길라잡이 정도는 되어줄 것 같았다. 속독이니 다독이니 하면서 일 년에 100권을 읽었다는 사람이 놀라웠고 속독법을 익힌 사람들의 놀라운 빠르기가 부러웠던 적이 있다. 내겐 한 장을 넘기는 데도 정성들여 한 줄씩 읽어나가기 때문에 더딘 편에 속한다. 빠르게 읽을려고 얼마나 노력을 했던가? 근데 이 책을 읽고나니 확실히 양보다는 질이 우선인 것 같다. 단 한 권을 읽더라도 내 심장에 새겨질 수 있다면 남들이 아무리 많은 책을 읽는다해도 그건 중요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내 주변에는 수백권의 책탑이 쌓여져 있다. 대부분 서평이벤트를 통해 모은 것이거나 정가제 전에 샀던 책들이 많고, 운이 좋아 상품권으로 산 책들도 많다. 책만 보면 배부르다는 말처럼 든든하다.
남들처럼 허세를 부리는 걸 경계한다. 가끔 독서모임에 가면 딱히 할 말이 많지도 않다. 한 작가에게 꽂혀서 읽는 편도 아니고, 그 무엇에도 열광하지 않는다. 집착하지도 않고 좋아하는 출판사는 있지만 극구 싫어하는 출판사도 별로 없다. 책 읽는 것 자체가 좋고 대부분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공감하겠지만 어딜가든 가벼운 책 한 권은 꼭 챙겨서 짬이 날때면 틈틈히 읽는 편이다. 확실히 책은 많이 읽을수록 세상을 이해하는 폭이 넓어지는 건 확실하다. 단지 한 쪽으로 기울어서 편협한 생각이라는 프레임에 갇히지 않도록 두루두루 읽다보면 사고가 열리게 되는 것 같다. 큰 돈 들이지 않고 부릴 수 있는 최고의 사치가 바로 책인데 나는 주로 인문학이나 고전, 역사를 많이 읽는 편이다. 오늘을 살아가는 내게 경종을 울리는 메세지와 근본적으로 인간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곰곰히 생각할 수 있는 에세이도 좋다.
이 책을 쓴 저자는 책읽는귀족의 대표인데 어릴 적부터 어지간히 독서광이었던 것 같다. 그 당시에는 책이 귀해서 읽단 활자가 보이면 닥치는대로 읽었으니 말이다. 빽빽하게 채워진 활자엔 한자들이 수두룩 하고 종이재질도 그닥 좋지 않았던 시절이었지만 딱히 다른 놀거리가 부족했으니 책과 가까워지기는 오히려 쉬웠다. 나 역시 책이라면 환장하는 사람인데 책도 여러 독서법이 있으며 알고나서 읽으면 더욱 풍성한 경험을 얻을 수 있을 것이고, 한 분야만 파고들어 읽으면 머릿속에 그려지는 지도를 따라 저자의 의도나 메세지를 읽을 수가 있다. 요즘처럼 미디어에 초점을 맞춘 시대일수록 책을 손에서 놓지 말자.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잠시 자신의 독서습관에 대해 점검해보는 계기가 될 것 같다. 책은 누군가에게 지식을 과시하기 위한 용도가 아닌 스스로 깨치고 세상 풍파에 흔들리지 않을 마음 속 자양분을 심는 것이기에 읽을수록 포용심이 커지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