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멈의 표현대로라면, 책방은 수천수만 명의 작가가 산 사람, 죽은 사람 구분 없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인구 밀도 높은 곳이다. 그러나 책들은 조용하다. 펼치기 전까진 죽어 있다가 펼치는 순간부터 이야기를 쏟아 낸다. 조곤조곤, 딱 내가 원하는 만큼만.
책은 내가 갈 수 없는 곳으로 순식간에 나를 데려다주었다. 만날 수 없는 사람의 고백을 들려주었고 관찰할 수 없는 자의 인생을 보게 했다. 내가 느끼지 못하는 감정들, 겪어 보지 못한 사건들이 비밀스럽게 꾹꾹 눌러 담겨있었다. 그건 텔레비전이나 영화와는 애초에 달랐다. 영화나 드라마 혹은 만화 속의 세계는 너무 구체적이어서 더 이상 내가 끼어들 여지가 없었다. 영상 속의 이야기는 오로지 찍혀 있는 대로, 그려져 있는 그대로만 존재했다. (…) 책은 달랐다. 책에는 빈 공간이 많기 때문이다. 단어 사이도 비어 있고 줄과 줄 사이도 비어 있다. 나는 그 안에 들어가 앉거나 걷거나 내 생각을 적을 수도 있다. (…)
방송 ‘금쪽같은 내 새끼’ 덕분에 알게된오은영 박사님에게 많이 배우고 있다. 나와 다른 맥락의 글에서 문득 내 삶과 마주친다.
(…) 그런데 내게 열등감을 갖게 한 원인이 지금 내 삶을 힘들게 하는 원인은 아닐 수 있습니다. 내 삶이 힘들지 않으려면 열등감을 만드는 그 원인이 사라져야 하는 것이 아닙니다. 사실 나는 나에게 열등감을 주는 그 원인으로 괴로운 것이 아니라 지금 가진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몰라서 불안한 것일 수도 있어요. 문제를 해결하기가 너무 버거워서 ‘열등감’을 만든 그 원인 탓을 하는 겁니다. (…) 하지만 그 열등감에게 너무 높은 대우를 해주지 마세요. (…) 진짜 원인은 그게 아니에요. 원인을 제대로 알아야 해결방법도 제대로 찾아갈 수 있습니다. - <아이가 대학을 나오지 못한 부모를 무시해요> 중
(…) 마음의 충족감은 아이가 ‘와! 부모가 내 마음을 잘 아는구나’라고 느끼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따뜻한 느낌이 확 차오르는 거에요. 양으로는 측정이 안 되지만 물통에 물이 차오르듯이 내 마음에 사랑이 꽉 차오르는 느낌이 드는 겁니다. 그럴 때마다 아이는 ‘아, 행복해!’, ‘아, 나는 사랑받는 사람이구나’라고 생각합니다. 아이에게 이런 ‘마음의 충족감’을 주려면 부모는 아이를 잘 관찰하고 자신을 잘 관찰해서 아이가 원하는 사랑을 주어야 합니다. 부모가 아이 마음에 충족감을 줄 때 그 순간 아이는 굉장히 행복해하고, 그 기억은 평생을 갑니다. 그 기억으로 고통과 아픔을 겪어 나갈 힘이 생깁니다. 그래서 아이의 마음이 편안한 것, 행복감을 자주 느끼게 하는 것이 아이를 잘 키우는 최고의 방법이에요. - <사랑할수록 고통을 주는 사랑도 있어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