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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의 배꼽, 그리스 - 인간의 탁월함, 그 근원을 찾아서 박경철 그리스 기행 1
박경철 지음 / 리더스북 / 2013년 1월
평점 :
품절


 

***

 

 항상 이런 책을 읽으면 질투가 난다. 심지어 화도 나고. 다 읽고 싶지 않다는 못된 심보도 생긴다. 부러워서 그렇다. 어렸을 적 자신의 세계관을 뒤 흔들었던 미지의 세계를 성인이 되어 자신의 두 발로 직접 탐방해보는 기분은 꿈꿔본 사람에게는 동경이요, 경험해보지 못한 이에게는 영원한 환상이리라. 저자는 그런 대단한 일을 해낸 것이다. 그것도 사회적으로 덕망 높은 자기 분야의 업을 달성하고도, 남는 시간에 - 무려 그리스까지 가서. 책까지 냈다. 그러니 부럽지 않을 수 있을까.

 

 나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어려서 북유럽 신화를 배경으로 한 RPG 게임에 매료되어있던 나는, 전설 속의 전사가 되어 요정이나 드워프같은 외인구단들과 낯선 도시와 숲속을 탐험하는 기분이 너무 좋았다. 판타지와 탐험은 나에게 미래를 기대하게 하는 세계관이자 동력이 되었다. 그런데 알고보니 그것은 북유럽 신화를 전신으로한 바이킹 문화의 파생 상품이었고, 나는 반지의 제왕이나 라그나로크 게임과 같은 많은 문화 콘텐츠가 북유럽 신화에 빚을 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누군가에게 새로운 꿈을 꾸게 만드는 힘, 이기고 싶게 만드는 동력을 주는 그 신화를 직접 경험해 보고 싶었다. 그래서 노르웨이에 갔다.

 

 23살이 되어서 방문한 노르웨이는 환상적이었다. 아름다운 자연, 낯선 얼굴을 한 노르웨이 현지인들. 그리고 그들의 일상은 내게는 다큐멘터리에서나 볼 법한 낯선 풍경이었음에도 그들에게는 매일 매일의 일상을 차지하는 풍경 속의 정말 새롭지 않은 그 무언가라는 것을 깨닫는 나날들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황홀했다. 나는 그들의 삶 속에 자리한 북유럽 신화의 흔적들을 발견하면서, 생의 또다른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었다.

 

 이 책은 2011년 겨울부터 첫 발을 뗀 여행의 출발점이자 총 열 권으로 풀어낼 이야기의 첫 작품이라고 한다. 작가는 자신의 젊은 시절의 어떤 시야를 뒤 흔들었던 니코스 카잔차키스를 동행으로 선택해서 여행을 함꼐 한다. 혼자 그리스에 들렀을 그가 전혀 외롭지 않아보이는 이유다. 그가 이 여행을 위해, 아니 자신이 동경하고 설레였을 세계를 위해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수많은 저작들을 탐독하고 다시 읽고, 또 그 중에 마음에 드는 구절들을 기록해 나갔을 시간들이 떠올랐다. 내게는 어쩌면 그리스 펠로폰네소스의 여행보다, 그의 지난 시간들이 더 황홀한 신화와 전설의 탐방으로 느껴졌던 책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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