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재미있게 읽은 책을 추천받는 걸 좋아합니다. 오래된 습관이랄까요? 가끔은 묻지도 않은 누군가가 재미있게 읽었다는 책이 영 별로일 때가 있는데, 그 다음 추천 책도 별로일 경우가 많습니다. (선물과 추천을 받았지만 두 권 모두 읽을 생각이 없어요. 선물받은 책은 펼쳐보지도 않았구요.) 그런 경우, 본인의 책 선정에 자부심을 느낀다는 걸 알 수 있어서 재미있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얼마 전에 책을 많이 산다는 얘기를 나눈 적이 있어요. 그런데 듣고보니 경영 서적들을 많이 산다고 하더라구요. 아마도 책을 사기 시작한 지 오래된 건 아닌 것 같더군요.

생각해보니 이제는 지인들과 책 얘기를 할 때 어떤 책을 모르고 있을 수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하고 이런 점이 재미있었다고 덧붙입니다. 만약 추천 책을 산다면 추천사를 떠올리며 책장을 펼치다가 덮는 경우도 있고 끝까지 읽는 경우도 있습니다. 유명인들의 추천사는 크게 믿지 않는 편입니다. 24년에 나온 어떤 소설집을 여러 번 시도했지만 아직도 다 읽지 못했습니다. 그렇다는 걸 알고 있기에 누군가에게는 나의 추천이 영 안 맞을 수 있기에 ‘그냥 참고만 하시라’고 마무리합니다.

여튼 책 추천을 할 때 마치 대단한 듯이, 이 책을 읽은, 읽고 있는 자신이 대단하다는 듯이 말하는 경우는 별로입니다. 그래서 돌아보게 됩니다. 그리고 누가 물어보는 경우가 아니라면 되도록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하거나 추천하지는 말자고, 책에 대해 본격적으로 이야기하기 전에 어떤 책에 관심이 있냐고 주로 어떤 책을 사고 읽는지 물어보자고 생각합니다.

책을 많이 읽다보면 아니 사다보면 잡독이 될 수 밖에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호기심은 그런 걸테니까요. 하나를 알기 위해 혹은 들여다보기 위해 펼치지만 읽고나면 또 다른 책, 다음 책을 읽고 싶어지니까요.

독서가 깨닫게 해 주는 건 ‘여지’가 아닐까 합니다. 미지의 세계가 넓다는 걸 알게하고 그렇기 때문에 죽을 때까지 재밌게 살 수 있을 거라는 걸 알게 합니다. 그러니 어떤 책이 너무 괜찮다고 할 때는 무릇 겸손할 일입니다. 상대가 재미있게 읽은 책을 모른채 나만 떠드는 건 바보같은 일입니다.

* 책 얘기 끝에 짧은 탄식이 빠지지 않는데 바로 책을 둘 공간이 부족한데도 자꾸만 산다는 겁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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