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제목을 언제 정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김영민 교수의 전작 «공부란 무엇인가»도 있지만, 2018년에 일간 신문에 실렸던 칼럼 <추석이란 무엇인가>가 가장 강렬하게 남아있습니다. 2023년 12월의 계엄이 마무리되고 나와서 ‘•••무엇인가’로 했을지 모르겠습니다. 혹시 궁금해하실 것 같은데요, 질문 자체는 지금 시점에도 유효하지만 이 책에 실린 글은 계엄 이전에 쓴 글이 대부분입니다.
자기 통제를 통해서 그 과정을 완수했을 때 곰은 비로소 인간이 되었다. 그리고 그 곰은 단군을 낳는다. 그 단군의 자손답게 나는 올해도 새해 결심을 해본다. 제법 나이 든 인간으로서 나는 시간이 한정 자원이라는 사실을 인지한다. 따라서 부질없는 집착들로부터 놓여나고자 노력할 것이다. 따라서 올해 안에 무엇을 기어이 끝내겠다는 결심 같은 건 되도록 하지 않을 것이다. (...) 한편 올해가 아니면 영원히 할 수 없는 일들은 올해 안에 하려 할 것이다. (...) 그런 것들 말고는 나의 일상을 수호할 것이다.
한참만에 10권이 나왔습니다. 이전 에피소드와 연계되는 일화도 있지만, 이전 내용을 몰라도 자세하게 기억하지 못해도 읽기에는 대체로 상관없습니다.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어쩌면 굳이 말하지 않는 일상의 무늬들이 잔잔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한번에 다 읽기가 힘들어서 몇 번에 나누어 읽는 편입니다. 따뜻한 만화입니다. 삶에서 붕 떠있다고 느낄 때 주변과 지내느라 애쓸 때 «밤을 걷는 고양이»를 추천합니다.
...그러니까 앞으로 또내가 도망친 게 아닌가 생각이 들거나...주체할 수 없는 분노가 치밀어 오르면그때마다 기억해주면 좋겠구나. 다이치 너는 도망친 게 아니라수백 가지의 선택지 중에서네게 맞는 길을 선택했을 뿐이라고.
그렇다. 지금을 반기며 사는 것이다. -<겨울나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