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워드의 선물 - 인생의 전환점에서 만난 필생의 가르침
에릭 시노웨이 & 메릴 미도우 지음, 김명철.유지연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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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나는 근사한 누군가가 되기를 바랐지만,

문제는 그 바람이 좀 더 구체적이어야 했다는 점이다. - 릴리 톰린 (p.44)

"어머니 말씀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이거야. '하워드, 너는 원하는 모든 것을 얻을 수 있단다. 단, 한 번에 되지는 않을 거야.'" 하! 이보다 더 정확한 표현이 또 있을까? (p.143)

인도의 어느 승려도 비슷한 말을 했더군. '신은 당신의 소원을 들어주실 것이다. 당신 차례가 됐을 때' 라고 말이야. 이런 말들은 결국 앞날을 중장기적으로 내다봐야 한다는 뜻이지만, 지금처럼 당장의 만족을 추구하는 사회에서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이지. (p.143)

"누구든 도움을 요청하면 기꺼이 도와주어라."

"네가 받은 대가보다 더 많은 가치를 보답하여라." (p.212)

하지만 그건 함정이야. 타인의 비전과 유산이 아무리 그럴듯해 보여도 그건 딱 한 사람, 즉 본인에게만 맞추어져 있지. '같은 강에 두 번 발을 담글 수 없다'는 옛말처럼 롤모델과 똑같은 결과를 기대하며 발자국을 그대로 따라가는 것은 불가능하단 얘기야. 롤모델은 자신이 겪은 일을 경험하지 않았고, 같은 기억을 갖고 있지 않아. 같은 사람을 사랑하지 않은 건 당연한 거고. 결국 그 사람은 자네와 다른 사람이야. (p.220)

 

* 책 정보

하워드의 선물, 에릭 시노웨이, 위즈덤하우스 , 2013

*

옆에 오래 두고 늘 찾아 배우고 싶고, 조언을 구하고 싶은 누군가가 있다는 것은 축복받은 일이다. 인품과 행실이 훌륭한 사람을 주변에 두는 것도 어려운 일이지만, 타인 앞에서 겸허한 자세로 배움을 구하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행복을 결정하는 것은 관계망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관계망은 대부분 소유와 소속이 결정하는 탓으로, 어느새 행복을 결정하는 주도권을 소유와 소속에 빼앗기고 마는 경우가 빈번해진 모양새다. 남들 만큼 갖지 못해서, 남들 하는 만큼 어딘가 소속 되지 못해서 타인과 멀어지고 마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았는가. 대개 사회에 소속된 개인의 불행은 여기서부터가 시작이다.

그런 이유로 이번에 안 돼서 어떡하니? 라는 말보다, 한번에 안 되는 게 당연하단다. 라고 말하는 게 다시 시작해볼 용기를 준다. 네가 최선을 다하지 않아서 안 된거야, 라는 다그침 보다 네 차례가 되면 신께서 도와주실 거야. 라는 말을 들었을 때 끈기를 잃지 않게 만든다. 어쩌면 내가 생각하는 관계망의 행복은 이런 독려일 지도 모르겠다. 사람들은 끝 없이 무너지고 일어서고 다시 넘어질 수 있다. 그것은 비단 특정한 한 사회만의 문제는 아니다. 모든 것을 제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인간의 속성이 만들어내는 당연한 이치다. 그러나 사람들이 생의 난관에 부딪힐 때마다 그들을 일으켜 세워줄 수 있는 것이 물질이 아니라 관계망의 관심과 상생일 수 있는 사회는 많지 않다.

그러나 아무리 주변에 좋은 멘토가 있다고 한들, 나 스스로가 변하지 않으면 무슨 소용일까. 개인적으로 이 책은 증정받은 책이다. 하지만 책을 제 돈 주고 구입했다면 지불해야 할 정가는 14,000원이었다. 아마 책에 쓰여진 말들을 자신에게 정말로 도움되는 이야기로 만드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14,000원 이상의 어떤 것을 얻고 책 값 그 이상을 얻는 사람일테다. 하지만 정말 책에서 느낀대로 행동하고 변화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이미 하워드의 선물을 읽기 전에 스스로가 옳다고 믿는 것을 위해 무언가 행동하고 있는 사람이지 않았을까. 우리는 지나치게 '멘토의 가르침' 혹은 '유명인의 경험담'에 의존하고 그것을 읽는 행위에 위로받기만 하지 않았나, 반성해볼 필요도 있을 것 같다.

책으로 인생의 교훈을 구하고, 고민의 솔루션을 찾는 것, 좋다. 하지만 적어도 삶에 대한 행복을 고민할 때에, 좌절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가치를 의심하지 말아야 할 때에, 우리의 마음을 지탱하는 것이 책이 아니라 정말 내 옆사람이기를 바란다. 우리 서로 서로가 모두에게 하워드 같은 관심과 조력을 담당하고 있기를 바라는 것은 너무 큰 꿈일까? 그렇지 않고서야 이전에 더 나은 삶을 위해 행동하지 않았던 누군가가 하워드의 이야기가 특별하다는 이유로 하루 아침에 바뀌지는 않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고야 만다.

<하워드의 선물>은 진솔한 가르침이 많이 담긴 유익한 책으로 보인다.

하지만 선물의 쓰임이야 받은 사람과 사회의 몫이질 않던가.

 

 

추천하기 전에

 

적어도 '성공하기 위한 습관'을 운운하는 어떤 책보다는 조금 더 삶에 대한 깊이있는 통찰력을 제공한다. 사회가 요구하는 것이 아닌, 개인의 진솔한 행복에 대해 고민하는 모습이 담겨있다. 그러나 서점에 들를 때마다 새로운 자기계발서를 구입하기 위해 매달 만오천원씩 지불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이라고 다를 거라는 기대는 하지 말아야 한다. 본인이 습관을 바꾸지 못하면 진솔한 누군가의 조언이 어떤 새로운 선물을 주지는 못할테니까. 적어도 최근 출간일 이후로 이 책의 가치를 논하고 있는 미디어에게도 같은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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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의 배꼽, 그리스]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문명의 배꼽, 그리스 - 인간의 탁월함, 그 근원을 찾아서 박경철 그리스 기행 1
박경철 지음 / 리더스북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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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상 이런 책을 읽으면 질투가 난다. 심지어 화도 나고. 다 읽고 싶지 않다는 못된 심보도 생긴다. 부러워서 그렇다. 어렸을 적 자신의 세계관을 뒤 흔들었던 미지의 세계를 성인이 되어 자신의 두 발로 직접 탐방해보는 기분은 꿈꿔본 사람에게는 동경이요, 경험해보지 못한 이에게는 영원한 환상이리라. 저자는 그런 대단한 일을 해낸 것이다. 그것도 사회적으로 덕망 높은 자기 분야의 업을 달성하고도, 남는 시간에 - 무려 그리스까지 가서. 책까지 냈다. 그러니 부럽지 않을 수 있을까.

 

 나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어려서 북유럽 신화를 배경으로 한 RPG 게임에 매료되어있던 나는, 전설 속의 전사가 되어 요정이나 드워프같은 외인구단들과 낯선 도시와 숲속을 탐험하는 기분이 너무 좋았다. 판타지와 탐험은 나에게 미래를 기대하게 하는 세계관이자 동력이 되었다. 그런데 알고보니 그것은 북유럽 신화를 전신으로한 바이킹 문화의 파생 상품이었고, 나는 반지의 제왕이나 라그나로크 게임과 같은 많은 문화 콘텐츠가 북유럽 신화에 빚을 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누군가에게 새로운 꿈을 꾸게 만드는 힘, 이기고 싶게 만드는 동력을 주는 그 신화를 직접 경험해 보고 싶었다. 그래서 노르웨이에 갔다.

 

 23살이 되어서 방문한 노르웨이는 환상적이었다. 아름다운 자연, 낯선 얼굴을 한 노르웨이 현지인들. 그리고 그들의 일상은 내게는 다큐멘터리에서나 볼 법한 낯선 풍경이었음에도 그들에게는 매일 매일의 일상을 차지하는 풍경 속의 정말 새롭지 않은 그 무언가라는 것을 깨닫는 나날들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황홀했다. 나는 그들의 삶 속에 자리한 북유럽 신화의 흔적들을 발견하면서, 생의 또다른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었다.

 

 이 책은 2011년 겨울부터 첫 발을 뗀 여행의 출발점이자 총 열 권으로 풀어낼 이야기의 첫 작품이라고 한다. 작가는 자신의 젊은 시절의 어떤 시야를 뒤 흔들었던 니코스 카잔차키스를 동행으로 선택해서 여행을 함꼐 한다. 혼자 그리스에 들렀을 그가 전혀 외롭지 않아보이는 이유다. 그가 이 여행을 위해, 아니 자신이 동경하고 설레였을 세계를 위해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수많은 저작들을 탐독하고 다시 읽고, 또 그 중에 마음에 드는 구절들을 기록해 나갔을 시간들이 떠올랐다. 내게는 어쩌면 그리스 펠로폰네소스의 여행보다, 그의 지난 시간들이 더 황홀한 신화와 전설의 탐방으로 느껴졌던 책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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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운사이징 데모크라시]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다운사이징 데모크라시 - 왜 미국 민주주의는 나빠졌는가
매튜 A. 크렌슨 & 벤저민 긴스버그 지음, 서복경 옮김 / 후마니타스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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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 불가능한 일반 대중이 아니라, 검증을 거친,

진짜, 정치적으로 신뢰할 만한 시민들을 (정치적 동원의) 대상으로 삼는다.

 

풀뿌리 수준에서 경쟁은 우편물 발송 명단, 전화번호부, 팩스, 인터넷을 통한 전투로 바뀌었다. - 161p

 

 

  정치 동원이라는 말은 재미있다. 평범한 시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언뜻 보면 민주주의에서 굉장히 필요해 보이는 듯한 행위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정당과 정치 엘리트들이 정부를 자신의 의사에 맞게 끌어가기 위해서 평범한 시민들에게 어떠한 대가를 제공하겠다는 조건으로 지지를 호소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참여가 아니라 '동원'이라는 말이 얼마나 피동적인지를 생각해 보자.

 

 그런데 저자들은 다운사이징 데모크라시의 근간에 바로 이 정치 동원이 있다고 생각한다.  정치 동원이 시민들은 정치의 주요 행위자로 초대했고, 그것이 미국의 민주주의를 다른 나라들보다 빠르게 자리잡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대신 지금은 다운 사이징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것은 정치 동원이 전처럼 원활하지 못하다고 생각하기 때문. 결국 모로가도 서울로 가면 된다는 꼴이지만, 어쨌거나 정치에 관심이 줄어들고 정치와 자신의 인생을 무관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날수록 민주주의는 그 몸이 말라가고 있는 형국이다.  60년 이상 투표율이 하락했을 정도다.

 

 미국의 민주주의는 점점 유권자의 정치 참여를 변두리로 내 몰았다. 집단 이익의 표출이 아니라 개인 선택을 장려하는 장치들을 선보였다. 하지만 한국이라고 다를까. 민주당은 정부 사회 서비스 기관과 규제 기관, 소위 지원금 경제로 서로 엮인 비영리단체, 공익단체와 뉴스 매체의 주요 부문에 스스로의 영향력을 뻗치고, 공화당은 민간 기업과 민간 부문 이익집단, 종교단체, 그리고 보수 성향의 신문, 잡지, 방송국을 세웠다. 국내의 어떤 현상들이 떠올려지는 것은 나 뿐인가?

 

 민주주의가 다운사이징 되는 현상은 어쩐지 두렵다. 대신 민중을 대신하여 자신의 세를 뿔리는 기득권이 있다는 말이 아니겠는가. 유익한 민주주의, 올바른 방향성을 고민하려는 독자들은 많아질 것이다. 그러나 과연 세상의 변화에 가장 큰 발길질을 하여 움직임을 이끌 수 있는 기득권이 그렇지 못하다면 변화가 그리 쉬울까. 정치 관료 뿐만 아니라, 경제 기득권들의 세가 늘어만 가는 우리 사회에서, 개인의 이익을 위주로 한 민주주의 몰입을 말리기가 어디 쉬울까. 안타까운 마음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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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
시게마츠 기요시 지음, 이선희 옮김 / 예담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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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비난하는 말에 두 가지가 있다고 가르쳐준 사람은 혼다씨였다. 나이프의 말. 십자가의 말. "이 두가지가 어떻게 다른지 알아?" ...(중략)... "십자가의 말은 평생 등에 져야 하는 말이지. 그 말을 등에 진 채 계속 걸어가야 해. 아무리 무거워도 내려놓을 수 없고 발길을 멈출수도 없어. 걷고 있는 한, 즉 살아 있는 한 계속 그 말을 등에 지고 있어야 하는 거야." (p.74)

신문이나 TV에서 '왕따'라는 말을 들으면 나도 모르게 흠칫거렸다. 왕따 문제를 무겁게 말하는 평론가나 앵커가 있으면 '왕따는 교육의 황폐화나 마음 속의 어둠처럼 그렇게 거창한 게 아니야!' 라고 반박하고 싶었는데, 반대로 가볍게 다루어도 화가 치밀었다. 중년의 대학교수가 청소년들을 격려할 생각으로, 왕따 따위에 지지 말고 강하게 살아야 한다고 TV에서 말했을 때는 나도 모르게 티슈 상자를 움켜쥐고 짓눌러 버렸을 정도였다. (p.217)

사유 집에 있을 때면 테니스부 친구들로부터 잇달아 전화가 걸려왔다. 그런 때마다 사유는 항상 미안한 표정을 지었고, 통화가 길어지지 않도록 일찍 끝냈다. 처음에는 그 미안함이 나를 향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어느새 전화를 건 상대에게로 바뀌어서, 아쉬운 듯 한숨을 쉬면서 수화기를 내려놓는 일이 늘었다. (p.282)

절친이라는 것은 죽고 싶을 정도의 고민이 있을 때 털어놓을 수 있는 상대인 동시에, 털어놓지 않아도 눈치를 채거나 아무것도 해줄 수 없어도 뭔가를 해주려고 하는 상대이다. 너는 그렇게 간단한 것도 몰랐단 말인가? 후지슌의 입가가 움직인다. 눈이 부신듯한 표정으로 천천히 입을 움직인다. 그래도 유 짱은 내 절친이야. (p.330)

 

* 책 정보

십자가, 시게마츠 기요시, 2013, 위즈덤하우스

 

 

*

어린 시절에 왕따 한번 당해보지 않은 사람 있을까. 이 때 청소년 드라마나 신문의 사회면에나 나올 법한 자극적인 집단 따돌림은 나의 경험인 적이 없다고 말하는 일은 소용없다. 셔틀빵이 아니라도, 일진 놀이의 피해자가 되는 끔찍한 장기적인 따돌림이 아니라도, 공동체내에서 은근한 따돌림이란 시시각각 일어났다가 사라진다. 비단 청소년에게만 일어나는 일도 아니다. 충분히 타인을 배려할 줄 알고, 이성적으로 사리분별을 할 줄 알 거라 기대되는 어른들도 마찬가지다. 어디 따돌림만 그러할까.

소설의 화자인 사나다 군은 중학생이다. 그런데 그의 학우 중에 따돌림을 당하고 있었던 슌스케가 어느날 자살을 하며 유서를 남긴다. 바로'절친 유짱 고마워," 라는 언급을 , 포함한 글을. 이 때문에 사실은 죽은 슌스케와 절친이 아니었던 사나다 군은 졸지에 유일하게 가해자의 비난을 피해갈 수 있는 '절친'이라는 말을 등 위의 짐으로 지고 살아가게 된다. 물론 이것은 '죽은 사람은 절친이라고 생각했지만 역시 사나다 스스로도 슌스케를 간접적으로 따돌림 했다는 죄의식'이 되어 그의 일생을 내내 따라다닌다. 그리고 이 사실을 일찍이 짐짓 눈치 챈 슌스케의 아버지와, 그의 가족들과 정신적으로, 혹은 시간적으로 엮이게 된다. 이것이 바로 소설에서 말하는, 십자가다.

십자가는 사실 누군가 자살을 한다면, 그의 자살을 일생의 트라우마로 가져가야 하는 사람들은 주로 누가 될까? 하는 질문에서 시작한 이야기로 보인다. 가족은 물론이겠거니와, 그를 죽음으로 내몬 가해자들 또한 상처를 준 것의 배 이상으로 상처를 받는다. 그 가해자들은 직접적으로 그에게 정신적 고통을 준 사람일 수도 있고, 극중 사유리처럼 그에게 미안한 감정을 느끼게 한 짝사랑 대상자일 수도 있다. 비록 어떤 참견과 가담도 하지 않았지만 그의 죽음을 방관해야 했던 학우들도 마찬가지다.

소설은 이들에게 주어지는 '십자가'의 무게를 섬세하게 묘사한다. 자살한 소년의 고통 그 자체와는 질적으로는 다르지만, 충분히 오랜 시간 주변인의 죽음으로 고통스러울 수 있는 사람들의 인생의 짐을 묘사한다. 결국에 우리가 간접적, 직접적으로 사회 구성원을 구석으로 내 모는 일이 얼마나 치명적이고 잔혹한가에 대해 묻기 위함이다.

하지만 이 물을 위해서 선택된 소설의 아쉬운 장치는, 어른들의 태도 같다. 기자 다하라는, 슌스케의 분향소를 찾은 같은반 학생들의 단체 사진을 불시에 촬영하며 가해자들의 표정을 사진기에 담으려고 한다. 기자 혼다도 마찬가지다. 작품에서는 사유리와 사나다의 눈높이에서 그들의 상처를 섬세하게 관찰해주고 슌스케 가족과의 화해를 도와주려는듯 하지만, 그녀도 마찬가지로 권위적인 태도를 잃지 않는다. 후지슌, 즉 슌스케의 인생의 마지막 순간이 동급생들의 기나긴 여행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말하며 그것은 길고 괴로울 것이라고 덧붙이는 것을 잊지 않는다.

게다가 슌스케의 아버지는 자신의 아들이 '절친'이라고 묘사한 친구에게, 왜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았냐며 대뜸 멱살을 잡는다. 그의 부인이자 슌스케의 어머니는 자꾸만 사나다군과 사유리를 불러내 그들을 슌스케의 그늘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게 만든다. '십자가'를 짊어지는 사람이 직접적인 가해자가 아닌, 간접적인 가해자들 혹은 방관자들이라는 점은 이 소설의 메시지를 자신이 사회 문제의 주범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전달하기 유리한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사나다를 향한 슌스케에 대한 예의와 의무가 강요될 수록, 이 소설 속의 인물들이 어떤 계몽 정신을 위해 가공된, 옳은 것을 옳게 보여주기 위해 조성된 캐릭터라는 느낌이 강하게 묻어난다.

이 소설이 타인에 대한 무관심이나 몰염치가 일생에 일으키는 정신적 외상에 대해서 말하고 싶었다면, 주인공의 행적인 성인인 상태에서 더 많은 '십자가'를 묘사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방관자의 경험을 갖고 성인이 되어서도 그것을 반복하며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는 어른말이다. 물론 이 소설에서도 화자는 성인이다. 지난 20년을 회고하는 듯한 발화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품의 2/3 묘사는 어른 이전의 나이다. 자신들의 방관과 무의식적인 잔혹한 행위가 어떤 형체인지 제대로 교육 받아본 적도 없었을, 중학생 화자가 자신이 친구의 자살을 방관하고 일조한 것을 책임지는 행위는 또 하나의 가혹한 가해 행위 같이 느껴진다.

다하라씨도, 혼다씨고, 슌스케 학급의 선생님도, 또 슌스케의 아버지 조차도. 모두 슌스케의 자살을 방관한 학급생들을 혐오했다. 물론 학생들은 잘못했다. 하지만 그 잘못을 알고 저지른 일일까 생각해보면 이 소설에서 묘사된 기성 세대의 태도는 다소 지나치다. 어른들이 학생들에게 명명한 단체 가해자라는 비난과 악마의 아이들이라는 혐오는 자신들은 결코 그러지 않을 것이라는 도덕적 우월감이 없고서야 나올 수 없다. 심지어 그들의 반성문을 잡지에 기고했다. 하지만 따돌림이 성인이 되어서도 없을까? 부조리한 일들을 말리지 못하는 것이 성인이 되어서도 없는가? 자신들의 치명적인 방관에 대한 죄책감을 참을 수 없었던 성인들의 자책은 무고하지는 않지만, 무지할 수도 있었던 아이들에게 향한 것은 아니었을까.

 

 

* 추천하기 전에

사실상 사건이 일어나고 난 뒤의 20년을 이야기했다는 것은 이 책에 대한 제대로 된 설명은 아닌 것 같다. 분량 면에서나, 인물의 행보 면에서나, 20년에 걸친 이야기가 나타나 있지는 않다. 20년 뒤의 이야기라면 모를까. 점진적으로 번져나가는 생의 나비효과를 기대했는데, 중간에 압축되고 생략된 시간이 꽤 길었던 것 같아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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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에 읽어보고 싶은 신간들 :)

 

 

 1. 말맛으로 보는 한국인의 문화

 

 한국인의 문화 중에 '말맛'을 보자는 이 책, 정말 새롭게 느껴집니다. 남말하기 좋아하고 자기 자랑하기도 좋아하는 우리들. 한국인 특유의 특수성을 보여주는 '말맛'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2. 세계 존재의 이해

 

 북한을 둘러싼 불안한 정세. 그리고 이보다 더 먼 대륙에서도 수많은 영토 분쟁과 종교 분쟁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는 지구. 어제와 오늘은 마냥 평화로운 것 같은데 신문과 방송을 통해 들여다보는 세계는 평화와는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 세계 존재를 다각적으로 이해해보고 우리가 서 있는 이 곳의 문제를 진단해보는 일이 이 책으로 가능할까요.

 

 

 

 

 

 

 

 

3. 미식가의 도서관

 

책 읽으면서 군침이 돌 수도 있을까요? 밥 먹으면서 독서하는 기분이 들 수도 있을까요?

많은 호기심을 자극하는 책 입니다.

 

 

 

 

 

 

 

 

 

4. 콘텐츠 시대의 불안 인문학의 생존전략

 

 인터넷과 방송 콘텐츠를 다루는 사람들은 대부분 기술적이거나 경영학 적인 마인드 보다는 '인문학적인 마인드'를 강조합니다. 크리에이티브한 일이 콘텐츠 시대의 생명력인데, 창의력이란 최대한 많은 지식을 깊이 사고하는 통찰력에서 나타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인문학이 가져다주는 창의력의 힘을 강조하는 콘텐츠 시대는 말만 인문학을 강조하는 것은 아닐까요? 역사와 인간사 깊이 자리한 인문학의 수 많은 텍스트들은 시시각각 휘발되는 패스트 콘텐츠 시대에 어떻게 활용되고 있을까요? 궁금하다면 읽어보고 싶은 책 입니다.

 

 

 

 

 

 

 

봄이 오네요. 제주도에는 이번주부터 꽃이 핀다고 하는데, 책과 함께 마음에도 꽃을 피워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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