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를 위한다고 하는 일들이 사실은 부모들의 불안을 지우려는 몸부림 아닌가 줄곧 돌아봐야 한다.
아이들이 따라오는 것 같아도 언젠가 전이된 부모의 불안이 자녀들에게서 폭발하고 만다.

실제로 자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서 불안해하는 게 아니라, 안 좋은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부모를 불안하게 만든다. ‘행여 이런 일이 생기면 어떡하지‘라는 불안한 상상을 지우기 위해 자녀에게 제일 좋다고 생각하는 선택을 내리고 가장 빠르고 안전한 길이라며 나아갈 방향을 가리킨다. 그 방향을 향해 자녀와 함께 뛰다 보면 부모는 최선을 다했다는 마음이 들면서 불안이 줄어든다. 그러나 이는 부모가 자신의 불안을 자녀에게 쏟아붓고 자녀가 그 불안을 뒤집어쓴 것이다.
자녀보다 세상을 잘 아는 부모는 많은 경험과 정보를 바탕으로 자녀 대신 필요한 시기에 삶의 중요한 선택을 내려야 경쟁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믿는다. 자녀가 이를 거부하면 남들보다 잘살 수 있는 좋은 방법을 알려주는데 왜 마다하느냐고 한다. 자녀를 위하는 마음도 있겠지만, 이는 잘 키워야 한다는 욕심과 부모의 불안을 줄이기 위한 무의식적인 노력이 결합한 행동이다. - P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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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와 독재체제 중 어떤 것이 더 인간의 본성에 어울릴까. 자유만큼 책임져야 하는 자유주의와 자유를 희생하는 대신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운 독재.
그 틈을 푸틴이 파고들었다. 그리고 미국에서 다시 그런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독재체제는 안정적인 인간 실존의 여건일지도 모르고, 자유주의와 민주정체보다도 훨씬 안정적일지도 모른다. 독재체제는자유주의가 충족시키지 못하는 인간 본성에 내재된 핵심적인 요소들-질서와 강력한 지도력, 무엇보다도 가족, 부족, 국가가 주는 안전에 대한 갈망-에 호소한다. 자유주의 세계질서가 인종이나 국적을 초월해 개인의 권리, 자유, 보편성, 평등, 사해동포주의와 관용을 표방한다면, 오늘날의 독재체제는 정반대 성향을 매우 전통적이고 유서 깊은 방식으로 표방한다. 결국 수 세기 동안 지속되어온 이러한 전통을 전복하겠다고 약속한 새로운 이념이 자유주의였다. 그리고 자유주의가 표방하는 내용에 설득당하지 않은 이들은 자유주의에 적대감을 표했다.
...

오늘날 여론조사 결과가 맞는다면, 러시아의 "강한 지도 자" 유형을 선호하는 사람이 늘었다. 적어도 트럼프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말이다. 푸틴은 "국제적 자유주의 민주정체"에 맞서는 "사회적, 문화적 보수주의 성향인 보통 사람들의 지도자로 자신을 자리매김해왔는데, 아 마 서구 진영을 포함해 전 세계에는 공산주의자를 자처했던 이들보다 그런 보통 사람들이 훨씬 많을지 모른다. 미국과 유럽의 정치체제에 러시아가 효과적으로 침투하게 된 이유다. 러시아늘 서구 사회에서 진정으로 위험한 균열들을 이용해왔다. - P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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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껏 누렸던 전후의 세계질서를 누가 어떻게 허물지, 우리는 21세기의 히틀러를 통제불능 상태가 되기 전에 알아볼 수 있을까.
지구 반대편에서 벌어지는 나비의 날갯짓 같은 외신에도 눈길을 줘야 하는 이유다.

헤밍웨이의 소설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에 등장하는 한 인물은 어쩌다 파산했냐는 질문을 받고 "서서히, 그러더니 갑자기"라고 대답한다. 두 차례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직전의 세계질서도 그런 식으로 무너졌고, 우리 시대의 세계질서도 그런 식으로 붕괴될 가능성이 높다고 봐도 무방하다.
...

정치학자 이반 크라스테프는 다음과 같은 우스갯소리를 한다. "히틀러가 귀환하는 게 가능한지 여부는 더 이상 의문이 아니다. 그가 나타나면 우리가 그를 알아볼 수 있을지가 문제다." - P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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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맹국들조차 경쟁자로 삼는 접근은 트럼프 때 본색을 드러냈다. 그 트럼프는 지금도 가장 유력한 대선 후보다. 바이든도 이런 시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트럼프의 접근 방식은 완전히 다른 종류의 체제,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을 뜻했다. 트럼프 취임 초기에 그의 최고위 보좌관 두 사람이 "미국 우선"이 무슨 뜻인지 정의하면서, 세계는 "공동체" 가아니라 "국가들이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경쟁하는 경기장"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은 이러한 경쟁에 "아무도 따라오지 못할 군사적,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도덕적 힘"으로써 임해야 한다. 그들은 이를 "국제관계의 자연적인 속성"이라고 했다. 그러나 과거에 미국은 자유주의 세계질서를 그런 식으로 바라보지 않았다. 전후 외교정책의 핵심 전제는 미국이 동맹국들과 자유주의 세계질서에 동참한 나라들과의 경쟁에 "아무도 대적할수 없는 힘으로 응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국제관계학자 대니얼 W. 드레즈너가 지적한 바와 같이, 세계에서 가장 막강한 나라가 자국의 동맹국을 상대할 때조차 그러한 홉스적인 시각을 취하면 다른 모든 나라들도 하나같이 홉스적인 방식으로 대응하도록 유도하게 된다. 자유주의 세계질서의 핵심적인 계약이 파기되면, 이 질서에 참여하는 다른 나라들이 미국을 더 이상 자기들이 신뢰하고 협력할 대상이 아니라고 여기게 되기까지 얼마나 걸릴까?
오바마의 정책이 자유주의 세계질서에 금이 가게 했다면, 트럼프의 발언과 행동은 그 질서에 구멍을 뚫었다. - P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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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일 카드로 중국을 묶으면서도 미국이 언제든 지역에서 발을 뺄 수도 있다는 걸 잊으면 안 된다.
미국의 역할을 기대하다 결정적인 뒤통수를 당한 ‘우방국‘들이 한둘이 아니다.
속이려는 의도가 아니라도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미국의 외교 현실을 충분히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최근 몇 년 사이 미국은 이처럼 부상하는 국가주의 정서를 잠재우기보다 부추기는 데 일조해왔다. 미국은 일본과 지역 안보를 보장한다고 거듭 강조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보장할 믿을 만한 주체가 아니라는 인식이 점점 높아졌다. 독일과 달리 일본은 위협적인 환경에 놓여 있고, 위협은 점점 강해지고 있다. 중국은 동중국해에서 일본에 대해 보이는 태도를 비롯해 보다 공격적이고 다툼을 야기하는 길을 추구하고 있고, 김정은 정권이핵무기 개발과 탄도미사일 개발 프로그램에서 계속 진전을 이루면서 북한으로부터의 위협도 상당히 강화되고 있다. 미국이 이 두 가지 난관을 제대로 해소하지 못하면서, 적어도 일본의 관점에서 볼 때 미국의 힘이 이 지역에서 계속 작동할지에 대한 의구심이 이미 만연해 있다. 중국과 마찬가지로 일본도 미국을 쇠락의 관점에서 인식하고 있다. 일본은 미국의 해상력이 한계에 도달했고, 미국 의회는 미국의 역량을 증강하기 위해 필요한 비용의 지출을 계속 막고 있는 현실을 두 눈으로 목격하고 있다.
일본도 많은 미국인들과 마찬가지로 미국이 돌이킬 수 없는 쇠락의 길에 들어선 게 아닌지 의구심을 품고 있다. 이러한 우려는 조지 W. 부시 시절에 시작되었다. 당시 미국은 중동에서 전쟁을 수행하느라 정신이 팔려 있는 듯했지만, 공교롭게도 일본의 생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을지 모르는 사건은 오바마가 2013년 시리아에서 군사력을 사용하지 않기로 한 결정이었다. 아베의 한 보좌관이 훗날 말했듯이, 미국이 더 이상 ‘세계의 경찰‘ 역할을 하지 않는다면 일본은 더 이상 "미국이 우리를 보호해주리라고 믿을 수" 없었다. 그러한 우려 때문에 일본이 더욱더 서둘러 국가주의의 길을 택하게 되었고 이는 지역 평화와 중국과의 갈등 가능성에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 P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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