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 이후 바둑계가 겪었던 일을 각 분야의 최고지성들이 수용하고, 학생들이 흡수하고 있다.
AI가 바둑의 진리가 되었듯, 인류는 무기력하게 그리할 것인가..

계몽주의 시대에 출현한 방법에 따르면 개인의 역량, 주관적인 이해, 객관적인 진리라는 핵심 요소들은 모두 함께 움직였다. 반대로 AI가 생산하는 진리는 인간이 흉내낼 수 없는 과정을 거쳐 생산된다. 인간의 방법으로는 따라갈 수 없는 기계의 추론은 인간의 주관적인 경험 너머에, 역량 밖에 있다. 인간은 기계의 내부 과정을 제대로 표현할 수조차 없다 계몽주의적 추론에 따르면, 이러한 사실들을 고려할 때 기계의 출력값을 진실로 받아들일 수 없다. 하지만 우리는, 적어 도초기 AI 시스템을 사용하기 시작한 수백만 인류는 이미 AI 출력값 대부분이 진실이라고 받아들였다. 물론 일부 앞서가는 사용자들은 실제로 머신러닝의 메타 프로세스를 이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기계의 출력값이 객관적인 진리일 거라는 인간의 신뢰는 기계의 논리와 그 개발자의 권위가 타당하리라는 소망적 믿음에서 왔음이 분명하다. 객관적인 진리를 추구하는 방법으로 인정되는 그러한 신뢰는 그 자체로 현대 인간의 사고가 변화했음을 나타낸다. 기계는 분명 의식이나 주관성을 경험하지 못하기 때문에 AI 모델은 세상을 인간의 방식으로 ‘이해‘하지 못한다. 그렇다 해도 AI는 비인간적인 방법으로 인간 세상을 분석하여 새롭고 정확한 결론을 도출하는 객관적인 능력을 지녔다. 이는 지난 5세기 동안 우리가 꾸준히 추구하고 의존해온 과학적 방법의 권위를 무너뜨리고 인간만이 현실을 제대로 인식할 수 있다는 주장에 도전장을 던진다. 이 상황은 무슨 뜻인가? AI 시대에는 인류의 발전이 가로막히고, 우리가 정당성 없는 권위를 수용할 수밖에 없었던 전 근대 상태로 회귀하고 말 것인가? 요컨대 우리는 인간 인식의 심대한 역전으로 추락할 벼랑 끝에 서 있는가? 계몽의 암흑기가 코앞으로 다가왔는가? - P7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