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카드로 중국을 묶으면서도 미국이 언제든 지역에서 발을 뺄 수도 있다는 걸 잊으면 안 된다.
미국의 역할을 기대하다 결정적인 뒤통수를 당한 ‘우방국‘들이 한둘이 아니다.
속이려는 의도가 아니라도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미국의 외교 현실을 충분히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최근 몇 년 사이 미국은 이처럼 부상하는 국가주의 정서를 잠재우기보다 부추기는 데 일조해왔다. 미국은 일본과 지역 안보를 보장한다고 거듭 강조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보장할 믿을 만한 주체가 아니라는 인식이 점점 높아졌다. 독일과 달리 일본은 위협적인 환경에 놓여 있고, 위협은 점점 강해지고 있다. 중국은 동중국해에서 일본에 대해 보이는 태도를 비롯해 보다 공격적이고 다툼을 야기하는 길을 추구하고 있고, 김정은 정권이핵무기 개발과 탄도미사일 개발 프로그램에서 계속 진전을 이루면서 북한으로부터의 위협도 상당히 강화되고 있다. 미국이 이 두 가지 난관을 제대로 해소하지 못하면서, 적어도 일본의 관점에서 볼 때 미국의 힘이 이 지역에서 계속 작동할지에 대한 의구심이 이미 만연해 있다. 중국과 마찬가지로 일본도 미국을 쇠락의 관점에서 인식하고 있다. 일본은 미국의 해상력이 한계에 도달했고, 미국 의회는 미국의 역량을 증강하기 위해 필요한 비용의 지출을 계속 막고 있는 현실을 두 눈으로 목격하고 있다.
일본도 많은 미국인들과 마찬가지로 미국이 돌이킬 수 없는 쇠락의 길에 들어선 게 아닌지 의구심을 품고 있다. 이러한 우려는 조지 W. 부시 시절에 시작되었다. 당시 미국은 중동에서 전쟁을 수행하느라 정신이 팔려 있는 듯했지만, 공교롭게도 일본의 생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을지 모르는 사건은 오바마가 2013년 시리아에서 군사력을 사용하지 않기로 한 결정이었다. 아베의 한 보좌관이 훗날 말했듯이, 미국이 더 이상 ‘세계의 경찰‘ 역할을 하지 않는다면 일본은 더 이상 "미국이 우리를 보호해주리라고 믿을 수" 없었다. 그러한 우려 때문에 일본이 더욱더 서둘러 국가주의의 길을 택하게 되었고 이는 지역 평화와 중국과의 갈등 가능성에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 P15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