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선 잇몸까지 시려 보이던 날, 몸의 허기로만 설명될 수 없는 굶주림과 허탈감 속에 서 있었을 할머니를 상상했다. 그런 할머니의 고난을 단숨에 알아봤던, 목장갑을 몇겹이나 끼고 겨울 시장에서 일했던 우리 할머니도.
이해했기에 밉지 않았다. 이해하면 미움만은 피할 수 있었다.
할머니는 내게 시선을 던졌다. 그 눈길을 받자 나는 내가 그토록 원하지 않던 용기가 나는 것을 느꼈다. 한번 싸워보고 싶은 용기, 그렇게 해서 억울함을 바로잡고 여기 남아서 내가 그토록 원했던 미래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와 욕심. 나는 미래가 욕심나는 것이 두려웠다. 이미 차가운 실망 속에서 마음의 문을 닫아버렸기 때문이었다.
"자기가 너무 중요해서 뭐 하나라도 다 자기 마음대로 되어야 하는, 천년 굶은 아귀 같은 애들."
"누구나 그럴 수 있는 건 아니야.""노력하지 않는 거지. 노력하면 왜 안 돼, 변명이지.""운 좋은 사람들은 꼭 그렇게 말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