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 책에서는 이런 면을 강조하고, 저 책에서는 저런 면을 강조합니다.
최근에 눈에 들어온 것은 존재론과 현상학의 차이입니다. 독어로 SOLLEN과 SEIN의 차이도 눈에 들어옵니다. 이론으로서가 아니라 사람들의 성향과 선택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선생님과 대화하면서 sollen과 sein으로 이어졌어요.)
아마 한 사람 안에도 sollen과 sein이 섞여있겠지요. 그리고 상대적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있는 그대로를 관찰하고, 그로부터 나의 나아갈 바 혹은 당장의 대처를 결정하는데 어떤 게 더 우선으로 작용하고 강력하게 작용할 지는 아마 다 다를겁니다. 사람마다도, 같은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인생의 시기와 사안에 따라서 아마 다를겁니다.
‘책을 쓰겠다고’고 바깥에 얘기를 하면 쓸 수 있는 사람이 있고, 조용히 혼자서 사부작사부작 쓸 수 있는 사람이 있을 겁니다.
사부작사부작형의 사람에게 공표라는 방식은 안 맞을텐데요, 왠지 그 방식을 택하고 진도는 안 나가니... 참 이중고입니다. ㅎㅎㅎ
그래도 주변의 응원에 등떠밀려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았어요. 최소한 맞다와 안 맞다는 남으니까요.
해보는 것만이, 꿈꾸고 그 길을 가보는 것만이 나를 어디로 데려다 주는 것 같아요. 문에 다다를 때야 비로소 다른 세상과 만날수 있으니까요. ‘어느 경지에 올라야’라는 표현은 부담스럽지요. 그러니까 길을 가다보면 그 길이 어디론가 이어질 거라는 믿음, 길을 계속 가려면 필요한 끈기, 노력, 실력, 재미, 열정 , 호기심, 만남 등이 있겠지요.
예년보다 더운 9월이지만, 9월에는 자신을 겸허하게 돌아보게 됩니다. 생각보다 긴 더운 여름을 어떻게 보냈는지에 따라 달랐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뭔가 할 일이 있다는 건, 괜찮은 것 같아요. 혼자 만의 계획에 한 발 더 나아가는 가을이 되기를 빕니다.
(사족)
연말에 이런 대차대조표를 써보면 어떤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일년 동안 산 물건, 작년에 이월된 물건 중 올해 다 썼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거에요.
살아남은 립밤과 립스틱을 (대충) 오개월째 사용 중인데, 올해 안에 다 쓸 지 모르겠어요. 하루에 한 번, 일주일에 대여섯번을 바르고, 가방에 몇 개, 사무실 책상에 한두개가 있어요. 그나마도 사무실 립스틱은 장식품과 같아서 거의 바르지 않거든요. 모든 물건을 이렇게 정리하기는 어렵겠지만, 실제 가지고 있는 분량과 쓰는 속도를 이해하게 되면 물건을 사는 속도가 다소 완화되었어요.
대용량 크림 세타필은 12개월 내에 다 쓰기 위해 헤어에센스 대신 바르기 시작했어요. 550g 한 통에서 반 정도 사용했어요. 온라인에서 세타필을 검색하다가, 얼른 남은 양과 이만큼 사용할 때까지 걸린 시간을 얼추 계산해 보니, 아마도 내년 초에 알아보면 되겠다는 결론에 이르러서, 검색을 중단했어요.
어떤 경우에는 정해진대로 하는 게 시간과 노력을 줄이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지만, 어떤 경우에는 비슷한 실수만 누적되고 있을지 모릅니다. 특히 물건을 살 때는 10초만, 5분만, 하루만 더 생각해보면 양과 시점에 대해 자각하게 되는 경험을 합니다. 그러면, 여러 개 사는 것이 나은지, 한 개만 사는 게 나은지도 알게됩니다.
물건을 하나씩 사는 건, 하루씩 장을 보는 건 큰 일은 아니지만, 그게 모이면 어마어마해 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