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게는 세상을 평평하게 하는 기회가 될까..

내가 여기서 하고 싶은 이야기는 두 가지다. 첫째, 바둑계의 어떤 이들은 인공지능이 가져온 변화를 환영했다. 둘째, 그들은 그 변화를 무척 긍정적인 것으로, 바람직한 것으로 인식했다. ‘민주화‘라고 표현할 정도로 말이다.
나는 다른 업계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지리라 생각한다. 인공지능과 같은 강력한 신기술은 기존의 권력관계를 뒤흔든다.
그것이 기득권의 힘을 약화시키고 주변부에 있던 그룹에게 기회를 제공한다면, 그 새로운 기술은 적어도 특정 집단으로부터는 열렬한 환영을 받을 것이다. - P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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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한가한 소리다. 아직 내 직업군엔 ‘성가셔서‘ 그분이 오시지 않았을 뿐이다.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다. ‘인공지능이 그 분야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같은 고민은, 실제로 그 분야에서 쓸 만한 인공지능이 나오기 전까지만 할 수 있다. 인공지능은 모든 분야에서 게임체인저가 된다. 인공지능이 등장하면 그 분야의 규칙 자체가 바뀌며, 그때부터 해야 하는 고민은 ‘이 인공지능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가 된다. 어쨌든 경쟁은 다른 사람과 하는 거니까. - P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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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따랐을 뿐이다, 이기고 살아남기 위해.

혹여 지금 AI에 저항하는 인류가 있다면, 시간이 지나 그를 ‘저항군‘이라 부를까, ‘낙오자‘라고 부를까.

친일파와 독립군이 재평가 받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이겨야 한다. 그게 가장 중요한 문제였고 가장 큰 욕망이었다.
국가대표팀이든 프로기사 개인이든 마찬가지였다. 멋진 바둑을 둔다든가, 아름다운 바둑을 둔다든가, ‘인간의 바둑을 두는 것은 이기고 난 뒤에 고민할 일이었다. 여러 프로기사가 ‘인간의 바둑‘ 혹은 바둑의 예술성을 묻는 내게 ‘그런 고민을 할 겨를이 없었다.
먼저 살아남아야 했다‘라고 고백했다.
오정아 5단은 그런 바둑계의 분위기를 설명하며 ‘그냥‘이라는 단어를 여러 번 썼다.
"이제는 AI 수법이 그냥 너무 바둑계에 스며들어서, 사실 이미 다 당연하게 그냥 두고 있어서 그런 고찰을 하지 않는 것 같아요.
‘우리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은 무엇인가‘ 그런 생각, 그런 고민 하지 않아요. 그냥 ‘더 공부해야지, 더 나아져야지‘ 다 지금 그렇게 가고 있어요. AI에 대해서는 그냥 그 존재를 인정했고, 얼마만큼 내가 AI를 따라 둬서 수준이 높아질 것인가 하는 생각이죠. 다들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요. 어차피 경쟁은 사람이랑 하니까요. 그냥 ‘내가 AI를 더 습득해서, 더 발전해서 저 사람을 이겨야되겠다‘ 뭐 이런 식이죠. AI에 대해서는 그 엄청난 경지를 봤기 때문에 그거는 그냥 받아들였고요." - P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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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의 지향이 예수님처럼 생각하고 살아가는 것이라면, 이제부터의 세대는 인공지능처럼 생각하고 살아가는 것을 삶의 지향으로 삼아야 하는 건가.

‘인공지능처럼 둬라.‘
이것이 알파고 이후 프로기사들의 목표였다. 인공지능처럼 두기 위해 인공지능처럼 느껴야 했다. 인간의 감각을 억누르고 지워야 했다. 인간이 쌓아 올린 바둑 지식은 잊어야 했다. 그런 인간 정석들이 몸에 덜 밴 젊은 기사들이 유리했다(10여 년 뒤에는 인간 정석을 전혀 배우지 않은 ‘AI 세대‘ 기사들이 활동할 텐데, 그때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강자가 나올 거라고 예상하는 이들도 있다).
‘얼마나 인공지능처럼 두는가.‘ 이것이 프로기사들의 실력을 평가하는 척도가 되었다. 2010년대 후반 바둑계에서는 ‘AI 일치율‘이라는 개념이 생겼다. 어떤 인간 기사가 인공지능이 추천한 수대로 돌을 둘 확률을 가리키는 말이다. ‘AI 일치율이 높다‘라는 말은곧 그 기사가 강하다는 뜻이었다. - P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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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할 수 없으므로 옳다고 믿는 신앙의 경지가 아닌가.

프로기사들이 삼삼 침입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그 수를 따라 두는 것은 인공지능의 권위 때문이다. 그 권위는 놀라운 실적에서 나왔다. 알파고 이전에 누군가가 ‘여기에 돌을 두면 이길 확률이 4.7퍼센트 높아진다‘ 같은 이야기를 했다면 농담처럼 들렸을 것이다. 10년 전이었다면 기사들은 가치 판단을 숫자로 표시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 자체에 웃었을 것이다. ‘이길 확률이라는 게 뭐냐, 경우의 수가 우주의 원자 수보다 많은 바둑에서 그걸 어떻게 정확히 예상할 수 있느냐‘ 하고 따졌을 것이다.
지금도 우리는 그에 대한 답을 모른다. 하지만 인공지능의 바둑이 엄청나게 강하니까 아마도 옳을 것이라고 받아들이고 만다.
그리고 따라 하려고 한다. 우리는 이해할 수 없는 인공지능의 수가 심오한 원리에서 나온다고 상상하고 두려워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거기에 어이없을 정도로 얄팍하고 편의적인 이유가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 P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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